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심에서 생리를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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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생리를 외치다

2021-09-27T18:17:25+00:00 2021.09.28|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1%에 달하는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기후 변화에 일조하는 화석연료 기업. 매달 실리콘 생리컵으로 버티는 우리 여자들은 기후 위기에 제대로 맞서 싸우고 있나?

농담이다. 농담이긴 한데, ‘보다 지속 가능한 생리’라는 이름으로 마케팅이 이뤄지는 건 사실이다. ‘지구 지킴이’와 같은 생리 팬티 대신 탐폰을 사용하는 건 부끄러운 일처럼 여겨지는 요즘, 탐폰 사용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홍수, 산불, 지구 종말이 연상되는 일몰 등 심각해지는 기후 문제에 대한 책임이 기업에 있다는 것이 점점 분명해지면서(PG&E 산불 사태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폭발 사고를 떠올려보라!) 사람들은 이제 ‘개인이 나설 차례’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온갖 석유 회사가 지구를 탈탈 털어내는 와중에 생리컵 하나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글쎄, 미리 말하지만 꽤나 복잡한 얘기다.

생리로 발생하는 쓰레기 양은 어마어마하다. 생리하는 사람 1인당 평생 쓰는 탐폰만 해도 5,000개에서 1만 개에 달한다고 월경 케어 브랜드 코라(Cora)의 임원 제니퍼 브러시(Jennifer Brush)가 <보그>에 말했다.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발생하는 거죠.” 탐폰, 생리대, 팬티 라이너로 발생하는 쓰레기가 미국에서만 매년 20만 톤에 달한다. 본품은 물론, 이를 둘러싼 포장지나 애플리케이터를 합해서 말이다(여기서 유쾌하지 않은 진실이 있다면 생리대의 경우 90%는 플라스틱으로 이뤄진다). 생리용품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화석연료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과 폴리에스테르를 생리용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내분비계 교란 물질을 비롯한 다양한 환경 파괴 물질이 발생한다. 일반 면 소재의 경우 재배 과정에서 농약을 사용하고 유기농 면조차 처리 과정에서 수자원 낭비가 심각하다. 하지만 이 중 어떤 것도 생리하는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다. 실제로 생리가 수 세기 동안 지구에 미친 영향은 비교적 미미한 편이다. 그러다 1960년대에 들어 고급 플라스틱을 비롯한 합성 물질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고 알레한드라 보룬다(Alejandra Borunda)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기고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제조업체는 개발한 물질을 활용할 수 있는 시장을 새로 찾아 나섰습니다. 그 하나가 생리용품 시장이었죠.” 일회용품 생활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기업이 소비자의 편리함을 위해 시작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기업이 편하자고 시작한 일인 셈이다. 일회용 생리대나 탐폰만 봐도 생리하는 사람이 매달 제품을 쌓아둔 채 쓰고 수십 년간 구매할 수밖에 없게 만든 거라고 보룬다는 설명했다.

다시 말해 거대 플라스틱 기업이 생리용품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를 만들어냈다. 이상적인 세상이라면 이런 기업이 자초한 문제를 바로잡겠지만 정작 우리 여자들이 사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라고 한다면, 지구 온난화는 어느 때보다 심각하며 기업은 자사 이익을 손해 보면서까지 지구를 지킬 의지가 없다. 그렇다면 생리를 하면서도 어떻게 환경을 지킬 수 있을까? 생리하는 사람이 기후 위기에 대해 책임질 필요는 없지만, 다가오는 종말을 늦추고 지구의 미래를 지키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하고, 할 수 있을까? 기후 의식이 있는 공무원에게 투표하기, 원주민이 주도하는 환경 단체에 참여하기, 지역사회를 위해 노력하기, 교차 환경주의(Intersectional Environmentalism) 실천하기 말고 또 뭐가 있을까?

“어느 순간 내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어른들이, 이 경우엔 기업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거라면 우리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죠.” 원하는 친환경 생리용품을 구독 형식으로 제공하는 기업 어거스트(August)의 공동 설립자 나디아 오카모토(Nadya Okamoto)가 말했다. “이런 현실에 신물이 나는 것도 어거스트를 설립한 이유 중 하나예요.” 쓰레기 20만 톤을 쏟아내는 일회용 생리용품 시장에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소규모 기업이 작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어거스트다. 솔트(Saalt)와 인티미나(Intimina)에서는 재사용이 가능한 생리컵을, 모디보디(ModiBodi)와 띵스(Thinx)에서는 생리 팬티를, 더허니팟컴퍼니(The Honey Pot Company)와 코라에서는 어거스트처럼 오가닉 생리대, 탐폰, 팬티 라이너 등 다채로운 제품을 판매한다. 친환경 뷰티 마켓으로 알려진 더디톡스마켓(The Detox Market)은 새로운 여성용품 코너를 선보였다. 이런 기업이 소비자에게 환경친화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우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

지난 10년간 소비자도 대량생산된 기성 제품에서 이런 혁신 브랜드가 선보이는 친환경적이고 재사용 가능한 제품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 시장이 성장하는 원동력이죠.” 코라 공동 설립자 몰리 헤이워드(Molly Hayward)가 말했다. “기존 브랜드도 독자적으로 오가닉 탐폰이나 생리컵, 속옷을 선보이거나 친환경 브랜드를 인수하는 추세예요.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될지 눈에 훤히 보이기 때문이죠.” 소비자가 친환경 독립 기업 제품을 사용하면서 기존 주요 기업의 입지가 축소되고 있다. 이런 기업도 미약하지만 기후 변화에 대응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셈이다. 더허니팟컴퍼니 설립자 비 딕슨(Bea Dixon)은 이런 진전이 놀랍지 않다고 말한다. “홀푸드(Whole Foods)가 사람들이 장 보는 방식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생각해보세요.” <보그>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주요 식료품점마다 자연식품 코너를 두게 되었잖아요.”

개개인의 행동 변화가 집단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개인이 내리는 선택이 모여 기업 차원에서도 지속 가능성을 위한 행동을 하도록 만들 수 있다면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거다. 무엇이 ‘지속 가능’을 위한 선택일까? “지속 가능성이라는 용어 자체가 굉장히 포괄적이고 애매하긴 해요. 설명하기 어렵죠.” 헤이워드도 인정했다. 남발되는 만큼 의미를 잃게 되는 건 사실이니까. 환경 문제에 관해서라면 생물 다양성의 80%를 지키는 원주민을 참고하는 것도 중요하다. 애리조나주립대학의 지속 가능성 연구 선임 연구원 레베카 초시(Rebecca Tsosie)는 원주민에게 지속 가능성이란 ‘인간과 자연 간의 조화를 유지하고 그 조화를 후대에까지 이어가기 위해 의식적으로 취한 전략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재활용과 재사용을 넘어 자연에 대한 경의, 접근성, 공평한 임금 체계 등 모든 걸 포괄한다. 물론 탐폰, 생리컵, 생리 팬티에서 이 모든 걸 추구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친환경적인 생리는 한 가지 특정 제품에만 국한된 게 아닐지도 모른다.

어거스트, 더허니팟컴퍼니, 코라 같은 브랜드는 지속 가능한 방법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보다 지속 가능한 이론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상품에 적용한다. 예를 들어 오카모토는 어거스트의 가치가 어떻게 지속 가능성에 부합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추적 가능성, 윤리적인 기업 관행, 탄소 중립성, 과세 여부, 사회에 미치는 영향, 존엄성을 자세히 파헤치는 것이다. 먼저 추적 가능성이란 제품의 원료 사용부터 제조까지의 전 과정을 말한다. “회사가 제품의 원산지와 제조 과정뿐 아니라 공급망까지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죠.” 어거스트는 공급업체의 노동이 윤리적인지 자원을 투자해 점검한다.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목화가 비윤리적으로 생산되는지, 심지어 수용소에서 강제 노동으로 생산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사실을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오카모토가 <보그>에 말했다. “여성용품을 만드는 데 면이 필요한 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생산 과정에서 우리의 가치를 타협할 순 없었어요. 면 공급 문제로 여러 번 제품 출시를 미뤘을 정도로 가치를 지키는 일이 우선이었죠.” 어거스트는 제품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에 대해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탄소 중립성), 취약 지역에 기부도 한다(사회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생리용품이 사치품으로 분류되어 과세 대상이 되는 ‘탐폰세(Tampon Tax)’가 잔존하는 여러 곳에서 자사 소비자 대신 탐폰세를 부담한다. “생리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 곧 생리가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아름답고 영향력 있는 일임을 기억하는 것이 되죠.” 오카모토가 덧붙였다.

더허니팟컴퍼니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성의 핵심은 ‘접근성’이다. 지속 가능한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일부 소비자만 접근할 수 있다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소비자를 위해 고려하는 점 중 하나는 가격 모델의 지속 가능성이에요. 평범한 사람이 매달 제품을 살 수 있어야 합니다.” 딕슨이 설명했다. 더허니팟컴퍼니의 제품 대부분은 대형 마트에서 구매 가능하고, 깨끗하고 자연적인 원료를 사용하며,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으로 10달러 이하에 판매된다. 친환경 제품 중에서 보기 드문 케이스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폐기물 문제가 있다. 유기농 화장 솜, 바이오 플라스틱 사탕수수 탐폰 애플리케이터와 같이 재활용이 가능한 생분해 제품은 훌륭하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브러시는 재사용 가능한 제품을 추천한다. “생리컵, 생리 디스크, 생리 속옷이오.” 부연 설명하자면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생리컵은 질관에 삽입되어 12시간까지 착용이 가능하며 빼낸 후 씻어서 재사용이 가능하다. 생리 디스크는 생리컵과 비슷하지만 자궁 경관 하부에 더 깊이 삽입되어 착용감이 편안하며 성관계도 문제없다. 생리 팬티는 흡수성 좋은 소재로 만들어 생리혈을 흡수하며 세탁 후 재착용이 가능하다. “재사용 가능한 제품은 제대로 관리하면 10년 정도 쓸 수 있으니 쓰레기를 줄일 수 있죠.” 브러시가 말했다.

그럼에도 재사용 가능한 제품이 지구와 인간에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골반 저부 근육에 질환이 있거나 자궁내막증, 낭포가 있는 경우에는 생리컵이나 생리 디스크에 통증을 느낄 수 있으며, 생리량이 많은 경우에는 생리 팬티만으로는 불안할 수 있다. 그리고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면 생리컵, 생리 디스크, 생리 팬티 모두 실용적이거나 건강한 옵션이 될 수 없다. 또 생리 주기에 따라 생리용품에 대한 선호도 역시 바뀐다. “생리량이 적은 경우 생리컵만으로 충분할 수 있죠. 하지만 생리량이 많은 고객은 생리대를 사용하고 싶어 해요.” 브러시가 말했다. 물론 재사용 가능한 제품보다 일회용 생리대나 탐폰을 더 선호하는 고객도 있을 수 있고 이들을 문제 삼을 것도 없다(‘생리컵이 환경의 구세주다’라는 메시지는 이제 접을 때가 됐다!).

딕슨은 지속 가능성의 추구가 셀프케어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에 착안해 더허니팟컴퍼니를 시작했다. 딕슨은 세균성 만성 질염에 시달리다 꿈에서 선조가 자신에게 치유의 비전을 ‘선물하는’ 꿈을 꿨다. 딕슨이 설명하듯 합성 성분이 들어간 생리대와 탐폰에는 프랄테이트, 비스페놀, 파라벤, 트리클로카반과 같은 호르몬 교란제와 발암 물질로 의심되는 다이옥신, 글리포세이트가 함유되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탐폰을 사용하는 사람의 체내 수은 농도와 산화 스트레스는 조금 높은 편이다. “화학 물질이 질에서 신체로 흡수되죠.” 그리고 이러한 화학 물질은 자연에도 남는다. “초창기부터 저희는 식물 기반의 청정 제품에 신경을 썼어요. 사용하는 섬유부터 원료까지 모두요. 이 방법이야말로 저희 고객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확실한 방법이니까요.” 더허니팟컴퍼니의 유기농 면 생리용품에는 의심스러운 오염 물질을 함유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품이 일회용품이긴 하지만 지구와 인간에 좋은 영향을 끼쳐 서로 ‘윈윈’인 셈이다.

솔직히 말하면, 시중에 나와 있는 지속 가능한 모든 생리용품의 장단점을 살펴보니 구약 시대에 생리 중인 여성이 들어가서 쉬던 ‘레드 텐트’를 부활시키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주를 쉬고, 바지도 입지 않고, 생리컵이나 여성용품 없이도 생리를 할 수 있다면 어떨까? 물론 농담이다. 하지만 찬성하는 분?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