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지구 곳곳을 빛낸 ‘한국인’ 브랜드 8

2023.02.26

지구 곳곳을 빛낸 ‘한국인’ 브랜드 8

서울이라는 지리적 경계를 넘어 지구 곳곳에서 전성기를 누리는 ‘한국인’ 브랜드 여덟 개. 서울의 과거, 현재, 미래의 지점에서 그들의 2020 F/W 컬렉션을 만났다.

MINJUKIM 디자이너 김민주는 H&M 디자인 어워드 대상, 넷플릭스의 <넥스트 인 패션> 시리즈에서 우승하며 ‘한국인 최초’라는 수식어를 계속 쟁취하고 있다. 이번 2020 F/W 시즌에는 ‘밤의 기사(Night of Knight)’라는 주제로 강인하고 아름다운 여성을 형상화했다. 한국의 누비와 자수 장식을 떠올리게 하는 디테일과 풍성한 실루엣은 브랜드의 시그니처. 한적한 창덕궁 옆 돌담길에서 모델들이 민주킴의 옷을 입고 섰다. 양말은 삭스어필(Socks Appeal), 신발은 플랫 아파트먼트(Flat Apartment).

WE11DONE 2020 F/W는 웰던을 이끄는 권다미, 정혜진에게 기념비적 시즌이다. 파리 패션 위크 공식 일정으로 데뷔한 첫 런웨이 시즌이자 이를 위해 유명 브랜드와 일하는 ‘어벤져스급’ 스태프들이 모인 덕분이다. 쇼 프로덕션은 아이사이트, 캐스팅은 애니타 비튼, 쇼 음악은 미셸 고베르가 맡았다. 전 세계 100여 개가 넘는 온•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웰던은 현재 전 세계 젊은이들이 원하는 동시대적인 옷, 바로 그것이다. 편하고 섹시한 웰던을 입고 세운상가 공구 거리를 나섰다.

JUUN.J 지난 1월 파리의과대학에서 열린 준지 2020 F/W 컬렉션 제목은 ‘아토마쥬(Atomage)’. 영국에서 발간된 가죽 모티브의 패션지 이름에서 따온 주제인 만큼 컬렉션에는 가죽에 대한 정욱준의 2020년식 오마주가 담겨 있었다. 80년대 파워 숄더 실루엣을 재해석한 재킷과 코트 그리고 플리츠 스커트, 오버올, 여기에 준지의 새로운 테일러링 방법과 에코 레더를 더했다. 80년대 전성기를 누린 후 서울의 새로운 명소가 된 세운상가를 배경으로 모델 다섯 명이 도열했다.

WOOYOUNGMI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디자이너 자리에 오른 우영미는 단 한 번도 후퇴한 적 없다. 남성복 브랜드 솔리드 옴므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우영미’를 론칭한 것이 2002년. 그리고 18년 만인 지난 1월 남녀 통합 컬렉션을 선보이며 우영미 최초 여성복을 공개했다. 이번 컬렉션은 한 남자가 수백 년을 살며 여자로 변하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올랜도>에 영감을 받았다. 견고한 테일러링이 일품인 그녀의 옷을 입고 모델들이 포즈를 취한 곳은 국립현대미술관(MMCA).

EUDON CHOI 최유돈은 2009년부터 런던 패션 위크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시즌은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세계관에 영감을 받아 모더니즘과 영원함을 표현했다. ‘마이아스트라(Maiastra)’로 지칭한 이번 컬렉션에서도 브랜드 특유의 정제된 테일러링과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을 감상할 수 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한강 변의 공중전화 박스 주변으로 모델들이 모였다.

ROKH “지금껏 살면서 느낀 것들을 여동생에게 보내는 시각적 러브 레터”라고 황록은 이번 컬렉션을 설명했다. 영국 요크셔의 공장과 협업해 새빌 로의 남성 수트에 많이 쓰이는 원단을 공수했고 여자가 입었을 때 지나치게 딱딱하거나 무겁지 않게 옷감의 레이어를 직접 재가공할 만큼 노력을 기울였다. 록 2020 F/W 컬렉션을 입고 남산도서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모델들. 신발은 렉켄(Rekken)과 레이크넨(Reike Nen).

REJINA PYO 표지영은 한국에서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런던 세인트 마틴으로 건너가 루이스 윌슨 교수 밑에서 수학했다. 졸업 후 록산다, 셀린을 거쳐 2014 F/W 시즌 런던에서 레지나 표를 론칭했다. 표지영은 SFDF 2회 수상과 함께 2019년 영국 패션 어워즈 여성복 신인 디자이너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자연스럽고 우아하며 강한 여성. 레지나 표의 옷을 설명할 때 적절한 문장이다. 레지나 표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장충동 태극당에서 만났다.

KIJUN 패션에는 당위적으로 컬트적 인기가 필요하다. 김현우의 기준은 소수의 패션 관계자, 모델들이 열광적으로 지지하던 브랜드에서 서울의 쿨한 패션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 맨 먼저 언급하는 존재로 도약했다. 일상에 무미건조하게 흡수되는 옷이 아닌, 위트와 개성을 갖춘 브랜드는 서울에서 실로 오랜만이다. 광나루 한강공원의 레이싱 경기장에서 모델들이 기준 의상을 입고 저마다 레이싱을 펼치고 있다. 신발은 렉켄(Rekken)과 레이크넨(Reike Nen).

    패션 에디터
    남현지
    포토그래퍼
    김신애
    에디터
    이소민, 허보연
    헤어
    조미연
    메이크업
    유혜수
    모델
    이혜승, 박희정, 배윤영, 이지, 윤보미, 서유진, 수야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