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라거펠트
우리 시대 패션 신전을 지킬 수호자 7인! 과거와 분리된 채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일곱 위인을〈보그〉가 만났다.
칼 라거펠트는 경계를 허무는 독창적 패션 디자이너일지 모른다. 함부르크의 안락한 부르주아적 환경에서 성장한 그는 10대에 파리의 피에르 발맹 스튜디오로 갔고 그의 작품은 발맹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내 발맹에게 싫증이 난 그는 장 파투의 전통적인 패션 하우스의 수석 디자이너가 되었는데, 거기서도 싫증이 난 데다 오뜨 꾸뛰르 세계에 환멸을 느껴 로마로 가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 벨리니에 대해 공부했다. 그러나 1965년에 실로 만만치 않은 펜디의 다섯 자매를 만났다. 스스로의 추정에 따르면, 로마를 800차례나 갔다. 1982년에 알랭 베르트하이머(Alain Wertheimer)는 라거펠트를 고용해 샤넬을 개편하도록 했다. “제가 샤넬에 왔을 때 베르트하이머에게 말했죠. ‘악마와 계약을 맺은 파우스트처럼 계약을 맺죠’라고. 그런데 우리는 누가 악마고 누가 파우스트인지를 몰라요.” 라거펠트는 말한다.
1992년에 너무도 박식한 로사몬드 베르니에르가 라거펠트를 방문하러 갔을 때 그녀는 그 디자이너가 4개국에 일곱 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고, 각각의 집은 박물관급의 앤티크 가구와 최고급 현대 주문 제작 작품, 25만여 권의 책으로 장식했다고 언급했다. 지금 그는 자신의 작업 도구와 마음의 양식에 둘러싸여 애완묘 슈페트(Choupette)와 함께 살고 있다.
“저는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더 이상 여행을 많이 하지 못하고 있어요”라고 라거펠트는 말한다. “샤넬하고만 10개의 컬렉션을 진행하는데, 그 모든 컬렉션을 저 혼자 스케치까지 다 하고 있어요.” 샤넬 프로젝트에는 세계 전역에서 공방 컬렉션(메티에 다르 컬렉션) 발표, 샤넬이 생존을 위해 인수한 위대한 패션 공급자들(이 가운데는 자수 공방 르사주, 깃털과 꽃 장식 공방 르마리에, 구두 공방 마사로, 여성 모자 공방 메종 미셸 등이 있다)의 역량에 주목, 그리고 이색 여행지를 선보이는 트렌드 선도 등이 포함된다. 뭄바이, 잘츠부르크, 두바이, 서울, 아바나, 싱가포르, 스코틀랜드의 린리스고 급습 후, 라거펠트는 지난해에 함부르크에서 홈커밍 패션쇼를 열어 대성공을 거뒀다.
잔인할 정도로 감상적이지 않고 냉혹할 정도로 향수에 젖지 않는 그는 9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는 호기심과 현재와 미래에 대한 열정으로 불타고 있다. “저는 강한 생존 본능을 갖고 있어요.”
- 에디터
- HAMISH BOWLES
- 포토그래퍼
- 애니 레보비츠(Annie Leibov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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