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주얼리’라는 새로운 유행?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와 미아 칼리파도 웨딩 주얼리를 리세팅하면서 이혼을 둘러싼 담론에 새바람을 일으킨 인플루언서 무리에 합류했다. 주얼리 브랜드에선 새로운 유행으로 수익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3월 19일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는 3억 명 이상이 팔로우하는 자신의 SNS 계정에 다이아몬드 반지 2개를 착용한 셀피를 업로드했다. 슈퍼모델은 사진 아래 ‘이혼 반지’라는 텍스트를 추가했고, 현재 115만 명 이상이 그 포스팅에 ‘좋아요’를 눌렀다. 올해 32세인 그녀는 <보그> 인터뷰에서 이 반지가 투아 에 무아(Toi et Moi) 스타일로 스톤 2개를 세팅한 약혼반지를 리세팅한 거라고 설명했다. 그 약혼반지는 4년 동안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지난 2022년 이혼한 영화 제작자 세바스찬 베어 맥클라드(Sebastian Bear-McClard)에게 받은 것이다. “남편과 이혼했다고 해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뺄 필요는 없죠.” 그녀는 자신의 결정에 대해 밝히며 “반지 하나로 여자가 얼마나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는지 뻔뻔하게 보여주는 방식이 마음에 들어요”라고 말했다.
웨딩 주얼리를 리모델링하는 트렌드는 빠르게 퍼지고 있으며 이는 이혼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반영한다. 인생을 살면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일의 하나로 말이다. 인플루언서와 셀러브리티들이 이 변화에 앞장섰고, 주얼리 브랜드도 이 변화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이혼한 후 웨딩 주얼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자문을 구하거나 리세팅을 문의한 고객이 네다섯 명이나 됩니다.” 레이첼 보스턴(Rachel Boston)은 주문 제작과 혁신적인 웨딩 주얼리를 전문으로 하는 주얼리 디자이너다. “인스타그램에서 이혼 반지가 유행하기 전이었으니 앞으로 더 많아질 겁니다.” 주얼리 디자이너 제시카 플린(Jessica Flinn)은 지난 2년 사이 주얼리 리모델링 문의가 300% 증가했다고 전했다. 파인 주얼리 브랜드 라일리(Lylie) 역시 이혼 반지 주문이 아주 많아졌으며, 그 가능성을 보기 위해 지난 3월 마지막 주에는 리모델링에 특화된 카테고리를 웹사이트에 추가했다.
맞춤 제작 서비스와 맞아떨어지는 광고 메시지로 이 시장을 겨냥한 사업 모델은 크게 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브랜드에서 이혼을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여기는 데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이에게 여전히 개인적이고 괴로운 경험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삶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것과 잠재적 고객에게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주와 유럽의 이혼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결혼한 커플의 43%가 이혼을 하며,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1970년에 비해 22% 증가한 수치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초혼의 50%가 이혼으로 마무리된다. 이혼율이 높아질수록 이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미국 이커머스 사이트 엣시(Etsy)는 올해 이혼을 축하하는 용품에 대한 검색량이 266% 증가했으며, 틱톡에서는 #이혼파티(DivorceParties) 해시태그가 3,64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는 일부 국가에서 더 넓은 의미의 사회적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30년 전만 해도 이혼은 금기시하는 주제였지만, 현대사회에서 정신적 건강과 행복을 더 중요시하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영국 주얼리 브랜드 클로가우(Clogau)의 매니징 디렉터 벤 로버츠(Ben Roberts)는 덧붙였다. “이혼을 기념하기 위해 반지를 사거나 결혼 혹은 약혼 반지를 리세팅하는 것은 자율권의 선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고객이 과거나 자신의 회복력을 일깨울 무언가를 계속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최근 몇 년간 이혼 주얼리 시장에서 활약해온 파인 주얼리 브랜드 추피(Chupi)의 설립자이자 CEO인 추피 스위트맨(Chupi Sweetman)은 이렇게 말했다. “주얼리는 언제나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사랑에 빠진 날, 결혼한 날, 아이가 태어난 날 등. 여자들에게 이런 기념일은 훨씬 더 미묘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런 순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던 지난 세월은 여자들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죠.”
셀러브리티와 인플루언서들은 이혼을 둘러싼 담론에서 변화의 방식을 선도하고 있다. “알 수 없는 미래로 발을 내딛는 건 용감해지는 겁니다. 결혼이라는 알 수 없는 미래로 발을 내딛는 것만큼 축하받을 일이죠.” 성인영화 배우 출신의 패션 뮤즈 미아 칼리파는 지난해 자신의 틱톡 계정을 팔로우하는 3,770명에게 행복하지 않다면 사회적 기대를 무시하고 서른 전에 이혼하는 것이 ‘쿨 걸’의 태도라고 언급한 적 있다. “사리 판단을 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보통 서른 전에 결혼하니까요)에 갑작스럽게 경험하고 결정하는 것들을 더 많이 공유할수록, 다른 사람들은 더 안전하게 그 과정을 겪을 수 있죠.” 그녀는 소셜 미디어의 담론이 이혼한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을 재정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칼리파가 론칭한 주얼리 브랜드 셰이탄(Sheytan)은 아랍어로 ‘사탄’이라는 뜻이다. “자신의 쾌락만 추구하는 이들을 위한 주얼리입니다. 쾌락주의는 사악한 것처럼 여겨지고, 자신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보다 더 쾌락주의적인 것은 없으니까요.” 칼리파는 이 주얼리를 착용하는 이들이 당당하고 ‘착한 여자’의 범주를 기준으로 자신의 가치를 따지지 않도록 격려하는 것이 브랜드의 정체성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유사하게 라타이코프스키는 지난여름 틱톡에 포스팅한 영상에서 “서른 살에 이혼하는 것은 시크하다”고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동안 <조강지처 클럽(The First Wives Club)> 같은 영화가 이혼한 여자들의 전형으로 인용돼왔습니다.” 트렌드 예측 기관 더 퓨처 래버러토리(The Future Laboratory)의 디렉터 피오나 하킨(Fiona Harkin)은 이혼한 여성 집단을 향한 태도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하킨은 이혼이 더 이상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시도도 아니고 여성의 사회적 위상을 저하시키지도 않는다고 설명하며 “여성의 권리 신장과 함께 결혼은 전통적으로 동등하지 않은 여성의 감정적·육체적 노동을 기반으로 존재했음에 대한 인정과 합의가 이혼을 바라보는 인식 변화의 중요한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하킨은 밀레니얼 세대와 젠지 여성이 결혼을 평생 충실해야 할 관계라기보다 ‘일시적인 동반자 관계’로 인식한다고 지적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85%가 결혼이 서로에게 충실하고 행복과 만족을 주는 관계라고 믿지 않습니다.” 그녀는 더 퓨처 래버러토리가 최근 발표한 ‘세대: 현재와 미래(Generations: Now and Next 2024-2025)’ 리포트의 내용을 참조하며 덧붙였다. “혼인 제도에 대한 책임이 적어질수록 이혼을 대하는 사회적 인식도 달라질 것입니다.”
이는 미주와 유럽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은 훨씬 가부장적이고 가족 중심적인 사회에서 발전해왔습니다.” 럭셔리 시장조사 및 전략 기업 차이나 인사이트(China Insight)의 설립자 펠리시아 슈워츠(Felicia Schwartz)는 “이혼이 더 이상 호환 마마처럼 두려운 것은 아닙니다”라고 덧붙였다. 슈워츠에 따르면 이 변화는 여성의 경제적 자율권 덕분이다. “2019년 리포트에서 맥킨지는 여성이 중국 GDP의 41%에 기여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54%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녀는 더 많은 여자들이 경제적 독립을 얻을수록, 불만족스럽거나 행복하지 않은 결혼을 유지하려는 여자는 더 적어질 거라고 말했다. 반면 ‘더 개방적이며 서구의 가치에 큰 영향을 받은’ 젊은 세대는 사회적 기대보다 개인적인 행복과 자기만족을 더 우위에 두는 경향이 있다.
이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알게 되면서 추피는 리모델링 서비스와 함께 이혼 반지를 위한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우리 고객 중에는 이혼한 파트너에게 받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싶지 않아서 리세팅도 하지 않으려는 이들이 꽤 있습니다. 여자들이 스스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고 자신의 미래를 상징할 무언가를 직접 고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스위트맨은 추피의 목적이 ‘사랑과 희망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것’을 축하하는 데 있으며, 광고 또한 다이아몬드 산업이 편애하는 로맨스에 국한된 게 아니라 ‘불완전한 순간’ 또한 조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슈워츠는 브랜드가 미묘한 문화적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중국의 경우처럼 다양한 지역과 인구통계에 따라 연인 관계와 이혼에 대한 관점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고객을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자율권과 행복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균형을 잡기란 쉽지 않습니다. 중국 내에서 여성의 자율권은 특히 더 조심스럽기에 서구의 다소 ‘공격적인’ 표현보다는 자기표현과 자아실현으로 방향을 재조정하고 있습니다.” 하킨 또한 가식적이고 복수심에 불타는 식의 묘사를 경고한다. “과거에 비해 오명이나 비난이 적어졌다 하더라도 이혼은 여전히 아픈 경험입니다. 브랜드는 자립할 수 있게 된 것을 조용히 축하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VK)
- 글
- Amy Francombe
- 사진
- Courtesy of Everett Collection,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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