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지금’의 대체어, 지올 팍과 지올 팍

2023.04.23

by 김나랑

엔터테인먼트

‘지금’의 대체어, 지올 팍과 지올 팍

2023.04.23

by 김나랑

    ‘지금’의 대체어, 지올 팍과 지올 팍

    지올 팍은 원한다면 뭐든 보여줄 수 있다. 단, 그에게서 나온 것은 만든 사람도 통제 불가니 주의할 것.

    지올 팍(Zior Park)이 화제다. 유튜브 쇼츠에 지올 팍만 나온다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모두가 그의 ‘CHRISTIAN’ 뮤직비디오를 해석하기 바쁘다. 힙합 평론가인 나는 몇 년 전부터 지올 팍을 지켜봐왔다. 자기만의 세계가 확실한 아티스트란 감이 왔기 때문이다. 나처럼 지올 팍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빠져드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으며, 그는 더 나아가 삶의 모멘텀을 지나고 있었다.

    이번 앨범 반응이 좋아요. <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에도 출연했군요. 이전과는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확실히 달라졌어요.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부담스럽죠. 지금까지는 코어 팬을 모으던 시기였어요. 서브컬처 성향의 시기라고 할까요. 그런데 요즘은 변했죠. 제 영상의 클릭 숫자만 봐도 지금까지와는 차이가 크죠.


    ‘CHRISTIAN’ 뮤직비디오에 다양한 해석이 올라와요. 목사님이 올린 영상도 있던데요.
    저도 봤어요. 기독교 쪽에서 해석한 영상이 몇 개 있는데 그중 ‘다마스커스TV’ 채널의 선교사님 해석이 거의 정확해요. 저는 늘 이런 의문을 가졌어요. 돈이 날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 같은데 왜 성경에는 그것이 악하게 그려질까. 또 하나, 성 소수자 친구가 있는데 아버님이 목사예요. 제가 “너도 크리스찬이야?”라고 물었더니 “X나 크리스찬이지”라고 답하더라고요. 그때 장난으로 ‘Fucking Christian이야’라고 하면서 같이 놀았는데 그 말 하나로 만들기 시작한 노래예요.

    네크리스는 스와로브스키(Swarovski).

    2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분분합니다.
    사실 이 노래는 2절이 포인트예요. 크리스찬을 뭐라 하는 건 전혀 아니고, 오히려 저 자신을 반성하는 동시에 사람들에게 제안하는 내용이에요. 저는 무신론도 하나의 종교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그걸로 싸우잖아요. 있는 그대로 서로 존중하면 될 것 같은데. 그래서 이 대혼란 시대에 제가 제안을 한 거예요. 클리셰지만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자고요.


    ‘CHRISTIAN’을 듣고 인터넷에서 본 글이 떠올랐어요. 일주일 내내 방탕하게 살다가 일요일에 교회 가서 참회하는 것이 얼마나 편리하고 모순적인지 비판하는 내용이었죠.
    사람들이 자기 입으로 말한 가치관과 다르게 사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며 살아가죠.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자기 중심축이 있다니 좋잖아요. 그래서 노래에서도 ‘내가 아무리 문란하게 사는 것 같아도 나는 여전히 크리스찬이야’라고 말하는 거예요. 저의 정체성을 발악하면서 다시 한번 외치고 싶은 거죠. 요즘 너무 개인주의 시대잖아요.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죠.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인데 왜 그렇게 이기적일까, 이렇게 말하는 나조차도 이기적이지만 우리 서로 노력하자는 거죠.

    그런지한 리본 드레스는 듀이듀이(Dew E Dew E), 청키한 부츠는 릭 오웬스(Rick Owens), 레더 글러브는 베이스(Vass).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어요. 음악과 뮤직비디오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왔다는 것은 지올 팍의 작품은 해석이 필요하다는 뜻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예술이지만, 한편으론 사람들이 지올 팍의 의도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그런 걸 되게 좋아해요. 열어놓는 거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양하기 때문에 예술이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봉준호 감독도 자기 영화가 대중에 의해 성장했다고 말하잖아요. 사람들의 해석을 보면서 내 의도가 아니어도 더 재미있다고 느낀 적도 있어요. 굳이 제 의도를 사람들에게 100% 설명하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의 상상력을 방해하고 싶지 않고 선택권을 넘기고 싶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CHRISTIAN’의 2절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아도 그러려니 해요(웃음).


    지금까지 지올 팍의 음악은 영상이 함께해야 흥미가 배가 되고 완성되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누군가는 오디오만으로 완결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죠.
    일단 사람들이 음악을 길거리에서 들을 때 뮤직비디오도 함께 떠올리길 바랍니다. 다시 제 뮤직비디오를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제 영어 가사는 한국인이 그것에 가지는 심리적 장벽을 어느 정도는 무너뜨렸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일조한 게 제 뮤직비디오고요. 영어 가사를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해도 영상이 음악을 이해하게 돕죠. 영상은 음악을 더 쉽게 받아들이게 하는 일종의 장치인 거죠. 오디오로만 완성되는 아티스트라… 솔직히 제 취향은 아니에요.


    가사를 한글로 쓰면 자신의 의도와 의미가 달라지기에 영어로 쓴다고 했죠?
    맞아요.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저는 언어에 따라 각각의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어릴 때부터 제가 추구하고 싶은 분위기는 한국어랑 잘 맞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영어로 가사를 썼죠. 영상이 영어 가사가 지닌 ‘리스크’를 해결해준다고 봐요.


    음원 사이트에서 이런 댓글을 봤어요. “한국에 이런 아티스트가 있다니 자랑스럽습니다.” 음악이 매우 좋다거나매력적이라는 말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와요. 지올 팍은 이 댓글을 어떻게 해석하나요?
    음… ‘다양성에 한 스푼 추가해준 아티스트?’라고 보는 것 같아요. 국내 힙합이나 가요나 비슷한 분위기의 음악이 많잖아요. 아티스트의 정체성도 다들 비슷해 보이고요. 잔나비나 자이언티 같은 아티스트가 드물다고 생각해요.

    셔츠는 배리(barrie), 쇼츠는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버클 포인트 슈즈는 쏘유레슈어(Soulesures).


    음원 사이트에 이번 앨범의 장르가 ‘록’으로 표기된 것도 흥미로웠어요. 지올 팍이 속한 뷰티풀노이즈는 힙합과 가까운 레이블이고 그곳 아티스트가 활동하는 근거지도 장르 팬이 모인 힙합 신 같거든요.
    일단 저는 국내 음악 레이블은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뷰티풀노이즈도 굳이 힙합으로 분류되는 느낌이랄까요. 장르가 너무 없는데 장르 팬이라고 하는 것도 조금 아이러니하고요. 솔직히 저는 지금의 뷰티풀노이즈는 힙합 레이블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잡탕이죠(웃음).


    그러고 보니 “한국에는 얼터너티브 록을 추구하는 아티스트가 별로 없다”라고 말한 적도 있군요.
    네. 한국에는 얼터너티브 R&B는 많은데 얼터너티브 록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좀 더 현대적인 록 있잖아요. 이매진 드래곤스처럼 전자음악을 활용하는 밴드라고 말할 수도 있고요. 포스트 말론의 음악도 R&B가 떠오른다기보다는 음악과 의상, 행동까지 다 록에 가까운 느낌이잖아요. 힙합 느낌이 나는 록 창법, 현대적인 비트 위에 록 요소를 사용하는 팀이 한국에는 아직 많지 않죠.

    라이더 재킷은 모스키노(Moschino), 레더 스트레이트 팬츠는 코스(COS), 크리스털 네크리스는 스와로브스키(Swarovski).


    “내 노래 중엔 추천하고 싶은 노래가 없다”라고도 했어요. 그렇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음악을 만드나요? 그리고 음악을 계속 발표하는 이유는요?
    숫자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숫자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 많이 생각하죠. 이렇게 해야 반응이 좋겠다, 이런 영상은 사람들이 재미있어하겠다 같은 생각이요. 제 만족보다는 남에게 제공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서 음악을 만들어요. 그래서 제 앨범이 나오면 그걸 듣기보다 남의 음악만 틀어요. 음악적 가치로만 본다면 제 음악은 아직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에 비해 떨어져요.


    흥미롭군요. 사람들은 지올 팍이야말로 철저히 자기가 하고 싶은, 자기만족을 위한 음악을 한다고 생각할 것 같거든요.
    그럴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보이겠지’ 하면서 ‘그렇게 보일 것 같은’ 음악을 하거든요. 게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하면 이렇게 보이겠지, 이건 몇 년 동안 반응이 없겠지 하면서 사람들과 게임을 하는 거죠.


    전략가 같군요.
    아티스트가 성공하기 위해선 스스로 음악을 비즈니스적으로 대해야 해요. 실제로 음악만 만드는 걸 넘어서 저 스스로를 어떻게 팔 수 있을까 고민해요. 마미손 형이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 있어요. “원슈타인은 띄우기 아주 좋지만 지올 팍은 띄우기 너무 어렵다, 지올 팍은 시장에 팔기 너무 어려운 뮤지션이다, 그래서 지올 팍은 ‘스탯’ 쌓기 어려운 캐릭터를 키우는 느낌”이라고요. 원슈타인은 <쇼미더머니>에 나가서 잘됐지만 저는 나가기 싫었어요. 저만의 방식으로 하고 싶었는데 선례가 없어서 오래 걸렸죠. 앞으로는 아티스트가 자신의 비즈니스 전략을 보여주는 시대가 더 크게 열릴 거예요.


    또 어떤 활동을 계획 중인가요?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브랜드 론칭도 준비하고 있어요. 원래 사업가가 꿈이었기에 운영에도 신경 쓰려 합니다.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만든 음악을 내고 싶기도 해요. 지금보다 더 마니악해질 수도 있죠. 가장 중요한 건 이겁니다. 일단 음악은 계속한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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