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요르카의 오래된 돌집에 취향을 불어넣으면
캠퍼랩을 론칭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킬레스 이온 가브리엘이 마요르카의 오랜 돌집에 취향을 불어넣었다.
캠퍼(Camper) 브랜드에 캠퍼랩(CamperLab) 라인을 론칭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킬레스 이온 가브리엘 (Achilles Ion Gabriel)이 팔마데마요르카(Palma de Mallorca) 중심부의 호화로운 자택을 공개했다. 약 3년 전 매입한 이 구옥은 오랫동안 사람의 눈에 띄지 않은 채 방치됐다. 그는 다양한 스타일의 가구, 직접 수집한 인테리어 소품과 조각품, 수십 점의 그림으로 실내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창의적이면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이너의 강렬한 에너지가 집 안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START
혹자는 그의 성공을 우연의 일치라고 할 것이며 또 어떤 이는 그를 행운의 주인공으로 여길지 모른다. 핀란드의 로바니에미(Rovaniemi) 출신인 아킬레스 이온 가브리엘은 학창 시절 우연히 한 광고 전단을 보았고, 그길로 건축학 공부를 포기하고 신발 디자인에 전념하기로 결심했다. 그 후 마르니, 꾸레주 같은 브랜드와 협업했고 마침내 캠퍼의 라인 캠퍼랩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면서 야망은 현실로 이뤄졌다. 2019년부터 그는 미래지향적이고 과감하며 다채로운 제품을 디자인했다. 진정성 있으면서도 독창적인 그만의 비전으로 브랜드의 명성을 되찾는 데 이바지하는 중이다. 2020년부터 캠퍼의 라인, 캠퍼랩을 이끌고 있는 아킬레스는 자신의 창의적인 영혼을 키워줄 새로운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찾고 있다. “언제나 일을 벌이는 편이죠. 지루한 건 못 참아요. 마요르카에 있는 갤러리 중 가장 좋아하는 비비(Bibi)에서 전시회를 열었어요.”
STYLE
우리 예상과 달리 아킬레스 이온 가브리엘이 어릴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있진 않았다. 사실 그는 모터크로스나 스노보드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유독 좋아하는 아이였다. “어릴 땐 스케이터 룩을 쭉 고집하다가 고등학생 때는 진지한 스타일의 올 블랙 룩을 입었어요. 그러다가 색을 가미해 유쾌한 방식으로 스타일링하기 시작했죠.” 15년 전 그는 앤 드멀미스터의 패션을 처음 접했고, 그녀가 디자인한 옷을 사랑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아킬레스는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 앤 드멀미스터의 로큰롤이 가미된 로맨틱 룩에서 일본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의 아방가르드하고 시대를 초월한 룩까지 여러 장르를 추구하며 다양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사실 최근에는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조차 관심이 없어졌어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옷이면 충분하니까요.” 그는 스타일을 자주 바꾸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패션 추종자다. 아킬레스는 자신의 독특한 패션 취향을 온전히 즐긴다. 컬러풀한 오버사이즈 롱 코트, 통 넓은 데님 팬츠, Y2K 티셔츠를 즐겨 입으며 자신만의 힙한 패션 룩을 선보이던 그가 웬일인지 테일러링 룩에 푹 빠지기도 했다. 요즘엔 신경 쓰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한 끗이 다른 스타일을 추구한다. “수트와 오버사이즈 코트를 잘 입어요. 하지만 신발은 거의 운동화와 부츠만 신어요. 옷을 차려입을 시간이 별로 없는 사람처럼 보이는, ‘꾸안꾸’ 룩을 좋아하죠.”
가방에 관한 그의 패션 신조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그는 간단하게 말한다. “일단 너무 진지하게 고민하지 마세요.” 그는 선이 확실하면서도 디자인이 재미있는 보테가 베네타, 스키아파렐리, 프라다 제품을 좋아한다. 그는 집에서 입는 옷이라고 아량을 베풀진 않는다. “스웨트팬츠와 레깅스보다는 세련되고 멋진 옷을 입어야 삶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죠. 전 집에 혼자 있을 때도 늘 차려입어요. 친구들이 신기해할 정도죠.” 패션에 비해 뷰티 루틴은 유연하다. “니오드(Niod)의 기초 라인 제품을 신봉하는 팬이에요. 하지만 하루에 어느 정도 스킨케어에 할애할지는 매번 달라지죠. 어떨 땐 2분, 중요한 날엔 45분까지도 걸려요.”
INTERIOR
거의 3년 동안 발레아레스제도를 드나들던 아킬레스는 그때까지만 해도 임시 거주지에서 머물렀다. 그러던 중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의 근사한 돌집에 정착했다. 외관은 모던한 스타일로 지었고, 야외에 수영장이 있으며, 돌로 지은 오래된 별채는 세탁을 위한 다용도실로 사용 중이다. 이 집에서 가장 특별한 공간은 바로 정원이다. 버려진 배 한 척이 한 폭의 그림처럼 매력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집을 꾸밀 때는 마음에 드는 물건만 들여놔요. 어정쩡한 것은 없죠. 주변 다른 소품과 어울리는지 별로 고민하지도 않고요. 어쨌든 이곳은 내 집이고 내 맘에 들면 되는 거니까요.” 그는 특히 빈티지 가구를 좋아하며 상반되는 형태의 오브제를 한자리에 배치하길 선호한다. “실내장식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 건 재미없잖아요. 고전적인 것부터 괴상한 것까지 제가 좋아하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품이 한자리에 있죠. 불일치 속에서 모든 것이 저마다 의미를 가져요. 혼란스러운 제 머릿속을 헤엄치는 것과 닮았죠.”
수년에 걸쳐 그가 수집한 작품 가운데 가장 아끼는 애장품은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골판지 의자와 사라 레갈(Sara Regal)의 갈리시아풍 예쁜 조각품이다. (VL)
추천기사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