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리섬 카사 말라파르테에서 선보인 자크뮈스의 가을 컬렉션. 카프리 동쪽의 아찔한 절벽에 자리 잡은 모던한 이탈리아 빌라를 배경으로 인상적인 런웨이 신을 남긴 자크뮈스. 축구 스타 손흥민이 자크뮈스 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지중해의 풍요로운 휴양지 무드, 정적인 한국미를 담아낸 패션 아트 신에 목탄, 먹과 함께 채색한 한지 작품 김지평의 ‘시(詩)와 가루’가 함께했다.
보료가 연상되는 거대한 세트 위에 자리한 손흥민. 빨간 스카프로 포인트를 준 블루종과 팬츠가 모던하다.
한지에 수묵으로 완성한 족자 작품 박한샘의 ‘남산’을 어깨에 걸쳤다.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선비의 면모를 엿보는 듯하다.
청명한 파란 하늘, 요트, 반짝이는 은빛 모래사장, 파라솔, 아이스크림, 독서··· 시원하고 한가로운 여름 휴양지가 떠오르는 마린풍 셔츠와 팬츠. 김지평의 ‘장황 No.1 책거리 2폭 가리개 병풍’이 함께 어울렸다.
“우리는 새로운 것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종류의 섹시함. 현실적인 미니멀리즘 같은 거죠.” 자크뮈스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패셔니스타로 거듭난 손흥민처럼.
하이 웨이스트 팬츠에 민소매 화이트 셔츠와 꽃 자수 패턴 셔츠를 스타일링했다. 앤티크한 분위기의 꽃 자수는 박한샘의 수묵 병풍 ‘소쇄원’의 한국적인 분위기와도 조화롭다. 의상과 슈즈는 자크뮈스(Jacquemus).
월드 스포츠 스타 손흥민이 남긴 또 하나의 아트 신은 위트로 가득하다. 실과 체인이 어우러진 커다란 작품 강서경의 ‘산’ 한가운데 자리한 그.
자크뮈스의 시그니처 숄 칼라에서 파생된 재킷은 하이 웨이스트 테일러드 팬츠와 부드럽게 어울렸다. 시어링으로 완성한 동양적인 단추 장식의 베이지 재킷과 팬츠.
편안한 실루엣의 슬리브리스 화이트 셔츠와 그레이 팬츠. 영화 <리플리>의 멋쟁이 주인공처럼 멋스러운 차림이다.
세일러복에서 영감을 얻은 데님 셔츠와 하이 웨이스트 팬츠. 비비드한 네온 블루 컬러 벨트와 슈즈를 스타일리시하게 매치했다.
선비의 기개를 닮은 듯 쭉쭉 뻗어나간 대나무. 울창한 대숲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병풍 앞에서 한가로이 포즈를 취했다. 박한샘의 수묵 병풍 ‘소쇄원’과 어울린 슬리브리스 코튼 셔츠와 그레이 팬츠.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다”고 말한 적 있죠. 오늘의 행복은 무엇인가요?
오전 운동을 마치고 하는 시원한 샤워! <보그> 첫 촬영 또한 오늘의 큰 행복이에요. 재미있는 의상도 많았고 현장 분위기도 훈훈했고요.
“축구와 서로 사랑하고 있다”고 했는데, 축구가 당신의 영원한 사랑이라면 패션은?
‘찐친’ 아닐까요? 축구 말고는 다른 생각을 안 하는데, 유일하게 열린 틈이 패션이에요. ‘내일 뭐 입지? 어떤 옷이 어울릴까?’ 소통하고 감정을 교류하는 친구, 집돌이인 내가 유일하게 쇼핑하러 나가게 만드는 친구, 함께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친구죠.
친구 사이에 고수하는 것이 있나요?
고집하는 것은 없고, 그저 심플하고 깔끔하게 입기를 좋아해요.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는 정도죠.
경기가 없는 날에도 꼭 지키려는 루틴이 있나요?
휴가 시즌에는 루틴이 조금 어긋나기도 하지만, 되도록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잠자고 일어나요. 선수니까 당연히 오전 운동은 거르지 않고요.
평소 체력 소모가 크니 여가 시간에 별도로 뭔가 하기보다는 영상 콘텐츠를 보면서 휴식한다죠. 저는 쇼츠 보다가 밤을 새우기도 하는데, 손흥민 선수는 당연히 잘 절제하겠죠?
침대에 누우면 금방 잠들어서 10분 이상 보지 못해요. 그날의 체력 소모 탓도 있지만, 강박이 있어요. 빨리 잠들어야 내일 훈련에 더 좋은 컨디션으로 임할 수 있으니까요. 이 부분은 나와 타협하지 않습니다.
길티 플레저가 있나요?
특별히 없어요. 굳이 꼽자면 먹고 싶지만 참았던 음식을 휴가 시즌에 조금 맛보는 정도?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최대한 멀리해요. 음식을 집다가도 ‘이걸 먹으면 얼마나 더 운동을 해야 하지?’ 싶어서 내려놓죠. 하지만 화보 촬영장은 운동장에서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종류의 에너지 소모가 있기에 준비해주신 단것들을 조금은 먹습니다.(웃음)
낯선 곳이니 당이 떨어질 수밖에요.
조금 경험해봤지만 그때마다 이 분야 일을 하시는 분들이 존경스러워요.
운동선수임에도 포즈와 표정이 자연스러워서 놀랐습니다.
그거야 스태프분들이 레퍼런스를 잘 준비해주셔서 그렇죠. 잘 따르기만 하면 됐어요.
오늘 촬영은 강서경, 김지평, 박한샘 작가의 한국적인 작품과 함께했어요. 미술에 관심이 있는 편인가요?
잘 알지는 못하지만 좋아합니다. 오늘도 아름다운 작품을 가까이 보고 함께 촬영도 하다니 큰 경험이었어요. 이런 멋진 작가님들 덕분에 한국의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지는 거잖아요. 다시 한번 존경심과 애국심이 차올랐어요. 이 또한 오늘 느낀 행복의 일부였다고 진심으로 말씀드려요.
전시 관람도 좋아하나요?
주변에서 좋은 전시를 종종 추천해주세요. 아직은 초보 관람자라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짬을 내서 작품 보러 다니는 이유는 무언가 충족되기 때문일 텐데요.
운동장에서는 쉼 없이, 거침없이 달리고, 상대와 심리 싸움을 끊임없이 하잖아요. 작품을 볼 때는 좀 더 편안하게 나를 내려놓을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마음도 차분해지고요. 조금씩 관심이 높아지는 중입니다.
축구와 전시는 양극단에 있는 듯하지만, 연결 지점이 있죠?
맞아요. 전시를 보면서 얻는 침착함을 선수의 장점으로 덧입힐 수 있죠. 다 떠나서 좋은 작품, 전시를 볼 때마다 그저 존경심이 한없이 생겨요.
음악 감상을 즐기죠. 오늘의 플레이리스트는 뭔가요?
오면서 위켄드의 ‘Out of Time’을 들었어요.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 최애곡이죠. 좋아하는 음악이 아주 많지만 지금 하나를 꼽으라면 이 곡입니다.
“내가 축구를 왜 하고 있는지 늘 헤아리려 한다”고 했어요. 그 답은 무엇인가요?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행복해서 축구를 했어요. 그렇기에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하죠.
인생 최고의 하이라이트로 ‘2015년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한 순간’을 꼽았죠. 몇 년 새 이루고 싶은 하이라이트는 무엇인가요?
축구를 하는 이유는 승리와 영광스러운 순간을 맞이하고 싶기 때문이죠. 굳이 숨길 필요 없어요. 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더 이루고 싶은 하이라이트라면, 사람들이 저를 떠올릴 때 ‘행복한 축구 선수’였으면 해요. 선수로서 기량이나 장단점보다는 웃으며 행복하게 축구를 했던 사람으로 기억되면서 축구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고 싶어요.
‘행복’이란 단어를 자주 쓰는군요. 일상 행복 지수를 10으로 치면, 어느 정도인가요?
10입니다. 저와 주변 사람들 모두 건강하기에 매일매일 행복해요.
지금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그 기운이 전달되는군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하면 좋은 에너지, 행복을 팬들에게 전할까 숙제처럼 풀어가는 중입니다.
축구 경력에서 가장 어려웠던 때는 언제였나요?
어떤 순간이 특별히 어려웠다기보다는 프로의 세계는 정말 냉정하고 특히 프리미어리그는 모든 경기가 어렵기 때문에 저나 팀이 잘 준비해도 경기력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런 상황을 피하지 않고 부딪히려 합니다. 더 발전하기 위한 성장통으로 여기면서요. 또 축구는 팀 스포츠니까 함께 뭉치면 더 강해질 거란 믿음이 있어서 극복할 수 있었어요.
경기에 대한 압박감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내가 최고라는 최면을 건다”고 했죠. 일상에서 부담감, 불안감을 느끼는 우리에게도 이 방법을 권할 건가요?
노력을 하지 않는 삶은 없어요. 모든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서 죽어라 피땀 흘리며 노력해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절대 낮추지 않길 바랍니다. 어려움은 갑자기 다가오기에 그 순간 작아지곤 하는데 절대 그러지 마세요. 주제넘지만 감히 드리고 싶은 말씀은 최선을 다한 자신을 멋지고 대단하다고 여겼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물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긴 정말 쉽지 않지만 계속 부딪히다 보면 강하고 단단하고 태풍이 와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더라고요.
기간별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그저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한다고 했죠.
시간은 다시 주어지지 않으니까요. 오늘이 지나면 후회해도 소용없고 내일을 대비할 수도 없죠. 지금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정말 중요합니다. 저는 오늘도 마찬가지로 아침 운동을 하고 최선을 다해 촬영에 임하고 또 전력으로 다음 스케줄을 위해 갈 겁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당연히 목표를 세울 수 있지만, 생각보다 일찍 달성하면 나태해질 수 있어요. 오랜 시간 프로 생활을 해오면서 그럴 뻔한 경험이 있었어요. 내가 이만큼 왔으니까 극한의 푸시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자 스스로에게 너무 놀랐죠. 그래서 특별한 목표를 설정하기보다는 그저 어제보다 오늘 더 열심히 사는 내가 되기로 했어요. 그러다 보면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월드클래스는 통하나 봅니다. 다른 분야의 최고에 오른 이들도 종종 비슷한 이야기를 해요. 그저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요.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잖아요. 인터뷰를 하는 지금도 다시 돌아오지 못할 시간이니 최선을 다합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 조심스러우면서도 진심을 담으려고 해요. 그리고 저는 월드클래스가 절대 아니에요.
자신이 이룬 성과를 스스로 어느 정도 인정하나요?
인정보다는 그저 매 순간 제가 가진 것들을 다 보여주려 할 뿐이에요. 그 모습을 다른 분들이 좋아해주고 성과라고 말씀해주시니 감사하죠.
뛰어난 선수이기 전에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한가요?
당연하죠. 축구 선수 생활은 20년, 정말 길어야 30년이지만, 그보다 긴 인생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니 인성을 갖춰야 하죠. 물론 선수 생활에도 이런 면이 큰 도움이 되고요.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다시 일어나는 힘도 이런 기본자세에서 나옵니다. 나만 고려하는 사람은 고난을 이겨내지도 못할뿐더러 도와주는 동료나 주변인도 없을 테죠. 부모님께서도 축구를 잘하는 것과 상관없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하셨고, 저 또한 그러려고 노력해요.
축구를 해오면서 겪은 경험이 당신을 어떤 사람으로 만들었나요?
와, 어렵군요. 축구를 하는 매일매일 느끼는 것이 정말 많아요. 내가 잘하는 것 같지만 늘 문제점을 발견하기에 축구는 정말 답이 없구나 싶습니다. 또한 나름 축구를 한다고 여기던 어린 시절 처음 독일에 갔을 때 세상에는 정말 축구를 잘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달았죠. 독일과 영국에서 머문 15년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그런 부분이 오히려 재미있고 축구 하길 잘했다 싶어요. 그런 멋진 사람들과 경쟁할 수 있으니까요. 어린 선수들의 재능을 볼 때도 즐거워요.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내가 이 친구들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길 바라고요.
역시 겸손하군요.
어떤 축구 선수로 성장해야 하는지 주변에서 잘 잡아준 덕분이죠. 혼자서는 못해냈을 거예요. 꿈을 꾸게 해주고, 묵묵히 곁을 지켜주고 응원해주는 분들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어요. 그렇기에 모든 것이 감사하고,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한 분 한 분이 소중해요.
미디어나 팬들의 비판에 어떻게 대처하나요?
응원해주는 분들뿐 아니라 비판하시는 분들도 진심으로 고마워요.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처럼 그분들 덕분에 생각 못한 부분을 상기할 때도 있고요. 더 성장하라고 독려해주는 다른 방식의 응원이라 여깁니다.
아버지 손웅정 씨 책을 보면 독서와 글쓰기로 스스로를 지켜왔습니다. 지금 자신에게 축구 외에 힘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축구 외에 별다르게 하지 않아서···(웃음) 매번 말씀드리지만 늘 옆에서 든든히 지켜주는 가족과 지인, 응원해주는 소중한 팬들을 떠올리면 힘이 나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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