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뉴스

IYKYK: 멜 오텐버그

2023.04.07

by Jane

    IYKYK: 멜 오텐버그

    패션계에서 종종 회자되는 말이 있습니다.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승자다.” 그만큼 치열하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분야에서 몇 시즌을 넘어 오랫동안 현역으로 일하는 게 힘들다는 의미에서입니다. 여기 정말 긴 시간 전 세계 패션계에서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사람이 있습니다. 스타일리스트들의 스타일리스트, 멜 오텐버그(Mel Ottenberg)입니다.

    ‘인터뷰’ 매거진 커버 스타, 뮤지션 라나 델 레이와 함께. @melzy917

    1976년생, 올해로 47세인 멜 오텐버그의 현 직함은 <인터뷰> 매거진의 편집장입니다. 앤디 워홀이 1969년 뉴욕에서 창간한 것으로도 유명한 <인터뷰> 매거진은 현재 격월간으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매거진은 지금 딱 시의적절한 셀러브리티를 전에 없는 비주얼로 표현하며 시원시원한 판형과 함께 종이 잡지만의 매력을 잘 보여주죠. 디지털 기사 또한 몇 날 며칠 공을 들여 촬영한 화보 말고도 MZ세대의 틱톡 스타와 함께 뉴욕 마트를 돌아다니며 완벽한 사과를 찾는 여정을 기록하는 등 힘을 뺐지만 재치 넘치는 읽을거리가 가득합니다. 전 세계에서 라이선스 매거진 말고 커버에 파멜라 앤더슨, 킴 카다시안, 엠마 코린, 마일리 사이러스를 그것도 가장 핫한 시기에 섭외해 파격적인 스타일로 찍는 곳이 몇이나 될까요. <인터뷰> 매거진은 창간 이래 가장 유명한 얼굴, 시대정신을 담는다는 기치를 현재까지 잘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토록 아이코닉한 잡지의 편집장인 것도 그의 커리어를 특별하게 수식하지만, 정작 그가 이름을 알린 건 셀러브리티 스타일리스트로서였습니다. 그를 거친 셀러브리티는 수도 없지만(현재도 <인터뷰> 매거진의 주요 스타일링과 인터뷰를 직접 담당합니다), 그중 리한나의 스타일링을 꽤 오래 담당했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 패션사에서 중요한 리한나의 모먼트 뒤에는 모두 멜 오텐버그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14년 CFDA 어워즈에서 파격적인 스와로브스키 시스루 룩을 선보인 리한나. Getty Images

    <보그 코리아>에서도 2016년 당대 패션 아이콘으로 떠오른 리한나의 조력자로 멜 오텐버그를 조명했죠. 당시 기사에 따르면 <디테일> <보그 옴므 인터내셔널> <i-D> 등의 패션지에서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던 오텐버그는 카니예 웨스트의 소개로 리한나를 만난 후, 그녀의 스타일을 완전히 뒤집어놨습니다. 2011년 리한나의 ‘Loud’ 투어부터 함께한 인연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대 인기 뮤지션에서 대체 불가한 패션 아이콘으로 승격한 리한나는 샤넬, 셀린느, 지방시 등 럭셔리 하우스가 제일 먼저 부르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 후에는 자신의 패션, 뷰티 브랜드를 론칭하며 패션계의 모굴이 되었죠.

    미국 워싱턴 출신 멜 오텐버그는 4대째 제빵 가업을 잇는 아버지, 잡지 디자인 일을 한 어머니와 의붓아버지 아래에서 자랐습니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에 진학했고 학교를 졸업 후에는 뉴욕에서 디자인 어시스턴트로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지루해졌습니다. 이유는 “한 컬렉션을 6개월이나 붙잡고 있는 게 너무 지겨워서”였죠. 그러다 우연히 잡지 <The Face>의 작은 촬영 스타일링을 맡으면서 진로를 바꾸게 됩니다. 연줄도 인맥도 없었던 20대의 멜 오텐버그는 다짜고짜 사진가 데이비드 라샤펠에게 편지를 보내거나 우연히 호텔에서 마주친 테리 리처드슨에게 자신이 상상한 화보의 아이디어를 떠들었죠. 집요하고 끈질기게 패션 피플들을 귀찮게 하며 그는 점차 작은 기회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패션 매거진 화보와 셀러브리티의 스타일링으로 경력을 쌓은 멜 오텐버그는 <i-d>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퍼플> <하퍼스 바자> <보그> 등 20년이 훌쩍 넘는 동안 패션계의 레전드 스타일리스트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인터뷰> 매거진 전에는 컬트적 인기를 끄는 베를린 기반의 매거진 <032c>의 패션 디렉터로도 활동했죠.

    라이언 고슬링을 모델로 한 구찌 캠페인 작업.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의 우주선을 모티브로 한 구찌 캠페인.
    빨간 우주복을 입은 멜 오텐버그. @melzy917

    그는 이미 대체 불가의 영역에 다다른 듯합니다. 단순히 셀러브리티와의 인연을 과시하며 일하지는 않죠. 다크한 유머, 서브컬처, 클럽 신, 언더그라운드의 미학을 메이저리그에 드리우는 탁월한 비전. 정확히 지금 패션 신에서 부족한 게 무엇인지 알고, 위험을 감수하며 파격적인 비주얼을 만들고, 스타일링을 넘어 인터뷰 진행, 기획을 아우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팅 능력, 패션 위크를 발로 뛰며 직접 자신의 카메라에 현장을 생생하게 담는 열정(그의 틱톡 계정도 추천합니다), 업계를 이끄는 이들에게 레퍼런스가 되기를 자처한 남자. 멜 오텐버그의 전성기는 현재 진행 중입니다.

    라나 델 레이 커버를 출간 후, 뉴욕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무료 배포 이벤트를 직접 진행한 멜 오텐버그. 그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달려온 젊은이들에게 팬을 인증하는 퀴즈를 낸 후 직접 잡지를 선물했다.

    ‘If you know you know’는 많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패션계에서 유의미한 영향력을 끼치는, ‘알 사람은 아는’ 인물에 대해 탐구하는 칼럼입니다.

    포토
    Getty Images, Courtesy Photos, 멜 오텐버그 인스타그램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