아름다운, 설현
중세부터 부유한 예술가들이 살던 밀라노의 코르소 마젠타. 70년대 히피 아가씨가 된 설현과 〈보그〉가 마주쳤다.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돌아오자마자 한국 여자 컬링 결승전을 보고 왔죠?
제가 평창 동계 올림픽 홍보대사인데 그동안 계속 해외 일정이 있어서 경기를 보러 가지 못했어요. 귀국하자마자 평창으로 갔죠. 마침 컬링 결승전이 있는 날이었어요.
화제의 경기를 직접 보고 왔는데 기분이 어땠어요?
일단 올림픽 경기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어요. 죽기 전에 이런 경험을 또 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한국 여자 컬링 선수들이 대단하다고 느낀 이유는 경기에 집중하면서도 그 자체를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그들이 진심으로 즐거워 보였어요. 이렇게 큰 관심 속에서도 압박감을 내려놓고 즐길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죠.
설현은 어때요? 일을 즐기는 시기인가요?
이제야 좀 즐기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전에는 치열하게 사는 것만 삶의 전부인 줄 알았어요. ‘그렇지 않으면 난 실패한 인생이야’ 같은 생각을 하면서요. 그런데 저뿐 아니라 사회 분위기 전반이 바뀌고 있잖아요. 다들 개인의 행복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요. 저도 제 마음이 건강하고 즐거울 수 있는 쪽으로 나아가려고요.
그런 맥락에서 달라진 일상이 있나요?
운동을 시작했어요. 예전에는 시간 날 때만 했다면 이젠 일부러 시간을 내서 해요. 헬스를 시작했는데 땀을 내면 기분이 상쾌해지는 걸 느껴요. 정신도 맑아지고. 운동에 집중하는 그 순간만큼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아서 좋아요.
지난 1월 말에 세 번째 영화 <안시성> 촬영을 마쳤어요.
굉장히 후련해요.(웃음) 작년 8월에 촬영을 시작했으니까 거의 6개월간 촬영한 셈인데, 한 작품을 이렇게까지 오래 찍은 건 처음이에요. 크랭크인 때의 에너지를 크랭크업 때까지 지속시켜야 하니까 약간 벅찼나 봐요.
촬영 횟수를 더할수록 자신의 연기도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나요?
저는 늘 그랬어요. 현장에 적응하면 할수록 더 좋은 것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요?
정말 좋았어요. 조인성 선배님이 잘 챙겨주셨어요. 모두를 배려하는 선배님 덕분에 현장 분위기는 늘 화기애애했어요.
이렇게 큰 규모의 영화에 출연한 건 처음이죠?
맞아요. 그리고 한 장면에 이렇게 많은 출연진이 등장하는 영화도 처음이에요. 그래서 현장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전작 <살인자의 기억법> 같은 경우는 한 신에 많아야 배우가 서너 명이었거든요.
어떤 점이 어려웠어요?
이번 영화는 찍을 분량 자체도 많고 한 신에 등장하는 배우도 많으니 상대적으로 제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었어요. 저는 아직 연기 경험이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늘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었죠. 카메라 앞에서 좀더 정확하게 움직이려고 노력했어요. 김광식 감독님은 제 연기를 보고 거의 다 좋다고 하셨는데, 그럴수록 더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죠.(웃음)
오케이 사인이 생각보다 빨리 떨어지면 오히려 불안한가요?
계속 반문해요. 진짜 잘한 건가? 진짜 좋은 걸까? 감독님께 여쭤본 적도 있어요. 진짜 괜찮은 것 맞느냐고요.
치밀하군요.
일할 때만요.(웃음)
설현이 맡은 ‘백하’는 여군 부대의 수장이잖아요. 액션 장면도 있을 텐데요.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웃는 얼굴에서 자신감이 보이는군요.(웃음)
영화에 제 액션 신이 그리 많지는 않은데 그 몇 장면을 위해서 엄청나게 연습했어요. 결과적으로는 잘해낸 것 같아서 뿌듯해요.
큰 스크린에서 보면 설현은 몸을 잘 쓰는 배우라는 게 느껴지거든요.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요. 춤을 통해 단련된 사람이라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런가요? 사실 전 아직까지는 카메라 앞에서 무척 경직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되도록 상황에 집중하려고 해요. 걸음걸이 하나까지도 캐릭터에 맞게 분석해서 연기하는 배우가 있다면, 전 아직 그런 내공까지는 없고요. 그날의 상황이나 감정, 공기 등을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백하는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들에 비하면 어떤 점이 새로운가요?
굉장히 달라요. 저의 첫 영화가 <강남 1970>이었는데 거기선 누구의 딸, 누구의 동생이었고, 두 번째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역시 누구의 딸로 나왔잖아요. 두 작품 모두 주변 인물들에게 크게 휘둘리는 역할이었죠. 반면 백하는 양만춘 장군(조인성)의 동생이기는 하나 그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주관이 뚜렷한 캐릭터예요. 누가 뭐라고 해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건 하는 스타일이죠. 직선을 닮은 사람이에요.
실제 설현은 어때요?
백하처럼 솔직한 편이지만 저는 그에 비하면 용기가 부족하죠.
원래 그런 성격이었나요? 아니면 이 일을 하다 바뀐 건가요?
일을 하면서 그나마 용기가 생겼어요.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인데 신기한 건 방송을 할 때면 저도 몰랐던 두 번째 자아가 튀어나오더라고요.(웃음)
스위치가 눌리는 것처럼요?
저도 어떤 원리로 그렇게 작동되는지는 모르겠는데 애티튜드가 완전히 달라져요.
연기할 때 발현되는 또 다른 자아도 있나요?
연기할 때는 오히려 진짜 저의 모습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캐릭터 뒤에 서면 더 편안한 걸까요?
글쎄요, 어떤 때는 여전히 토할 것처럼 긴장돼요. <안시성> 때는 너무 떨려서 촬영 전에 청심환을 먹기도 했어요. 혹시 나 하나 때문에 이 큰 규모의 촬영이 지연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됐거든요.
실수하지 말아야겠다는 압박감이 있나요?
일할 때 잘해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이 큰 편이에요.
그런 태도가 설현에게 플러스로 작용하는 것 같나요?
결과적으로 보면 플러스지만, 과정으로 생각해보면 꽤 힘들어요. 그래서 작품이 끝나면 후련해지나 봐요.
하지만 개봉 때가 되면 다시 내적 전쟁이 시작되겠죠?
네, 아주 미칠 듯이요.(웃음)
시사회 전날은 어떤 기분이에요?
잠을 잘 수가 없죠. 제가 신인이라 그런 건가 했는데, 경력 많으신 선배님들도 다 그러시대요. ‘기자회견 때 질문에 뭐라고 대답하지?’ 계속 걱정되고.(웃음)
결과물이 공개되고 어떤 반응을 들었을 때 즉각적으로 안심돼요?
그런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웃음) 아직 제 연기에 대해 좋은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럴 리가요.
아무래도 제 연기가 제 성에는 안 차나 봐요.
어떤 말을 들으면 흡족할 것 같아요?
잘한다!
연기를 잘한다는 게 뭘까요? 사람마다 다양한 의견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저에게는 두 가지로 나뉘어요. 그 인물이 ‘진짜 같다’ 느낄 때, 또 하나는 연기가 정말 ‘스킬풀’하고 구조적이라고 느낄 때. 신기하게도 공효진 선배님이 연기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 인물이 진짜 울고 있다, 진짜 웃고 있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에디 레드메인. 눈동자, 얼굴 근육의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정교하게 사용하는 걸 보면서 놀라웠어요. 그건 단순히 몰입한다고 가능한 연기가 아니잖아요. 자신의 전체를 컨트롤하고 있다는 느낌.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설현 씨가 듣고 싶은 말은 ‘진짜 같다’는 것일까요?
현재로서는요. 시간이 흐르면 더 숙련된 방향으로 나아가야죠. 단지 상황에 몰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 테크닉을 익히고 연구해나가고 싶어요.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자신의 강점은 뭔가요?
환경 변화에 적응이 빠르다는 것. 언제 어디서나 잘 섞이는 편이에요.
<삼시세끼> 바다목장 편을 봐도 그런 것 같더라고요.
왁자한 자리에 가면 활기에 넘치고, 차분한 자리에 가면 또 금세 조용해져요. 분위기에 잘 동화돼요. 물을 네모에 담으면 네모가, 동그라미에 담으면 동그라미가 되는 것처럼요.
그건 엄청난 재능인데요?(웃음)
헷갈릴 때가 있어요. ‘나는 대체 뭘까, 주관도 없고 색깔도 없는 사람인가?’ 고민돼요.
그런 고민을 나누는 사람이 있나요?
주로 가족들과 많이 이야기해요. 하지만 그들에게서 해답을 찾진 않아요. 그저 말하면서 해소하는 것뿐이죠.(웃음) 오히려 친한 관계보다는 처음 만난 사람이나 덜 친한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해요.
그건 왜 그럴까요?
친한 사람들의 말은 객관성이 떨어지니까? 좋은 점만 얘기해주니까요.
가끔은 그렇게 절대적으로 나를 믿어주고 칭찬해주는 말이 힘이 될 때도 있잖아요.
그래서 결국은 가족들과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나 봐요. “넌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이야”라고 지속적으로 얘기해주니까.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려고 노력해요. 가끔은 잊어버리거든요. 내가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라는 사실을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그럴 거예요. 사는 게 너무 힘들잖아요. 설현은 늘 평가받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지치는 순간이 더 자주 찾아올 것도 같고요.
어떤 책에서 봤는데 삶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대요. 하나는 기적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 저는 후자에 가까워요.
요새 그런 기분으로 살고 있나요?
네, 저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데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요.
설현은 건강한 사람인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웃음) 건강하다는 건 무척 좋은 말인 것 같아요.
과거 출연작 가끔 보나요?
아니요.(웃음)
못 보겠어요?
부끄러운 것도 있고, 모니터를 열심히 하는 편이라 당시에 지겹도록 봐서 그럴 수도 있고요.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이 있나요?
넘치는 것보다 모자란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주의인데, 그래서인지 연기도 늘 조금씩 부족하게 하더라고요.(웃음) 현장에서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면 ‘저럴 때 조금 더 표현할걸’, ‘조금 더 자신 있게 할걸’ 하는 후회가 늘 남아요.
무대에서는 어때요?
무대에서는 혼자가 아니잖아요. 오히려 살짝 비우는 것이 팀으로서는 더 조화롭게 보이는 것 같아요.
AOA 활동 계획은요? 기다리고 있어요.
지금 새 앨범을 준비 중이에요. 작년 1월 이후 오랜만에 나오는 앨범이니까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어떤 종류의 고민이 가장 커요?
우리 연차의 가수가 보여드릴 수 있는 게 뭘까. AOA만이 할 수 있는 건 또 뭘까. 차별화에 대한 문제죠.
개인적으로 최근 관심이 생긴 분야가 있나요?
여성에 관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생겼어요. 아직은 공부하는 단계지만요.
SNS를 보니 유독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맞아요.(웃음) 사랑 이야기는 보편적이잖아요. 누구나 하고 있는 것이고, 누구나 꿈꾸는 것이고요.
설현의 로맨스 영화 리스트를 만든다면 어떤 작품을 넣고 싶어요?
일단 <클로저>요.
누구에게 가장 이입했어요?
당연히 앨리스죠.(웃음) 캐릭터의 나이대나 경험치가 그나마 저와 비슷해서 가장 접근하기 쉬운 캐릭터였어요.
추천 평을 한다면요?
‘진짜 사랑이란 게 뭐지?’ 하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 하지만 보고 나면 더 혼란스러워질 겁니다.(웃음)
그 밖에는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노팅 힐>, <어바웃 타임>, <러브 액츄얼리>,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줄줄 나오네요. 그중에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해본 역할보다 안 해본 역할이 더 많아서, 다 해보고 싶어요.
사람마다 더 본능적으로 끌리는 기질의 캐릭터가 있던데요.
저는 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강한 사람을 잘 표현해보고 싶어요.
강한 사람이라면요?
영화 <비밀은 없다>의 연홍이 생각나요. 혼자 고독하고 처절하게 싸워나가는 모습을 보는데 정말 멋있다고 느꼈어요.
나와 완전히 결이 다른 캐릭터를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요?
당연히 있어요. 하지만 두렵지 않은 것은 없을 것 같아요.
두려워도 마다하지 않을 건가요?
음… 생각해보니 마다해야 할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두렵더라도 제가 해낼 수 있겠다는 약간의 희망이라도 있으면 기회를 잡을 거고요, 아니면 놓을 거예요.
자신을 동물에 비유한다면 어떤 동물에 가까워요?
강아지요. 약간 단순하고, 순하고,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을 좋아하니까? 하하하.
덩치라는 이름의 반려견이 있죠?
네, 베어코트 샤페이라는 종이고, 이제 키운 지는 1년 반쯤 됐어요. 예전에 숙소에서 살 때부터 키웠는데 그땐 제 방 안에서 키웠어요. 덩치가 커질 때쯤 숙소에서 나오게 됐고요.
덩치를 위해서 독립한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웃음) 마침 숙소 계약이 끝나서 자연스럽게요.
덩치가 주는 정서적 위안은 어떤 건가요?
‘아니, 내가 뭐라고 이렇게 좋아해주지?’ 하는 마음이 들어요. 그게 너무 놀라워요. 무조건적 사랑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매일 배우고 있죠. 덩치는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어도, 노력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심지어 건강한 사람이 아니어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요.
한국 대표 셀러브리티로 밀라노 구찌 패션쇼에 참석했어요. 패션 아이콘이 되고 싶은 욕심도 있나요?
이제야 서서히 패션에 관심이 가고 있어요. 점점 아는 것도 생기고, 보이는 것도 많아지니까 욕심이 생기나 봐요.
밀라노는 즐거웠나요?
솔직히 긴장을 많이 했어요. 누구도 저에게 그렇게 얘기하거나 압박을 주진 않았지만요.(웃음) 이번에 한국에서 저 혼자만 참석했잖아요. ‘혹시 나로 인해 한국 이미지가 결정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많았어요. ‘혹시 내가 실수해서 전체를 나쁘게 보면 어쩌나’ 하는.
또 걱정이 발동했군요. 그 생각을 어떻게 떨쳐냈어요?
속으로 계속 주문을 걸었죠. 난 자신 있다. 무섭지 않다. 잘할 수 있다!(웃음) 계속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마치 이런 자리에 익숙한 사람처럼 보이려고 노력했죠.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아요.
돌아보면 상당히 놀라운 경험이에요. 그땐 정신이 없어서 몰랐지만 제가 어떻게 그런 사람들과 함께 앉아서 구찌 쇼를 본 거죠?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그때는 즐길 수도 있을 테고요.
자꾸 눈길이 가는 사람이 있나요?
있어요. 배우 김태리 씨요. 자신이 맡은 바를 단단하고 씩씩하게 해나가는 사람 같아요. <리틀 포레스트>도 기대돼요. 티저 예고편만 봐도 감탄이 나오던데요. 멋있어요!
작품을 고를 때 어떤 점을 우선으로 생각해요?
지금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지금이 아니면 못하는 것 위주로 도전하려고 해요.
그렇다면 대개 어떤 작품에 끌려요?
영화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한 문장에 꽂히는 스타일이에요.
<안시성>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요?
<안시성>은 ‘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도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더 컸어요. 그런데 조인성 선배님이 격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작품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활동할 때 어떤 마음가짐이면 좋을지 등등 경험을 담담하게 얘기해주셨어요.
그중 공유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요?
“너를 사람들에게 증명하기 위한 시간을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는 제가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지도 몰랐거든요. 그런데 돌아보니 사람들의 인정받기 위해서 노력해온 것이더라고요.
20년쯤 뒤 사람들이 설현을 어떻게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멋있다!(웃음)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보다 좋은 방향으로 쓸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나요?
부모님요. 정말 투명한 분들이에요. 당신들이 어떤 사람이라는 걸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 투명해서 그 속이 훤히 다 들여다보이는. 두 분 모두 과정론자예요. 최선을 다하고, 정직하게 사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세요.
문장에 꽂히는 설현은 요즘은 어떤 문장을 지니고 다녀요?
그렇지 않아도 스마트폰에 저장해둔 게 있어요. 잠시만요. <인생 수업>(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외)이라는 책에 있는 구절인데요. “많은 결혼식에 가서 춤을 추면 많은 장례식에 가서 울게 된다. 많은 시작의 순간에 있었다면 그것들이 끝나는 순간에도 있게 될 것이다. 많은 실수를 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 것보다 좋은 것이다.”
이 문장이 어째서 마음에 남았을까요?
어쩐지 아무렇지 않게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과거의 실수나 상처에 얽매이지 않고요. 무너지는 것도 결국 내가 잘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느낌이랄까. 언젠가 힘든 순간이 찾아오면 저도 이렇게 꿋꿋하게 생각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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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현민(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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