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그리스 신전에서 열린 패션쇼
10월 3일, 그리스 아테네 출신으로 런던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마리 카트란주가 다른 어떤 디자이너도 쇼를 열어본 적 없는 장소에서 2020 S/S 컬렉션을 선보입니다. 어디냐고요? 바로 포세이돈 신전입니다. 서양 문명의 발상지로 널리 알려진 아테네, 그 황금기를 보낸 신성불가침의 장소에서 비공식적인 행사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
“오랫동안 그리스에서 뭔가를 해보고 싶던 차에 지난해 론칭 10주년을 맞으면서 적절한 시기라고 느꼈어요.” 36세의 디자이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한 사람이 있었죠. 1990년에 ‘Association of Friends of Children with Cancer(ELPIDA)’를 설립한 자선가 마리안나 바르디노야니스인데요. 그녀는 재단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카트란주에게 협업을 제안했습니다.
“마리안나는 내가 매우 프라이빗한 쇼를 원할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내가 포세이돈 신전에서 그리스에 바치는 쇼를 하고 싶다고 하자, 순간 정적이 흘렀거든요.” 카트란주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습니다. 사실 그리스 중앙 고고학 협회(Greece’s Central Archaeological Council(KAS))와 그리스 문화유산 유적지 보호 자문위원회는 2017년 아크로폴리스를 쇼 장소로 사용하고 싶다는 구찌의 요청을 한차례 거절한 적이 있습니다. “문화재청과 KAS의 허가를 받아야 해서 매우 어려운 과정이었고 결과를 기다리기까지 6개월이나 걸렸죠.” 카트란주는 말을 이었습니다. “7월까지만 해도 우리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허가가 났습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에 펑펑 울었어요. 지난 10년 동안 패션계에서 일하면서 그렇게 운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걸까요? “모든 게 잘 맞아떨어진 거죠. 우리는 ELPIDA를 위한 모금과 쇼 참석을 연결시켰습니다. 또한 컬렉션 각각의 룩에 사용된 기술은 포세이돈 신전이 지어진 시기의 예술, 문학, 과학에서 비롯된 철학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었거든요.”
또한 이 쇼를 열기 위해 모든 분야의 전문가를 총동원했습니다. 카트란주와 러셀 말리펀트 무용단의 ‘The Thread’ 작업을 함께 한 적 있는 오스카상 수상 경력의 작곡가 반젤리스 파파타나시우가 쇼의 배경음악을 작곡했습니다. 쇼의 전체적인 진행은 빌라 유제니의 에티엔 루소가 담당하죠.
포세이돈 신전은 기원전 444년에 아테네의 고대 아고라에 헤파이스토스 신전을 건축한 익티노스가 지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신전의 이름은 바다의 신의 이름을 따서 지었죠. 이 신전은 아테네 남쪽 70km, 에게해 아래로 65m가 이어지는 바위 꼭대기에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가 자신의 아들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바다로 뛰어들어 자살한 곳이기도 하죠. 그 왕의 이름을 따서 바다의 이름을 지었고요.
“열 살 때 처음 그곳에 가봤어요. 나 자신이 완전히 사라지는 기분이 드는 곳이죠. 10대 시절에 거기에 가서 생각을 정리하곤 했어요. 지금은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지만 그곳에 가면 나 자신과 그곳이 연결됐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하늘과 바다, 땅이 그토록 아름답게 이어진 곳은 포세이돈 신전 외에는 어디서도 본 적이 없습니다.”
- 시니어 디지털 에디터
- 송보라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 글
- Liam Free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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