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게 입고 산책하기, 펜디 2024 S/S 컬렉션
킴 존스의 상상은 로마의 아침 출근길에서 시작됐습니다. ‘펜디 우먼’들이 스페인 계단을 오르내리고, 트레비 분수를 지나는 모습을 그렸죠.
그리고 그 판타지는 지난 20일, 런웨이에서 현실이 됐습니다. 도시의 유적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조각상 형태로 재탄생한 펜디의 아이코닉 백이 우뚝 솟은 2024 S/S 쇼장에서요. 쇼 내내 산책하듯 태평한 걸음으로 그 옆을 지나는 모델들에게선 조급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 차분함과 당당함, 여유롭고 자유로운 자태의 중심에는 옷이 있었고요. 원단을 다루는 솜씨, 의외의 컬러 조합, 아이코닉한 백까지, 모두 펜디스러웠습니다. 가장 돋보였던 건 킴 존스만의 감각이었지만요.
영감은 칼 라거펠트의 1999 S/S 컬렉션에서 얻었습니다. 해사한 색조와 단순하면서 감각적인 디자인, 기품 있는 디테일이 동시대의 감각으로 재탄생했죠. 수많은 흔적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카나리아 옐로 컬러의 드레스 룩. 24년 전 칼 라거펠트의 컬렉션에서 데본 아오키가 입고 등장했던 피스는 광택 처리한 리넨 소재의 드레스로 되살아났죠.
1990년대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더블 F 로고 퍼즐 프린트 역시 추상적인 패널 형태로 나파 가죽을 물들였습니다. 오프닝 룩에서부터 드라마틱한 움직임을 만들어낸 스트랩 조각 같은 디테일도 같은 맥락입니다. 니트 카디건, 스커트와 드레스의 구조가 서로 얽히고 뭉치며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냈고요.
눈치챘겠지만 컬러감이 무엇보다 근사했습니다. 애시드 옐로, 더스티 블루, 테라코타 브라운, 오렌지, 펄 그레이 등 대담한 색조가 한 룩 안에 맞닿아 있었죠. 그렇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컬러가 펜디의 고향, 로마를 닮은 온화한 기운을 머금고 있었으니까요. 그래픽적인 컬러 매치가 예리한 테일러링, 컷아웃을 비롯한 리드미컬한 디테일과 충돌하며 펜디만의 독특한 우아함을 이뤄냈습니다.
바게트, 피카부, 퍼스트 등 펜디를 상징하는 백은 가뿐해졌습니다. 모델들은 아담한 사이즈로 탈바꿈한 백을 한 손에 거뜬히 그러쥔 채 무대를 어슬렁거렸죠. 잇 백의 조짐을 보인 건 플립 파우치였습니다. 백을 납작하게 접은 듯한 셰이프와 (역시나) 유쾌한 컬러 블록으로 시선을 사로잡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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