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먹으면서 먹는 영화 보는 영화제 맛집

2019.09.11

먹으면서 먹는 영화 보는 영화제 맛집

9월 6일부터 11일까지 서울국제음식영화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를 맞는 영화제인데요, 먹보들 사이에선 ‘영화제 맛집’으로 이미 명성이 자자한 영화제죠. 올해는 남산의 시원한 산그늘이 펼쳐지는 서울남산국악당과 대한극장에서 6일 동안 세계 29개국 67편의 먹고 마시는 영화를 상영 중입니다.

개막작 <푸드 파이터: 먹거리를 구하라>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맛을 발견하고, 지속 가능한 음식 문화를 고민하고, 세계적인 셰프의 아름다운 요리 세계를 만나는 각양각색의 영화를 준비했죠. 남반구를 넘어 세계적인 미식 요지로 꼽히는 호주의 맛을 만나는 특별전, 그리고 한국 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 영화 속 한국의 음식 문화를 돌아보는 특별전까지 다채롭게 상영했습니다.

영화 상영만 해서는 배고프죠. ‘먹으면서 보는 영화관’은 서울국제음식영화제의 백미로 꼽힙니다. 영화 상영과 맛난 음식이 한 상에 차려지는 대표 메뉴입니다. 영화계, 음식계 명사들과 함께 먹는 영화 보며 먹는 이야기를 나누는 ‘맛있는 토크’도 군침 도는 이야기가 잔뜩 펼쳐집니다. 하늘이 높아지고 나는 살찌는 가을을 시작하기에 제격이죠?

영화제에 상영할 영화를 1년 내내 고민한 황혜림, 원윤경 프로그래머가 섹션별로 두 편씩, 딱 10편만 엄선해 소개합니다.

새로운 맛의 발견 섹션>>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Abe

감독 페르난두 그로스테잉 안드라지 Fernando Grostein Andrade

Brazil | 2018 | 84′ | Fiction

열두 살 소년 에이브는 이스라엘인 엄마와 팔레스타인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엄마, 아빠는 에이브를 종교 없이 키웠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는 에이브에게 유대교 또는 이슬람교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죠. 그러던 중 에이브는 퓨전 요리가 특기인 브라질 셰프 치코를 만나게 되고, 어떻게 음식을 조화롭고 맛있게 만들 수 있는지 배우게 됩니다. 추수감사절 저녁에 자신의 다양한 뿌리를 모두 반영한 여러 요리를 준비하는 에이브. 가족들은 에이브의 요리를 통해 기나긴 싸움을 끝내고 화목한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Programmer’s Comment

오랜 세월 지속된 민족 갈등을 한 가족 안에서 다루면서 함께 나누어 먹는 음식과 사랑의 힘을 보여주는 따뜻한 성장 영화입니다. 2019년 선댄스영화제 상영작이기도 하지요.

이만큼이면 충분해  As Needed

감독 프란체스코 팔라스키 Francesco Falaschi

Italy, Brazil | 2018 | 92′ | Fiction

아르투로는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가진 셰프지만 욱하는 성질로 싸움을 하고 구치소까지 다녀왔습니다. 사회봉사 명령으로 자폐 청소년들을 위한 센터에서 요리 수업을 하게 된 아르투로는 요리에 타고난 재능과 절대 미각, 요리에 대한 열정까지 모두 갖춘,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스무 살 청년 귀도를 만나게 되죠. 귀도가 토스카나에서 열리는 청년요리대회에 참가하면서 아르투로가 멘토로 동행하게 됩니다.

Programmer’s Comment  

매사에 진지한 청년 귀도와 성질 급하고 분노 조절 못하는 아르투로, 생각도 성격도 다르지만 음식에 대한 진실한 마음만은 통하는 둘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은 따뜻한 코미디 영화입니다.

지속 가능한 밥상 섹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Eating Animals

감독 크리스토퍼 퀸 Christopher Quinn

USA | 2017 | 94′ | Documentary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등의 소설로 잘 알려진 미국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동명 논픽션을 토대로 하는 이 작품은 공장식 축산의 문제를 파고드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우리가 먹는 달걀과 유제품, 고기는 어디서 오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영화는 농업과 우리가 먹는 방식을 본래대로 되돌리고자 애쓰는 농부들의 이야기를 통해, 환경을 오염시키고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며 동물 학대를 방조하도록 했던 오랜 관행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모색합니다.

Programmer’s Comment

많은 사람을 먹인다는 명목하에 구축된 거대한 산업형 농업에 지배당한 대가가 무엇인지를 조명하고, 전통적인 방식의 농업이 머나먼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미래상을 제시합니다. 감독 겸 프로듀서인 크리스토퍼 퀸, 원작자 조너선 사프란 포어 외에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할리우드 스타 나탈리 포트먼이 제작에 참여해 더욱 화제를 모았죠.

슈퍼푸드의 이면 The Superfood Chain

감독 앤 신 Ann Shin

Canada | 2018 | 70′ | Documentary

매년 세상에는 새로운 ‘슈퍼푸드’가 등장하고, 놀라운 영양 성분과 효능을 자랑하며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곤 합니다. <슈퍼푸드의 이면>은 슈퍼푸드 이면의 사실과 신화를 파고들면서, 슈퍼푸드 산업이 세계 곳곳의 농어민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탐색하는 장편 다큐멘터리죠. 볼리비아, 에티오피아, 필리핀, 캐나다 등 4개 국가에서 촬영된 영화는 각지의 멋진 풍경과 함께 그곳에서 살아가는 농어민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Programmer’s Comment

슈퍼푸드 산업이 먹거리 안전성과 건강, 지속 가능한 농업, 먹거리 공정무역 실태에 뜻하지 않게 끼치는 영향 등을 통해 슈퍼푸드의 세계화라는 거시적인 문제를 조명합니다. 유행하는 슈퍼푸드를 먹는 동안 생각해봐야 할 문제!

셰프의 스페셜>>

셰프 펑키의 특별한 파스타  Funke

감독 갭 태러불지, 알렉스 이매뉴얼 Gab Taraboulsy, Alex Emanuele

USA | 2018 | 98′ | Documentary

에반 펑키는 직접 손으로 반죽하고 모양을 빚어 만드는 수제 파스타로 유명한,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셰프였습니다. 갑자기 레스토랑 문을 닫고 업계에서 사라졌던 그가 몇 년 만에 다시 나타나서 복귀를 준비하죠. 캐나다의 레스토랑 그룹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그에게 파스타 만드는 법을 가르쳐준 이탈리아 볼로냐의 파스타 장인을 다시 찾아가 초심을 다지는데요. 과연 새 레스토랑은 그의 바람대로 과거의 실수를 만회할 만큼 성공할 수 있을까요?

Programmer’s Comment

기록으로 남아 있는 365가지 모양의 파스타 중 188가지를 만들 수 있는 ‘파스타에 미친’ 셰프의 이야기입니다. 그 자체로 진귀한 구경거리!

오!? 미쉐린 스타  Michelin Stars – Tales from the Kitchen

감독 라스무스 디네센 Rasmus Dinesen

Denmark | 2017 | 82′ | Documentary

그야말로 미식의 황금기. 유명 셰프들이 대중에게 연예인 같은 존재가 되고, 음식 사진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자랑하는 것이 일상이 됐습니다. 영화는 바로 이 시점에서, 미쉐린 스타를 획득한 셰프들과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일상을 깊이 있고 진실하게 담아내려 노력합니다.

Programmer’s Comment

아름답고 창의적이고 역동적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현실감각이 필수적인 레스토랑 업계를 향한 애정을 담아 미쉐린 가이드의 위대함과 결점을 파헤치고 탐구했습니다. 2017년 산세바스티안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이에요.

특별전 2019: 호주의 맛>>

호주 와인 혁명  Chateau Chunder: A Wine Revolution

감독 스티븐 올리버 Stephen Oliver

Australia | 2012 | 57′ | Documentary

1970년대만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호주 와인. 불과 40여 년이 지난 지금 세계시장을 선도하기까지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다큐멘터리로, 와인 제조자, 와인 마케터, 와인 평론가, 와인을 즐기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각을 보여줍니다. 호주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바꿔놓은 와인의 역사, 호주의 와인 제조자와 마케터들이 바꿔놓은 와인 시장의 트렌드, 라벨 디자인과 브랜딩의 중요성을 살펴보는 내용.

Programmer’s Comment

우리가 잘 몰랐던 신대륙. 호주 와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재치 있고 통찰력 있게 풀어내는 영화입니다.

무슈 마요네즈 Monsieur Mayonnaise

감독 트레버 그레이엄 Trevor Graham

Australia, Germany | 2016 | 95′ | Documentary

멜버른에서 성장한 예술가 겸 영화감독 필리페 모라는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부모님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책을 만들기 위해 떠난 여정에서 아버지가 독일에서 태어났고 비밀리에 프랑스 레지스탕스를 위해 일하며 ‘무슈 마요네즈’라는 암호명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버지의 삶에 대해 더 알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그는 아버지가 전설적인 마임의 거장 마르셀 마르소와 함께 나치로부터 아이들을 구출해냈으며, 그 과정에서 바게트와 마요네즈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죠.

Programmer’s Comment

2017년 베를린영화제 상영작입니다. 격동의 역사 속에서 바게트와 마요네즈가 어떤 활약을 했는지 궁금하다면 필수 체크.

한국 영화 100주년 특별전: 영화로 만나는 한국 사회와 음식 문화>>

쌀 Rice

감독 신상옥 Shin Sang-ok

Korea | 1963 | 124′ | Fiction

상이군인인 차용은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무주 구천동 산골짜기의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용의 고향은 대부분이 메마른 황무지로, 논이 없어 늘 쌀 부족에 시달리죠. 아버지가 죽은 후 용은 가난을 벗어나겠다는 일념 아래 논을 일구기로 결심합니다. 바위산을 뚫고 금강과 연결되는 수로를 만들 계획을 세운 용은 마을 사람들과 힘을 모으고 관청에 보조금을 요청하죠. 하지만 공무원들은 선거를 핑계로 지원을 미루고, 산을 뚫는 공사에 동조했던 마을 사람들은 고된 노동에 쓰러져갑니다.

Programmer’s Comment

전쟁의 상처와 가난, 정치적 혼란을 근대화를 통해 극복하자는 계몽 영화라는 성격부터, 전후 사회의 빈곤과 복구, 개발 등 당대의 사회상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으로 의미가 깊어요.

삼공일 삼공이 (301, 302) Three-Oh-One, Three-Oh-Two

감독 박철수 Park Chul-soo

Korea | 1995 | 99′ | Fiction

새희망바이오아파트 302호 주민 윤희는 여성 잡지에 성에 관한 글을 쓰는 자유기고가입니다. 거식증으로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하는 윤희에게, 301호로 이사 온 새 이웃 송희가 요리를 들고 찾아오기 시작하죠. 끊임없이 음식을 만들어 나르는 송희와 어떤 음식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토하는 윤희. 갈등을 겪던 둘의 관계는 서로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달라집니다.

Programmer’s Comment

거식과 폭식이라는 섭식 장애를 통해 여성의 몸과 욕망, 심리에 대한 사회적 통찰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2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현대적인 문제의식이 돋보입니다.

    이해림(칼럼니스트)
    포토그래퍼
    Courtesy of 서울국제음식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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