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재미 쏠쏠! 2024 패션 위크 속 기발한 발견
패션 위크가 끝나면 또 하나의 놀이가 남아 있습니다. 런웨이 룩을 한데 모아 찬찬히 훑어보며 그 여운을 음미하는 거죠. 눈에 불을 켜고 트렌드를 남몰래 예측해보거나 당장 옷장에 적용할 만한 팁과 웨어러블한 룩을 찾아내면서요.
그중에서도 가장 큰 재미는 디테일 찾기에 있습니다. 보는 즉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지만 기발한 디테일이요. 실용성이나 트렌드 가능성도 꼼꼼히 따지지 않죠. 가방 사이로 삐져나온 스카프 자락마저 우연이 아니었을 런웨이인 만큼, 디자이너의 위트와 미감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치밀한 세계이기도 하고요.
2024 S/S 컬렉션에서 보물찾기 하듯 수확한 디테일과 액세서리를 모아보았습니다. 스크롤 내리는 재미가 쏠쏠할 거예요. 어쩌면 영감의 씨앗이 되어줄지도 모르고요!
오피스 스타일은 의상에만 적용된 게 아니었습니다. 보스는 아예 컬렉션 테마를 코프코어(Corpcore)로 잡고 사무실 복장을 모던하게 재해석했는데요. 모든 디테일 하나하나가 컨셉을 견고히 해주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만년필을 넥타이에 꽂은 스타일링이었죠. 보테가 베네타의 가방을 대신한 서류 파우치, 팔에 대충 걸친 아우터는 막 출장을 떠나는 비즈니스맨을 보는 듯했고요.
과거를 향한 그리움은 계속됩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액세서리에서 두각을 드러냈죠. 코페르니는 CD 플레이어를 하우스의 시그니처, 스와이프 백 셰이프로 담아냈어요. 유선으로 연결된 헤드폰까지 완벽했죠. 필름 카메라 모양을 그대로 따온 샤넬의 크로스 보디 백은 더없이 사랑스러웠고요. 두꺼운 스트랩을 정직하게 목에 건 루이 비통은 실루엣까지 그 시절을 똑 닮았군요.
칭칭 감싼 테이프, 감자 칩, 이케아 백 등 언제나 가방에 창의성을 쏟아붓는 발렌시아가! 예외는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슈퍼마켓에서 공수한 듯한 쇼퍼 백을 내놓았죠. 과일, 빵, 채소 등 새겨진 프린트도 제각각이었습니다. 희미하게 닳은 듯한 질감까지, 완벽히 일상적이었죠. 보테가 베네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집에 남은 신문지를 대충 접은 것 같은 생김새의 백을 올렸거든요. 물론 가죽 장인 하우스답게 소재는 가죽이었지만요.
S/S 시즌답게 목가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풍경을 그려낸 하우스도 많았습니다. 에르메스의 백 안에는 들판에서 갓 딴 듯한 들꽃이 한 움큼 들어 있었어요. 하우스의 고향, 스위스의 매력을 담은 발리는 좀 더 귀여웠습니다. 벨트처럼 허리에 두른 부케 홀더, 가방에 달린 종 형태의 참 등 아기자기한 방식으로 스위스 목초지의 풍경을 가져왔죠.
플라워 패턴이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는 시즌이지만 특히 장미가 도드라진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앙증맞은 장미 오브제를 가슴에 달고 나타난 비베타의 브라, 광택감 도는 장미 장식을 꽃다발처럼 연출한 발망의 백을 보세요. 화려한 동시에 그윽한 매력까지 발산할 수 있는 꽃은 장미뿐이란 걸 일깨워줍니다. 마지막 컬렉션이었던 알렉산더 맥퀸의 쇼를 관통한 소재 역시 장미였고요.
벨트는 더 이상 허리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앤 드멀미스터의 모델은 팔뚝에 벨트를 차고 나타났어요. 위치 하나 바꿨을 뿐인데 올 블랙의 지나친 진중함을 덜어내는 역할을 해냈죠. 시계를 찬 것처럼 손목에 두르기도 했고요. 프라다는 가방에 벨트를 달아 멋의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매력적이었던 건 카이트입니다. 제자리를 얌전히 지켰지만 디자인만으로 소장 욕구를 자극했어요. 허리를 끌어안은 손 모양 오브제를 버클 부근에 달았거든요. 가장 단순하고 정확하게 센스를 전달했죠.
슈즈도 발에만 머무르지 않았어요. 발렌시아가의 스틸레토 힐은 힐을 가장한 가죽 파우치긴 하지만요. 미우미우는 ‘여분의 신발’에 대한 꿈을 심어줬습니다. 납작한 플랫 슈즈를 신은 모델의 가방 속엔 메리 제인 힐이 욱여넣어져 있었죠(여담으로 소지품이 삐져나온 가방의 모양새는 이번 시즌 주목해야 할 실루엣 중 하나입니다). 마르코 람발디는 한층 더 낭만적이었습니다. 굽 있는 신발을 손에 든 채 맨발로 자유롭게 잔디밭을 거니는 모델들의 모습은 한없이 평화롭고 자유로워 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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