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로 드러난 한효주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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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로 드러난 한효주의 기본

2021-06-07T13:49:13+00:00 2021.06.07|

<트레드스톤> 이후 액션 외에도 삶의 기본기를 다진 한효주.

한효주를 더욱 눈부시게 만드는 맑고 환한 피부. 데뷔 17년 차에도 여전히 풋풋한 인상을 주는 이유다. 이어커프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검정 니트 톱은 레하(Leha).

<본> 시리즈의 마니아라면 한효주의 행보에 큰 기대를 걸었을 것이다. <본> 시리즈의 스핀오프 드라마 <트레드스톤>은 2019년 9월부터 USA 네트워크에서 10회를 방영했다. 트레드스톤이란 CIA 산하에서 비밀리에 특수 요원을 키워내는 조직으로, 제이슨 본 역시 그곳 출신이다. 2002년 <본 아이덴티티>를 극장에서 본 여고생 한효주는 배우 17년 차에 <본> 시리즈의 스핀오프에 출연한다는 사실이 벅찼다. 맡은 배역은 북한의 피아니스트이자 트레드스톤에 의해 선택의 갈등에 처한 소윤. 첫 회에서 반묶음 머리에 하늘색 블라우스를 입고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청순한 한효주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다. 이도 잠시. 트레드스톤이 보낸 특정 멜로디로 능력이 깨어나면서 액션이 펼쳐진다. <본> 시리즈 특유의 몸을 구르고 부딪치는 맨손 액션이다. <본 얼티메이텀>(2007), <제이슨 본>(2016)에서 활약한 스턴트 배우 버스터 리브스(Buster Reeves)가 <트레드스톤>의 스턴트 코디네이터를 맡았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이 날개를 펼치고 뛰어내리는 장면을 연기한 분”이라고 한효주는 설명했다. 버스터가 훈련생 한효주에게 자주 꺼낸 단어는 ‘Enthusiasm’이었다. 그만큼 이 한국 배우는 열과 성을 다해 훈련에 가까운 1년을 보냈다.

<트레드스톤>의 국내 방송을 앞두고 한효주를 만났다. 나는 6년 전 어느 브랜드 광고 촬영장에서 한효주를 스치듯 만난 적 있다. 분홍색 레이스 원피스에 아이보리 트렌치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새하얀 피부가 멀리서도 돋보였다. 오늘은 청바지에 검은색 크롭트 톱을 입고 이마를 시원하게 드러내 머리를 묶고 나타났다. 새하얀 피부는 <트레드스톤>과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의 야외 촬영으로 약간 그을려 있었다. 꾸준한 운동 덕분인지 전신에 에너지가 돌았다.

저지 톱과 부츠로 연결된 레깅스, 체인 드레스는 발렌시아가(Balenciaga).

회를 거듭할수록 <트레드스톤> 제작진이 한효주 배우의 능력을 높이 사 비중을 키웠죠. 크레딧 순서가 점차 앞으로 갔다고 그러더군요. 잘해서라기보다 제게 기대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죠. 조금만 잘해도 능력 있는 배우로 평가해줘서 감사했어요. 덕분에 촬영이 거듭될수록 자존감이 높아지고 보람도 컸죠.

화이트 실크 블라우스, 자카드 재킷과 스커트, 부츠, 손에 든 진주 네크리스는 샤넬(Chanel).

액션 촬영이 많았는데, 준비 과정을 ‘훈련’이라고 표현하더군요. 1년 동안 무술 훈련과 근력 운동에 매진했어 요. 처음엔 어려웠지만 점점 익숙해졌어요. 이제 운동하지 않으면 몸이 찌뿌둥하고 무겁게 느껴질 정도예요. 운동 후의 개운한 맛을 알아버렸어요.

베스트와 팬츠, 로고 벨트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귀고리는 페르테(X Te), 왼손 검지와 오른손에 낀 반지는 르이에(Leyié), 왼손 중지에 낀 반지는 프레드(Fred).

매일 7~8시간씩 훈련했죠? 운동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거예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니까. 고맙게도 작품 덕분에 배우로서 역할뿐 아니라 생활의 활력도 되찾았어요.

매일의 훈련 일정이 궁금하군요. 오전에는 발 차기, 칼 쓰기, 총 쏘기 등 드라마에 필요한 스턴트 기술을 배우고, 상대 배우와 합을 맞춰보고, 오후에는 체육관에서 근력 운동을 했죠. 그 외 시간에는 피아니스트 역할이라 피아노와 언어를 익혔어요.

<트레드스톤>은 <본> 시리즈의 세계관을 가져가기에 맨손 격투와 추격전 등 몸으로 부딪치는 액션이 많잖아요. 부상은 없었나요? 다행히 부러진 데는 없었어요. 처음엔 요령이 없어 멍도 많이 들었지만 그조차 줄었죠. 한번은 구르는 연습을 하는데, 그냥 구르면 될 줄 알았거든요? 힘을 주다가 갈비뼈를 다쳐 응급실에 갔지만 괜찮았어요.

힘들기도 하지만 액션이 능숙해지면서 쾌감도 커졌겠군요. 확실히 몸을 쓰는 일은 정직해요. 얼마만큼 연습하고 운동하는지에 따라 몸이 변하고 태가 바뀌니까요. 시도하기 전까지는 이렇게 매력적인 줄 몰랐어요.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은 운동을 하고 있어요.

복근과 등 근육이 있어요. <트레드스톤>이 마무리된 뒤에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네요. <트레드스톤> 후에 촬영한 <해적: 도깨비 깃발>도 액션이 많았어요. 3개월 동안 일주일에 세 번은 검술, 와이어, 스턴트 훈련을 했어요. 배우는 계속 배우는 과정에 있는 거 같아요. 체력 좋은 20대에 액션 역할을 더 할 걸 그랬나 봐요(웃음).

레이스 드레스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해적: 도깨비 깃발>은 드라마 <추노>,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을 쓴 천성일 작가가 집필하고, <탐정: 더 비기닝>의 김정훈 감독이 참여했죠. 여름형 블록버스터를 선택해서 의외였어요. 일단 즐겁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원했어요. 요즘 다들 힘들잖아요. 저도 통쾌하고 재미있는 것을 찾게 되더라고요. 그런 타이밍에 <해적: 도깨비 깃발> 시나리오가 왔죠.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도 전에 작업을 함께 했기에 촬영장도 즐겁겠지 싶었어요. 빈말이 아니라 찍는 내내 행복해서 촬영 끝나는 날 울었어요.

그토록 화기애애한 이유는 뭐였을까요? 동료들 덕분이죠. 좋은 사람들이 모이면 분위기도 따라가거든요. 남양주 세트장이 자연과 함께여서 더 좋았나 봐요. 여름엔 푸르고 가을엔 단풍 들고 겨울엔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고 눈이 쌓였어요. 촬영 가는 길이 소풍 같았죠. 사실 매 작품이 좋기를 바라면 욕심이잖아요. 그렇기에 이번이야말로 운명 같은 시간이었어요. <트레드스톤>에 이어 <해적: 도깨비 깃발>도 힘을 많이 받았어요. <트레드스톤>은 부다페스트에서 촬영이 많았는데, 환경이 바뀌어 겁날 수 있지만 일 외에도 소박한 행복을 찾아내서 좋았어요. 그전까지는 촬영 없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도 몰랐거든요. 어릴 때부터 일을 시작해 사실 취미도 크게 없었어요.

한효주는 2005년 <논스톱 5>로 데뷔해 16년간 거의 쉬지 않고 작품을 이어왔다. <논스톱 5>의 보헤미안 사슴녀는 지금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효주의 첫사랑 이미지를 각인시킨 드라마는 <봄의 왈츠>(2006)다. 윤석호 감독의 계절 시리즈 <가을동화>, <겨울연가>, <여름향기>에 이은 마지막 작품이다. 한효주를 우리 엄마도 아는 국민 배우로 등극시킨 드라마는 <찬란한 유산>(2009)과 <동이>(2010)다. 특히 60부작 사극 <동이>로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한복이 잘 어울리는 배우기도 한데, 천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에서도 비운의 중전 역을 해냈다. 첫 상업 영화 주연작은 <오직 그대만> (2011)이다. 시각 장애를 겪는 정화 역을 맡아 복서 철민(소지섭)과 사랑을 나눈다. <쎄시봉>(2015), <뷰티 인사이드>(2015), <해어화>(2015) 등은 한효주의 청순함이 잘 드러난 멜로 영화다. 그는 <골든슬럼버>(2017)에 이어 <인랑>(2018)처럼 새로운 시도의 작품에도 과감히 참여했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반창꼬>(2012)에서 걸걸한 말투로 강일(고수)에게 거침없이 들이대는 미수, <감시자들>(2013)에서 꽃돼지란 별명의 감시반 신참이다. 그리고 <트레드스톤>의 액션 히어로 소윤. (한효주는 “액션 꿈나무”라고 정정했다.) 최근 1년 동안 한효주는 미디어에 거의 드러나지 않았지만 <트레드스톤>, <해적: 도깨비 깃발>에 이어 <암살 교실> 시리즈의 하스미 에이이치로가 연출한 일본 영화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까지 계속 촬영했고, 곧 드라마 <해피니스>에도 참여한다. 아파트에 퍼진 전염병을 소재로 아포칼립스를 다룬 이 드라마에서는 경찰 특공대 역할이다.

그러고 보니 16년 동안 쉬지 않고 일했군요. 일 욕심이 있어 매진하다 보니 일상을 채우지 못했어요. 일이 제일 재미있으니 이것만으로도 잘 살 수 있다고 여겼죠. 배우란 직업도 다른 사람의 삶을 입고 표현하는 일인 만큼 나를 많이 돌보지 못한 거 같아요. 얘기할수록 눈물 날 것 같네요. 저뿐 아니라 다른 분도 비슷할 거 같아요. 일을 너무 열심히 하다 보면 갑자기 번아웃 증후군을 겪기도 하잖아요. 나는 누구고 뭘 좋아하며 뭘 위해 사는지. 이런 고민을 많이들 할 텐데, 저는 그게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왔어요.

더블 F 로고가 돋보이는 시스루 보디수트는 펜디(Fendi), 레이어드한 베스트는 디올(Dior), 진주 귀고리는 멀버리(Mulberry).

당시 인터뷰를 보면 사춘기가 뒤늦게 온 거 같다고도 했어요. 조짐은 있었는데 모르는 척하다 세게 맞았어요. 더는 나를 방치하면 안 되겠구나, 아프던 찰나에 <트레드스톤>을 만났죠. 달라진 환경에서 작품뿐 아니라 일상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죠. ‘별거 아니어도 괜찮아, 좋아하는 걸 하자.’ 한동안은 쉴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목표를 향해 달렸다면, 이제 목적 없는 시간도 들였군요. 일상을 채워서 일과 균형을 맞추려고 해요.

나를 모르는 도시, 부다페스트에 머물며 촬영한 것도 도움이 됐을 거예요.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않고 평범한 나로 있으면서 일은 일대로 했어요. 작품의 성공 여부를 떠나, 지나고 보면 모든 것은 때가 있고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부다페스트에 머물 무렵 한효주는 공원에 자주 갔다. 잔디에 누워 낮잠을 자거나 친구와 영상통화로 수다를 떨었다. 촬영이 끝난 저녁에는 다뉴브 강가에 자리한 펍을 따라 걷다가 아무 데나 들러 맥주를 마셨다. 맥주의 탄산이 다 빠져나갈 만큼 강의 물살을 계속 보기도 했다. 한번은 부다페스트의 인공 섬에서 시게트(Sziget) 음악 축제에 갔다. 부스마다 록, 아프리칸, 클럽 등 각기 다른 음악이 흘러나왔다. 춤을 추거나 캠핑하듯이 누운 사람들에 섞였다. 팬데믹 전이기에 가능한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알다시피 한효주는 음악을 무척 즐긴다. 16년 전 <논스톱 5> OST에서 부른 ‘처음이었어요’를 시작으로 여러 음원을 들을 수 있다. 작사, 작곡까지 한다고 들었다고 묻자 한효주는 “감히 제가 어떻게”라면서 부끄러워했다.

부다페스트에서 돌아온 지금도 소소한 행복을 느끼려고 노력하겠어요. 특히 친구들,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좋은 시간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얼마 전에 지인들과 지리산을 등반했죠. 봄에는 산행이 좋더라고요. 지리산이 그토록 가파른지도 모르고 무모하게 올랐죠. 정말이지 정기가 웅장했어요.

데님과 가죽이 섞인 재킷과 팬츠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이너로 입은 크롭트 니트 톱은 레하(Leha).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Traveler, Actress’라고 표기했더군요. 지금은 팬데믹으로 힘들지만, 혼자 배낭을 메고 떠난 적 있나요? 이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했어요. 배우는 어찌 보면 프리랜서이기에 직장인 친구들과 시간을 맞추기 힘들잖아요. 그러다 보니 혼자 여행하고 영화 보고 밥 먹으러 가고. 불편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혼자 있고 싶지 않아요.

혼자서도 잘해왔지만 이제 힘에 부치나요? 여가든 일이든 함께 하면 더 좋겠어요.

동료애가 더 깊어졌다고 말했는데, 사회생활을 하며 반대로 가는 경우도 많아요. 사람 관계에 치이곤 하니까요. 주변에 좋은 분이 많아요. 아주 감사하죠.

외신 인터뷰도 많이 했더군요. 통역 없이 직접 전화 인터뷰도 하던데, 영어가 익숙해 보여요. 오해예요(웃음). 다만 도전에 두려움이나 주저함이 별로 없어요. 영어로 말할 때 단어도 틀리고 문장이 연결되지 않는 것 같아도 일단 해요.

학습법을 묻고 싶었어요. 학교 다닐 때 영어를 좋아했어요. 초·중학교 때 영어를 엄청나게 교육하잖아요. 다행히 그 시절에 외국어 학습을 즐겼던 거 같아요. 배우 일을 하면서 소홀해졌지만 <트레드스톤>를 기회로 다시 공부를 시작했죠.

베스트와 팬츠, 로고 벨트, 펌프스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귀고리는 페르테(X Te), 왼손 검지와 오른손에 낀 반지는 르이에(Leyié).

목표가 있으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준비할 거 같아요. 다행히 목표가 많지 않아요(웃음).

최근에 새로 생긴 목표가 있나요? 애니메이션 <소울>을 재미있게 봤어요. 제가 생각하는 작품의 의미는 이거예요. ‘목적 없이도 즐겁게 살자.’ 저는 늘 생산성을 추구하고 이뤄내며 성취감을 느끼길 바라면서 살아왔거든요. 뭐든 잘해내고 싶었고. 앞으로는 그런 마음 없이도 즐겁게 살면 좋겠어요.

<소울>의 주인공처럼 떨어지는 낙엽에도 아름다움을 느끼는 삶 말이죠? 목표와 목적 없이도 내가 오롯이 즐거운 지금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이전보다 행복해지겠군요. 재미있게 살려고요. 목적 없이 즐거운 삶이 군데군데 있길 바랍니다. 그래야 군데군데 많이 아프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