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주연 ‘애콜라이트’ 첫 주 평가는?
이정재 주연의 <스타워즈> 스핀오프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시사회에서 4회까지 선관람한 미국 미디어의 반응도 이번 주에 풀리기 시작했는데, 찬반이 나뉘고 있다. <버라이어티>는 “한국에서 이 배우(이정재)의 작품에 익숙한 시청자라면 그가 심장을 가진 액션 히어로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겠지만 넷플릭스 센세이션(<오징어 게임>)으로만 그를 아는 미국인들은 영어권 미디어의 큰 무대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실 한국인들이야말로 이정재의 반묶음 단발머리와 다정한 제다이 마스터 연기에 놀라 외국인들의 반응이 궁금할 것이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리(이정재)는 미묘한 연기를 펼치며 투박한 말투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드러움을 표정 하나만으로 전달한다”고 평했다. 작품에 대해서도 “수십 년 동안 이 시리즈를 이어온 매력, 즉 낯선 행성, 기묘한 생물, 신선한 무협 감각이 돋보이는 광선 검 전투에 충실하다”는 긍정적인 언급을 했다. <USA 투데이>는 “이정재와 아만들라 스텐버그가 훌륭한 호흡을 자랑하며, 이정재는 영어 연기 실력도 훌륭하게 증명한다”고 평했다. 하지만 작품 자체에 대해서는 “논리적 오류, 엉뚱한 대화, 말도 안 되는 줄거리로 가득하다”고 혹평했다. <뉴욕 타임스>는 작품과 연기 전반에 아쉬움을 드러냈고, 이정재에 대해서도 “동정심 많은 제다이 역의 이정재는 첫 영어 역할에서 별다른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해외에서 <애콜라이트>가 기대를 모은 건 기존 <스타워즈> 영화와 드라마에서 독립된 이야기라는 이유가 컸다. <스타워즈>는 47년 된 프랜차이즈다. 디즈니가 스핀오프를 공장처럼 찍어대는 바람에 열성팬들은 평생 곱씹어도 부족할 만큼 풍성한 콘텐츠를 갖게 되었지만 새로운 세대 관객을 사로잡을 신선함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 세계관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스카이워커 가문의 서사에서 벗어난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2017), 성인 취향 정치 드라마 <안도르>(2022~)처럼 야심 차고 완성도 있는 무언가가 꾸준히 나와주어야 한다. <애콜라이트> 1·2회는 이 기대에 완전히 부응하지는 못한다. 아기자기한 수사극을 가미한 것은 흥미로운데 무게감이 아쉽다.
<애콜라이트>는 영화판 프리퀄 3부작보다 100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아직 제국이 부상하기 전인 평화의 시대다. 여기에 제다이를 암살하는 연쇄살인범이 등장하고, 제다이 마스터 솔(이정재)이 추적에 나선다.
오프닝 신은 매력적이다. 어린 암살자(아만들라 스텐버그)가 주막으로 걸어 들어가더니 제다이 마스터 인다라(캐리 앤 모스) 앞에 선다. “있는 힘껏 나를 공격하라”는 암살자의 말에 인다라를 둘러싼 외계 괴물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이내 싸움이 벌어지고 주막은 난장판이 된다. 암살자는 닌자식 표창 던지기와 쿵후를 구사한다. 마스터 인다라 역시 광선 검을 꺼내지 않고 쿵후로 맞선다. 중앙 홀에서 시작해 2층 실내 난간으로 이어지는 세트와 동선 때문에 이 장면이 더욱 중국 무협 영화처럼 보인다. 캐리 앤 모스가 느긋하고 절도 있는 무협 마스터를 연기하니 <매트릭스> 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가 등장하는 장면은 작품 전반의 규모와 깊이에 비해 고급스러운 느낌이 든다. 오프닝에서 암살자가 인다라를 살해하지만 공개된 스틸을 보면 회상 장면을 통해 그의 활약을 더 볼 수 있을 듯하다.
인다라 사망 사건을 추적하던 제다이들은 암살자들과 똑같이 생긴 우주선 정비공 오샤(아만들라 스텐버그)를 찾아낸다. 오샤는 어릴 때 화재로 쌍둥이 자매를 잃은 후 솔의 수하에서 제다이 훈련을 받았다. 그러나 오샤는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해 수련을 중단했고, 솔은 오샤에게 연민이 남아 있다. 혼란스러워하는 그들 앞에 죽은 줄 알았던 오샤의 쌍둥이 동생 메이가 나타난다. 메이는 과거 화재 사건에 연관된 제다이 네 명을 죽일 거라 예고한다. 거기에는 인다라뿐 아니라 솔도 포함된다. 솔은 메이와 싸우는 도중 포스를 사용해 메이를 훈련시킨 배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읽어내지 못한다. 이후 드라마는 과거 화재 사건의 진실, 이를 이용하려는 어둠의 세력을 추적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애콜라이트> 1·2회는 거의 실내 세트에서 전개됐다. 메이와 솔이 처음으로 합을 겨루는 광장조차 자연광이 전혀 없고 앵글이 좁다. 그러다 보니 작품이 작고 연극적으로 보인다. 고전 <스타워즈> 스타일의 여운을 남기지 않는 빠른 장면 전환은 주인공들의 고뇌에 시청자들이 깊이 이입하는 것을 가로막는다. 그 때문인지 아만들라 스텐버그의 오샤와 메이 캐릭터도 그들끼리 충분한 변별력을 갖지 못한다. 하지만 합이 잘 짜인 액션 신이 매력적이고, 포스를 사용하는 마녀 집단처럼 새로운 종족도 등장할 예정이니 인정 많은 제다이 마스터 솔의 수사극을 계속 지켜볼 필요는 있겠다.
<애콜라이트> 남은 에피소드는 앞으로 디즈니+에서 매주 수요일 1편씩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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