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힐링 스톤을 아시나요?

2023.02.20

by VOGUE

    힐링 스톤을 아시나요?

    크리스털. 당대의 미신일까, 자연의 선물일까.

    FAUCET DRIPPING CRYSTALS 수도꼭지에서 다이아몬드가 쏟아지는 사진가 어빙 펜의 1963년 작 ‘Faucet Dripping Diamonds’를 재해석해 크리스털의 효과와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아델은 ‘이것’을 무대 공포증 극복을 위한 부적으로 사용한다. 빅토리아 베컴은 런웨이 쇼 백스테이지에 늘 ‘이것’을 구비한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보그> 에디터들의 책상에서부터 SNS ‘짤’에 이르기까지 이것을 볼 수 있다. 다름 아닌 놀라운 치유력을 지닌 ‘크리스털’이 뷰티 대세로 떠올랐다. 물론 과학적으로 돌덩이의 효능을 증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솔직히 예쁘게 생기긴 했다. 크리스털에 대한 의견이 어떻든 다채로운 팬톤 색상의 크리스털 사진으로 멋진 인스타그램 피드를 만들 수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좋아요’ 수도 수직 상승하니 그야말로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2020년 사람들은 여전히 웰니스(Wellness)를 신봉한다. 피부를 가꾸고 운동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디톡스도 해야 하고 좋은 에너지도 발산해야 한다. 최근 럭셔리 웰니스 세계에서 크리스털이 각광받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때 ‘히피’의 전유물이던 크리스털이 이제 스킨케어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로 회귀했다. 기네스 팰트로가 설립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미디어 ‘굽(Goop)’이 주최한 ‘인 굽 헬스(In Goop Health)’ 이벤트에서 선보인 고가의 페이스 롤러부터 물병에 이르기까지 어디든 크리스털이 말 그대로 반짝반짝 등장한다.

    크리스털을 활용하는 스킨케어 브랜드 ‘쉘(Själ)’의 창립자 크리스틴 페트로비치도 처음에는 크리스털의 효능에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이젠 열렬한 추종자가 됐다. “동양의학에서 수천 년 동안 사용해온 크리스털과 귀금속이 최근 들어 서양의학에 활용되기 시작했어요. 크리스털과 귀금속은 높은 주파수에서 진동해 이 진동이 우리 몸속 약한 세포로 전달되죠. 이 에너지가 신체의 에너지 시스템에 작용해 몸의 균형을 맞춰주는 거예요.” 크리스털을 이용한 마사지법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수정을 이용해 얼굴을 문질렀고, 중국에선 7세기부터 옥으로 마사지했다. 그럼에도 크리스털의 효능이 뉴에이지 세대의 미신이라는 비난의 목소리에 크리스틴은 기술 발전에 크리스털과 스톤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에너지 전도체로 알려진 투명 석영 크리스털은 컴퓨터 칩, 스마트폰, 라디오, 시계 등에 사용됩니다. 지구상에서 메모리를 가장 많이 저장할 수 있는 물질이죠.” 크리스틴의 말에 따르면 이 에너지는 미용에도 도움이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피부 톤이 고르게 되고 더 생기 있게 맑아져요. 어떤 보석과 치료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더 차분해지고 활력이 생기며 안정된 느낌까지 받을 수 있죠.”

    이런 흐름에 편승해 옥이나 수정, 자수정으로 만든 마사지 롤러가 뷰티 세상을 야금야금 장악하고 있다. 롤러는 손잡이 양 끝에 옥이나 수정, 자수정으로 만든 헤드가 부착된 제품을 말한다. 제일 작은 헤드는 눈가 마사지에 제격이다. 반면 큰 헤드는 얼굴 전체에서 목까지 마사지할 때 사용된다. 몇몇 브랜드는 원석 롤러가 주름을 펴주고, 콜라겐 생성 촉진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지만 그중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없다. 그래도 원석이 주는 쿨링 효과에 마사지 동작을 더하면 혈액순환과 림프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얼굴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하여 안색이 한층 맑아진다. 한눈에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섬세한 효과도 있다. 얼굴 근육의 긴장을 풀고 스트레스를 완화해 이목구비가 굳어지는 것을 방지하며, 피부 조직 사이에 낀 독소를 배출한다. 게다가 섬유아세포를 자극해 콜라겐과 엘라스틴의 생성을 촉진하고, 화장품 활성 성분이 피부 속으로 잘 스미게 돕는다. 심지어 페이셜 마사지는 신체 내부 에너지의 균형을 맞춰준다. 인체의 3대 경맥(방광, 위, 쓸개)이 얼굴과 두개골을 지나기 때문이다.

    이런 특출한 장점 덕분에 마사지 롤러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봄 ‘버치박스(Birchbox)’가 회원 20만 명에게 페이스 롤러가 담긴 택배를 배송하며 유명해졌다. ‘오 마이 크림(Oh My Cream)’은 로즈 쿼츠 롤러와 페이스 오일을 담은 패키지를 출시했는데, 이 상품은 2013년 창립 이후 가장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다. 또 제이드(Jade)에서 허비보어 보태니컬(Herbivore Botanicals), 샹테카이, 겔랑의 메탈 롤러에 이르기까지 브랜드마다 독자적 마사지 롤러를 내놓고 있으며, 데코르테를 비롯한 몇몇 브랜드는 페이스 롤러의 사촌 격인 괄사를 출시했다. 둥근 돌판 모양의 도구로 롤러와 동일한 방식으로 쓰는 마사지 전용 뷰티 툴이다.

    페이스 롤러의 인기는 요즘 들어 재조명된 ‘리토테라피’ 덕분이기도 하다. 리토테라피는 원석이 지닌 힘을 믿는 것으로, 1970년대 뉴에이지 운동과 함께 전파됐다. 리토테라피는 현재 두 가지 주요 트렌드, 즉 자연으로의 회귀와 신비주의로 소비자를 인도한다. “불안정한 세계에서 많은 소비자는 세대 불문, 신비주의를 찾게 돼요. 마음 둘 곳이 필요하니까요. 이렇게 코스메틱 분야에 나타나는 정신적 접근법은 특히 미국에서 두드러져요. 느슨한 규제 덕분이죠.” 트렌드 예측 전문 기관인 넬리로디의 뷰티 디렉터 오드리 룰랭의 설명이다.

    한반도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워리 스톤(Worry Stone)’도 괄목할 만한 흐름이다. ‘주머니 속 안정제’라고도 불리는 워리 스톤은 스트레스나 긴장을 풀기 위해 엄지에 두고 문지르는 작은 돌멩이로 한쪽이 움푹 파인 동전 크기다. 마음의 평화를 주는 장난감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피젯(Fidget)’ 아이템으로 4월호 <보그> 커버 모델인 벨라 하디드가 컬렉션으로 소장한 걸 보면 말 다 한 거 아닌가. 워리 스톤은 강가의 조약돌부터 준보석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원석으로 제작한다. 원석은 손으로 직접 깎아 문구를 새기거나(이 문구가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이들도 있다!) 바다에서 자연적으로 마모되기도 한다. 대부분 천연석으로 만들기에 사람들은 원하는 효과에 따라 원석을 고르기도 한다. 나쁜 기운을 빨아들이는 데는 블랙 오닉스,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선 클리어 쿼츠를 선택하는 식이다.

    크리스털 힐러 케이트 알렉산드라 딜리는 “2020년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러한 관심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예언한다. “지난해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바뀌었죠. 영적 건강관리나 웰니스, 크리스털에 열린 마음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그녀는 워리 스톤이야말로 크리스털 뷰티 월드에 입문하는 최적의 아이템이라 단언한다. “규칙 같은 건 없어요. 게다가 남녀노소 누구나 애용할 수 있죠. 손안의 작은 돌멩이는 무의식 세계에서 효능을 발휘할 거예요.”

    복잡한 건 딱 질색인 요즘 사람들을 위해 간편함의 미덕도 갖췄다. 주머니에 하나 넣고 다니며, 일할 땐 책상 위에 쓱 올려두면 되니 뭘 더 망설이겠나. 무시무시한 바이러스 창궐로 매일매일이 심란한 요즘, 심신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돌멩이를 양손에 쥘 시간이다.

      뷰티 디렉터
      이주현
      포토그래퍼
      이신구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