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아시아의 찬란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2022.03.11

by VOGUE

    아시아의 찬란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분위기 부상에 응수해줄 것을 요구받은 사진작가 샤리프 함자가 자신의 카메라로 현재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왼쪽부터)바르샤 타파(Varsha Thapa), 클로이 매그노(Chloe Magno), 유미 누(Yumi Nu), 링 탄(Ling Tan), 세겔렌 마리아노(Serguelen Mariano), 응옥 민 응오(Ngoc Minh Ngo), 손누리(Nuri Son), 마나미 기노시타(Manami Kinoshita), 페르난다 리(Fernanda Ly), 아티카 카림(Atikah Karim), 아이다 부아랏(Aida Buarat). 샤넬(Chanel) 의상과 주얼리 외에 유미는 아레아 꾸뛰르(Area Couture) 보디수트, 링 탄은 프라발 구룽(Prabal Gurung) 시퀸 톱, 세겔렌은 타사키(Tasaki) 이어링과 불가리(Bulgari) 팔찌를 착용했다. 응옥은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 반지, 손누리는 코맨도(Commando) 베스트, 마나미는 월포드(Wolford) 톱과 타사키 진주 목걸이, 아티카는 반클리프 아펠 반지를 착용했다.

    NURI SON South Korean “저는 우리의 힘과 아름다움을 더 많이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드레스와 이어링은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YUMI NU Japanese-American “걱정하거나 원하는 모든 일이 가능하다고, 그것을 가질 만큼 충분히 가치 있다고 미래의 저 스스로에게 말하곤 하죠.” 재킷과 목걸이는 샤넬(Chanel), 보디수트는 아레아 꾸뛰르(Area Couture).

    CHLOE MAGNO Filipna-American “필리핀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감을 더 많이 드러내는 게 정말 좋아요. 자라면서 그런 모습을 많이 보지 못했죠. 제가 지금 사람들을 위해 그 역할을 할 수 있어서 더없이 기뻐요.” 재킷과 톱은 안나 수이(Anna Sui).

    ‘단지 하나의 일’로 여겨지는 스토리가 있다. 그리고 더 깊은 울림과 의미를 지닌 이야기가 있다. 20년 넘게 캐스팅 디렉터로 일해온 나는 패션계에서 가장 큰 몇몇 브랜드와 크리에이티브 팀을 위해 패션쇼와 캠페인, 에디토리얼 작업을 하는 행운을 누렸다. 그렇지만 나는 이번처럼 개인적인 의미가 많이 담긴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는 기쁨을 누려보지는 못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자라온 나는 서양 출판물에서 매우 동양인다운 아름다운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어머니가 젊은 시절부터 나의 유일한 미적 영감이었다. 잡지에서 나 같은 모습의 사람들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늘 아시아 출판물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10대 초반부터 서양 출판물을 구독해온 나는 지금 이 페이지에서 보는 이런 패션 화보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내가 패션계에 뛰어든 1990년대 후반에는 유명한 아시안 모델이 거의 없었다. 2000년대에 링 탄(Ling Tan, 이번 스토리에 등장하는), 나탄 부드로(Natane Boudreau), 키모라 리 시몬스(Kimora Lee Simmons), 이리나 판타예바(Irina Pantaeva), 지혜(Jihae)는 몇 안 되는 예외적 인물이었다. 나는 당시 그들을 우상처럼 숭배했다. 안나 수이, 세실리아 딘(Cecilia Dean), 게일 디존(Gayle Dizon), 니안 피시(Nian Fish), 레이 가와쿠보와 베라 왕 같은 많은 아시아계 선지적 인물들과 더불어 말이다. 그들은 내가 살면서 처음 접한 패션계에서 활동하는 매력적이면서도 강력한 다양한 아시아계 여성들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특히 중국과 한국 모델의 약진과 더불어, 모델계에서 아시아인의 대의성이 분명히 발전하긴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의 시야를 확장하고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미적 깊이, 그들의 피부 톤과 독특하고 다양한 특징을 포용하는 것과 관련해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아시아계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번 화보 아이디어는 사진가 샤리프 함자(Sharif Hamza)의 열정에서 비롯됐다. 2020년과 2021년에 아시아인을 향한 혐오 정서와 증오 범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에 대한 반박인 것이다. 필리핀인 어머니를 둔 샤리프는 잔인하게 가해 대상이 됐고(그리고 여전히 그 목표물이 되고 있는) 그 사람들이 지닌 미와 목소리에 힘을 싣고 그들을 인정하는 데 그의 작품을(우리의 작품을) 활용해야 한다는 데 책임감을 느꼈다.

    그가 진정으로 이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고 그것에 대한 의무감을 구체화할 수 있는 이 스토리에 함께할 팀을 꾸리는 것이 중요했다. 말레이시아부터 몽골까지 아우르는 아시아 대륙에 유산을 가진 모델부터 아시아계 미국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그레이스 안(Grace Ahn)에 이르기까지. 우리 어머니, 자매, 친척, 친구의 얼굴이 우리가 보고 싶어 하던 방식, 즉 ‘고상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회고되고 그려지는 것을 볼 수 있는 화보 촬영에 협업하기 위해 함께 모였다.

    이 스토리에 등장하는 여성들 모두 각자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이도록 연출했다. 그레이스는 뛰어난 이해력과 감각으로 그들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캐리커처처럼 과장되지 않도록 표현했다. 이 여성들이 이번 서사에 접목한 그들의 독특함과 개성이 이 인물 사진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이것을 통해 여성 개개인은 인간다워지고 인정받을 기회를 얻을 것이다. 그것은 이번 특집 기사가 이 모델들뿐 아니라, 바라건대 이 스토리를 보는 모든 아시아계 여성에게 의미 있는 이유다. 우리의 관점이 마침내 인정받게 됐다. 청소년기나 35년이 더 지난 시점에 이 스토리를 봤다 해도 나는 정말 권한을 부여받는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것이 단지 화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우리가 찬란하고 아름답게 표현된 것을 많이 듣고 자주 볼수록, 그런 방식으로 노출되는 일이 우리에게 잦아질수록, 나는 미래에 우리가 오명을 덜 쓰고 하찮은 존재라고 덜 느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VK)

    NGOC MINH NGO Vietnamese “당신은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가져야 하고,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을 세상에 보여줘야 합니다.” 드레스는 데이비드 코마(David Koma), 퍼 재킷은 아드리엔 랜도(Adrienne Landau), 귀고리는 불가리(Bulgari).

    LING TAN Malaysian-Chinese “아름다움은 당신이 내적으로 느끼는 방식입니다. 내적 행복감, 자존감, 기쁨과 평안 같은 거죠.” 드레스와 코르사주는 피터 도(Peter Do), 장갑은 데이비드 코마(David Koma).

    SERGUELEN MARIANO Mozambican-Mongolian “혼혈 여성으로서 저는 모델 산업에서 굉장히 특별함을 느껴요. 그리고 두 나라를 대표한다는 것이 아주 자랑스러워요.” 실크 드레스는 3.1 필립 림(3.1 Phillip Lim).

    ATIKAH KARIM Malaysian “말레이시아에서 자라면서 컬러리즘, 즉 피부색에 따른 인종차별이 저에겐 하나의 이슈였어요. 우리가 항상 서양식 미의 기준을 중시한다고 여겼죠.” 턱시도 재킷은 할펀(Halpern), 터번은 제니퍼 베어(Jennifer Behr), 브로치는 불가리(Bulgari).

    FERNANDA LY Australian-born Chinese “다른 문화가 정한 미의 기준을 준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동시대 아시아인이 이해하길 원해요. 어떤 방식으로 보이고 싶은지 우리가 선택해야 합니다.” 드레스는 브랜든 맥스웰(Brandon Maxwell), 브로치는 까르띠에(Cartier).

      사진
      샤리프 함자(Sharif Hamza)
      미셸 리(Michelle Lee)
      스타일리스트
      데나 지아니니(Dena Giannini)
      헤어
      에바니에 프라우스토(Evanie Frausto)
      메이크업
      그레이스 안(Grace Ahn)
      네일
      셜리 쳉(Shirley Cheng)
      프로덕션
      아너 헬론 프로덕션(Honor Hellon Production)
      디지털 아트워크
      아트 웍스 포스트 프로덕션(Art Works Post Prod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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