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바다를 닮은 인플루언서의 반지

2024.06.07

by VOGUE

    바다를 닮은 인플루언서의 반지

    인플루언서 소피아 륑고르 노르만이 가족 사업에 뛰어들었다. 1963년 주얼리 브랜드를 설립한 덴마크 디자이너 올레 륑고르의 손녀로 할아버지와 어머니에 이어 3대째 하우스의 디자인을 맡게 된 것. 심해에서 영감을 받은 데뷔 컬렉션으로 소피아는 자신만의 항해도를 입증했다.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의 심플한 탱크 톱에 거대한 튤 러플 모자를 쓰고 포즈를 취한 소피아 륑고르 노르만. 모자는 로테이트(Rotate). 새끼손가락에는 다이아몬드와 아쿠아마린, 화이트 아코야 진주를 세팅한 18K 옐로 골드 물고기 반지를, 양 손목에는 수면의 출렁임을 표현한 18K 옐로 골드 뱅글을 착용했다.
    요즘 소피아는 이 물고기 반지를 매일 착용한다. 이 반지가 없으면 벌거벗은 기분이 들 정도다.

    애용하는 주얼리를 착용하지 않으면 벌거벗은 기분이 든다. 소피아 륑고르 노르만(Sofia Lynggaard Normann)도 마찬가지다. “정말 기분이 이상해요, 홀딱 벗은 것처럼요!” 그녀가 외쳤다. “이 반지 없이는 아무 데도 갈 수 없어요.” 그녀는 반지를 낀 새끼손가락을 들었다. 입에 커다란 진주, 눈에는 아쿠아마린이 박힌 물고기 반지다. 비늘과 그물 패턴이 18K 옐로 골드로 정교하게 세공돼 있다. 그녀의 할아버지 올레 륑고르(Ole Lynggaard)가 1963년 설립한 브랜드를 위해 그녀가 처음 디자인한 것이다. 누구도 그녀에게 할아버지 뒤를 이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어머니 샤를로테 륑고르(Charlotte Lynggaard)도 마찬가지다. 샤를로테는 1994년 가족이 운영하는 브랜드에서 자신의 첫 컬렉션을 선보였다. “할아버지가 나를 돌봐줄 때마다 함께 그림을 그리곤 했어요. 우린 통하는 게 있었죠.” 륑고르 노르만은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학교와 회사를 들락거리며 자라서 모두 가족 같아요.” 그녀는 어머니의 책상에서 스케치를 하며 많은 나날을 보냈고, 이제 동료로 그 공간에 함께한다. “소피아와 나 사이에 공통점이 아주 많았죠. 창작에 대한 열정을 공유한다는 점은 특히 언제나 축복과도 같았습니다.” 샤를로테가 말했다.

    소피아 륑고르 노르만의 미니멀하면서도 우아한 주얼리는 매니시한 룩에도 잘 어울린다. 더블 브레스트 울 모헤어 재킷, 플리츠 셔츠, 하이 웨이스트 진은 로에베(Loewe).

    엄마와 딸은 이제 작업실에 나란히 앉아 디자인을 한다. 작업실은 코펜하겐 헬레루프 거리에 있는데, 올레 륑고르가 처음 브랜드를 시작한 곳도 바로 그 거리다.

    “어머니는 항상 말씀하셨어요. ‘자연은 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다워. 경쟁해서 이기거나 재창조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거기에서 영감을 얻어야 해’라고요.” 륑고르 노르만은 어머니의 말을 되새기며 말했다. 샤를로테는 자신의 딸이 대대로 이어온 가족의 가치관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발현한 것을 매우 기뻐하고 있다. “소피아는 매우 독특한 디자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합니다. 자연과 바다에 대한 유대감, 유머 감각과 미적 재능까지 반짝이죠.” 그녀는 말했다. “어릴 때부터 소통 방식으로 그림을 사용할 줄 알았답니다.” 올레의 관심을 사로잡고 브랜드를 스칸디나비아의 중심으로 일궈온 핵심 요소가 그의 며느리와 손녀에게도 이어지고 있었다. 장인 정신에 대한 그의 집착과 자연을 표현하는 뛰어난 방식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륑고르 디자인의 표식과도 같다.

    올레 륑고르(Ole Lynggaard) 데뷔 컬렉션으로 소피아 륑고르는 할아버지가 설립한 주얼리 브랜드에서 디자인하는 3대손이 되었다. 히비스커스 자수 톱은 발렌티노(Valentino). 열대어 형태의 귀고리는 컬러 스톤과 집게발 참이 달린 펜던트를 장식해 연출할 수 있다.
    코트, 팬츠와 부츠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스케치북에 다양한 세계를 통합하는 게 나만의 탈출 방식이죠.” 륑고르 노르만은 말했다. 새끼손가락의 반지는 그녀의 데뷔 컬렉션 피스 중 하나로, 그녀가 수년간 몰두해온 세계, 바다에서 탄생했다. “심해에 머무는 것은 내게 명상과도 같습니다.” 바다에서 영감을 받는 데 다이빙 여행만 한 것도 없었다. “물고기의 눈높이에서 구석구석을 관찰했습니다. 똑같은 지점에서 다이빙을 해도 매번 새로웠어요.” 스케치북이 바다의 형상으로 가득해질 때쯤 그녀는 자신의 드로잉에서 주얼리도 보기 시작했다. 오래지 않아 공개된 그녀의 컬렉션 ‘언더 더 시(Under the Sea)’와 ‘영 피시(Young Fish)’의 조짐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처음 다이빙을 하고 데뷔 컬렉션을 완성하기까지 걸린 몇 년의 항해가 늘 순조로운 건 아니었다. 륑고르 노르만은 할아버지, 어머니가 거쳐간 학교에 입학했지만 그들의 창의력에 불을 지핀 교육은 오히려 그녀에게 반대로 작용했다. “한계를 느꼈고 머릿속에 있는 것을 원석으로 표현할 수 없었어요. 큰 난관이었습니다.” 마음을 정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첫 학년을 마친 후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이렇게 계속하다간 상상력이 말살되고 말 거야.’ 나의 선택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가족에게 말해야 했어요.”

    소피아는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와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이미 디자인하는 법을 익혔다. 톱과 루스한 핏의 진은 발렌티노(Valentino).
    자연의 아름다움은 올레 륑고르 주얼리의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이다.

    가족을 실망시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의 본능을 따르는 것 사이에서 륑고르 노르만은 후자를 택했고 런던에서 디자인 공부를 시작했다. “그곳에서 열정이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어요. 돌아와서 ‘이제 나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나만의 방식이어야 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의욕이 생겼습니다.” 이는 자신의 능력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한계를 인지하는 것을 의미했다. 다시 말해 자신이 ‘최고의 세공사가 될 수는 없음’을 깨달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녀는 디자인에 전념하기로 했다.

    “요즘 사람들은 젊은이들이 제대로 해내는 게 없다고 하죠. 그렇게 되고 싶진 않았어요.” 그녀가 말했다. “계속 이 길을 갔기 때문에 10배는 더 성장한 기분이에요.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의 위치에 있을 수도, 자신감을 가질 수도 없었을 겁니다.”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그녀는 자신의 첫 올레 륑고르 컬렉션을 출시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물을 표현한 골드 뱅글과 목걸이, 문어와 열대어 형태에 원석을 세팅한 주얼리다. “바다의 힘과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륑고르 노르만이 설명했다. “잠금장치가 없는 팔찌로 물의 무한한 움직임을 표현했어요. 옐로 골드 표면에 새긴 홈은 수면과 바닥 사이의 공간을 의미합니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서로 반사하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컬렉션이 자신의 방식으로 완성된 것에 마음의 평안을 느낀다.

    소피아는 컬렉션이 완성될 때까지 할아버지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함께 그림을 그리던 어린 시절에도 그랬듯이 말이다. 시퀸 자수 맥시 코트는 허스카인드(Herskind).
    소피아의 데뷔 컬렉션은 파도의 부드러운 움직임과 심해의 생물에서 영감을 받았다. 드레스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완성될 때까지 할아버지에게 컬렉션을 보여주지 않았다. 함께 그림을 그리던 어린 시절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완성하기도 전에 서둘러 보여주면 할아버지는 ‘아직 더 그려야지’라고 말씀하시곤 했어요. 할아버지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이 되실 때만 인정하셨죠.” 그래서 그녀는 컬렉션이 전시될 때까지 기다렸다. 안절부절못하며 말이다. “제 컬렉션을 처음 마주한 할아버지가 어깨에 손을 얹으며 ‘완벽해’라고 말씀하셨고, 전 울음을 터뜨렸어요. 제게 그보다 큰일은 없었거든요.”

    18K 옐로 골드에 금홍석, 아쿠아마린, 사문석,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문어를 형상화한 반지. 주얼리는 올레 륑고르 바이 소피아 륑고르 노르만(Ole Lynggaard by Sofia Lynggaard Normann).

    사실 올레 륑고르는 칭찬에 박하지 않다. “디자인의 섬세한 디테일, 그 아이의 상상력과 자신의 주얼리에 책임감을 갖는 방식에 매료되었습니다. 유머가 가미된 스케치도 마음에 들어요. 미소 짓고 있는 문어 같은 것 말입니다.” 그가 말했다. 실제로 손녀의 작품을 몹시 좋아해서 자신의 아내(륑고르 노르만의 할머니)에게 컬렉션 팔찌를 선물했다. “할아버지는 항상 자신이 만든 주얼리를 할머니에게 선물하셨지만 올해는 제 주얼리로 선물을 대신하셨어요.” 그녀가 감격하며 말했다. “제게 최고의 칭찬이었답니다.” (VK)

      사진
      Olof Grind
      Olivia Ekelund
      스타일리스트
      Vibe Dabelsteen
      헤어 & 메이크업
      Sara Eriks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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