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프레드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 담긴 의미

2023.11.22

by VOGUE

    프레드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 담긴 의미

    하우스의 역사, 창립자의 삶과 정신, 아름다운 원석의 광채와 그 광채를 더욱 빛나게 하는 태양. 이 모든 것이 하이 주얼리 컬렉션 ‘무슈 프레드 이너 라이트’에 담겨 있다.

    “‘빛’이라는 단어를 잊은 적이 없습니다. 태양과 보석이 내는 빛은 물론 우리 각자의 내면 깊은 곳에서 반짝이는 빛(Inner Light)까지도 말입니다.” 발레리 사무엘은 무슈 프레드의 회고록 중 이 문장에서 영감을 얻어 하이 주얼리를 기획했다. ‘무슈 프레드 이너 라이트’라는 이름의 이 컬렉션은 그녀에게 하우스 설립자를 재발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주얼리에 응축된 순간과 사건은 가족에 대한 추억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어느 누구와도 다른 걸 시도하는 보석 전문가였습니다. 항상 색다른 길을 택했죠.”

    무슈 사무엘의 삶과 하우스의 정수를 함축한 이 컬렉션은 6개 챕터, 24개 주얼리 피스로 구성되어있다. 각 피스 안쪽에는 챕터에 따라 각기 다른 삶의 철학이 담긴 문구와 떠오르는 태양 형상이 은밀하게 각인돼 있다. 또한 파리 루아얄 거리의 첫 부티크를 시작으로 모든 프레드 매장 외관에 적용한 아치 형태를 센터 스톤의 프롱 세팅에도 응용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스타일을 강조해야 할 시점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환상적인 세계로 뛰어드는 대신 우리의 DNA와 뿌리를 향했죠.” CEO 찰스 룽은 프레드 사무엘이 주얼리에 일찍이 남녀 공용 개념을 도입하고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인 점을 예로 들며 새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6개 챕터 중 첫 번째 챕터인 ‘크리에이티브 인스팅트(Creative Instinct)’는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진주를 취급한 보석상’ 무슈 프레드의 명성을 기린다. 그가 보석상을 오픈하고 제작한 첫 번째 주얼리 또한 핑크빛이 도는 화이트 진주를 세팅한 피스였다. 파리 주얼리계에서 처음으로 양식 진주를 소개한 그의 대담함은 ‘Dare the unexpected(뜻밖의 도전을 하라)’라는 문구로 하이 주얼리에 새겨졌다. 3개의 초커와 커프, 투 핑거 링은 총 100개 이상의 남양 진주와 아코야 진주, 850개 다이아몬드로 장식했으며, 물결치는 파도와 물거품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 각기 다른 크기의 진주알을 조합하고 완성하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들었다.

    ‘프리티 우먼 제너러스 하트 트랜스포머블’ 네크리스의 동심원 하트 펜던트를 세공하는 모습.

    ‘프리티 우먼 제너러스 하트(Pretty Woman Generous Heart)’는 하우스의 대표 컬렉션 중 하나인 프리티 우먼을 재해석하는 동시에 설립자의 인간적인 면을 형상화한다. 반복되는 하트 모티브는 아내 테레즈와 사랑에 빠진 순간, 가족과 주위 사람에 대한 보살핌 등 그가 삶 전반에 보여준 다양한 방식의 사랑을 상징한다. 이 챕터의 주얼리는 조합이나 변형이 가능해 50가지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자 특징. 하트 링크 네크리스는 정교한 기술로 완성한 전용 장치를 달아 길이를 조절해 브레이슬릿으로 연출하거나 참을 장식할 수도 있다. 네크리스와 링 둘 다 동심원 하트 모티브의 센터 스톤인 핑크 투르말린을 분리해 심플하게 착용할 수 있는데, 찰스 룽은 이런 기능이 주얼리의 활용성을 강조한다고 설명한다. “미술 작품에 견줄 정도로 투자가치를 중시하는 것이 요즘 하이 주얼리 트렌드죠. 하지만 (고가의 하이 주얼리를 지키기 위해 따라붙는) 보디가드 10명 없이도 하이 주얼리를 누릴 수 있는 즐거움 또한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5.11캐럿의 산타 마리아 컬러 페어 컷 모잠비크산 아쿠아마린을 중앙에 세팅한 ‘빵 드 쉬크르 조이풀 애티튜드’ 링.

    프렌치 리비에라의 지중해를 닮은 ‘빵 드 쉬크르 조이풀 애티튜드(Pain de Sucre Joyful Attitude)’의 그러데이션은 아쿠아마린, 터키석, 라피스라줄리, 크리소콜라, 디카이트, 소달라이트 등 푸른빛을 내는 컬러 스톤과 다이아몬드로 연출한 것이다. 슈가로프(원뿔형) 컷 카보숑 아래 얇게 가공한 색색의 스톤을 겹쳐 색감을 조절하는 더블릿 기법을 적용해 수천 가지 색조의 블루를 표현했는데, 보통 질 낮은 원석에 사용하는 세공 기술이기 때문에 파격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주얼리 세공 기술을 재발견하고 경계를 확장하는 것 또한 하이 주얼리의 역할입니다.” 발레리 사무엘은 ‘포스텐 위닝 스피릿(Force 10 Winning Spirit)’ 버클에도 이 기법을 응용했다. 브레이슬릿의 버클은 다이아몬드 세팅 위에 편평하게 가공한 아쿠아마린을 얹어 미묘한 푸른빛과 독특한 광채를 자아낸다. 화룡점정은 버클 중앙의 프레드 히어로 컷 다이아몬드. 완전히 새로운 32면 커팅 방식을 보여주는 프레드 히어로 컷은 프레드만 독점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6개월에 걸쳐 개발했다. 프레드에 자주 등장하는 테마인 바다에서 착안, 돛 모양에서 영감을 받았다. “남자를 위한 하트라고 할 수 있죠.” 룽은 히어로 컷이 방패 모양의 슈퍼맨 로고를 연상케 한다고 말하며 덧붙였다. “한계를 뛰어넘고, 스스로를 극복하라고, 언제나 긍정적으로 여기라고 우리를 격려하면서 누구나 매일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알려주는 프레드 사무엘의 메시지와도 같습니다.”

    크로스 보디 롱 네크리스는 사파이어 세팅 링을 끼운 화이트 골드 케이블, 다이아몬드 세팅 체인과 버클 등이 링크로 이어져 영화 속 히어로의 만능 무기처럼 변화무쌍한데, 히어로 컷 크리스털 나침반이 가장 눈에 띈다. “항해사 가족이기에 방향을 찾는 것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발레리 사무엘은 프레드 사무엘을 하우스의 나침반에 비유했다. “프레드 사무엘의 자세와 정신은 지금까지도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존재합니다.”

    1977년 처음 발견한 후 2021년 하우스에서 다시 사들인 옐로 다이아몬드 ‘솔레이 도르’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솔레이 도르 래디언트 에너지’에 세팅한 옐로 다이아몬드 원석.

    ‘솔레이 도르 래디언트 에너지(Soleil d’Or Radiant Energy)’는 2021년 다시 하우스의 품으로 돌아온 전설적인 옐로 다이아몬드를 기념하는 챕터다. 무슈 프레드에게서 희귀한 원석에 대한 취향을 물려받은 아들 앙리 사무엘은 1977년 105.54캐럿의 아름다운 인텐스 옐로 컬러 다이아몬드를 발견하고 솔레이 도르라고 이름 붙였다. 동시에 100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를 소유한 주얼리 브랜드만 가입할 수 있는 ‘100 클럽’에도 합류해 하우스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이 챕터에 속한 4개의 주얼리는 화이트 다이아몬드와 옐로 다이아몬드를 조합해 바다 너머 노을이 지는 모습을 형상화한다.

    ‘샹스 인피니 페이스 인 데스티니(Chance Infinie Faith in Destiny)’의 주얼리에는 ‘Create your luck(자신의 행운을 만들어라)’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으며 운명의 주인이 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프레드 사무엘이 처음 하우스를 시작한 1930년대 중반에는 아르데코 스타일이 지배적이었는데, ‘크리에이티브 모던 주얼러’를 자처한 프레드는 그 사조를 자신만의 현대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고 차별화된 주얼리를 제시해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이 챕터의 피스는 아르데코와 프레드의 대표 라인 샹스 인피니의 렘니스케이트를 결합한 디자인이 특징. 렘니스케이트는 무한대를 상징하는 동시에 프레드 사무엘이 태어난 1908년 8월의 중복된 숫자 8과도 닮은 모티브다. 쇼트 네크리스는 28.7캐럿 스리랑카산 사파이어와 더블 롱 네크리스를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으며, 이어링 브로치는 남성용 수트에 장식하는 알버트 체인으로 연출할 수 있다. 찰스 룽은 남자들도 하이 주얼리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이 주얼리가 남성의 매력을 돋보이게 할 뿐 아니라 남자들이 착용했을 때 놀림감이 되는 대신 스타일리시해 보인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프레드만의 고유한 주얼리를 연구하고 제시하는 과제는 프레드 사무엘에서 발레리 사무엘로 이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무슈 프레드 이너 라이트 컬렉션은 개혁 정신에 또 다른 혁신을 더했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프레드, 주얼러 크리에이터 Since 1936>전의 마지막 전시장에서 이 컬렉션의 일부를 볼 수 있다.

      컨트리뷰팅 에디터
      송보라
      포토
      Courtesy of F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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