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아시아의 트렌드세터’ 한국, 고가품 소비 세계 1위

2023.01.30

by 이소미

    ‘아시아의 트렌드세터’ 한국, 고가품 소비 세계 1위

    우리나라가 2022년 세계에서 국민 1인당 고가품 소비를 가장 많이 한 나라로 조사됐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지난해 고가품 구입액은 168억 달러, 한화 약 20조9,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를 1인당 지출로 환산하면 325달러, 약 40만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미국 280달러, 중국 55달러 등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은 수준이다.

    Getty Images

    모건 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외모와 재정적 성공은 대부분의 다른 나라보다 한국의 소비자에게 더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한국의 고가품 수요가 구매력 증가와 함께 사회적 지위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욕구에 의해 주도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몽클레르는 한국 매출이 팬데믹 이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랐다고 발표했으며, 까르띠에를 소유한 리치몬트 그룹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한 거의 유일한 지역이 한국이라고 밝혔다. 프라다는 코로나19 전면 봉쇄로 중국에서 판매가 7% 감소했지만, 한국과 동남아 지역의 실적 호조로 선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이 ‘고가품 소비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데는 고가품을 즐기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것도 한몫했다. 최근 몇 년간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고가품 열기는 불확실한 미래, 내일을 대비하기보다 현재의 즐거움, 즉 ‘지금, 나’에 집중하는 라이프스타일과도 관련이 깊다. 오죽하면 SNS 인증 샷을 위해 하우스 브랜드의 쇼핑백까지 중고로 거래한다는 보도도 있다. 루이 비통과 디올 등이 신상품 출시를 앞두고 성공 여부를 시험적으로 판단하는 ‘테스트 베드’ 시장으로 한국을 먼저 꼽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Getty Images

    보고서는 하우스 브랜드가 한국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K-팝을 비롯한 한국 문화 산업에서 글로벌 수준의 영향력을 갖춘 셀러브리티를 앰배서더로 내세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랙핑크 멤버들은 이미 여러 하우스의 얼굴로 활약하면서 K-팝의 위상을 드높인 지 오래다. 지수는 디올, 제니는 샤넬, 로제는 생 로랑, 리사는 셀린느의 글로벌 앰배서더다. 최근에는 블랙핑크와 함께 동시대 K-팝을 대표하는 방탄소년단의 지민과 슈가가 디올과 발렌티노 글로벌 앰배서더로 각각 선정됐고, 데뷔 1년이 채 안 된 뉴진스의 멤버 하니·다니엘·혜인은 각각 구찌·버버리·루이 비통, 빅뱅 태양은 지방시, 에스파·엔믹스의 전 멤버가 지방시·로에베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각각 발탁되기도 했다.

    이처럼 K-팝의 전성기를 이끄는 아이돌이 패션 앰배서더로 활약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영향력이 영 앤 리치에 대한 선망과 맞물려 MZ세대의 고가품 소비로 직결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유난한 물질주의와 함께 단순히 부를 숭상하는 것을 넘어 겉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상대를 평가하고, 보여주는 것이 없으면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프리랜스 에디터
    주현욱
    포토
    Getty Images, Splash News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