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너드커넥션의 Losing Myself

2024.09.09

너드커넥션의 Losing Myself

디스토션이 강한 기타, 울부짖는 허스키한 보컬, 쉴 틈 없이 두들기는 드럼 사운드… 청각적 질감이 뚜렷한 보이 밴드, 너드커넥션. 따뜻한 인간애, 세상을 향한 시대정신으로 무장한 새 앨범으로 <보그>의 문을 두드렸다.

(위부터) 신연태가 입은 아노락은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안경은 프라다(Prada by EssilorLuxottica). 최승원이 입은 레드 블루종과 티셔츠는 구찌(Gucci), 안경은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서영주가 쓴 안경은 젠틀몬스터. 박재현의 선글라스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위부터) 신연태가 입은 아노락은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안경은 프라다(Prada by EssilorLuxottica). 박재현이 입은 흰 티셔츠와 블루종은 루이 비통(Louis Vuitton), 선글라스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서영주가 입은 티셔츠와 바시티 재킷은 루이 비통, 안경은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최승원의 레드 블루종과 티셔츠는 구찌(Gucci), 안경은 젠틀몬스터.
모피 트리밍 셔츠와 미디 팬츠, 재킷은 꼼데가르송 옴므 플러스(Comme des Garçons Homme Plus), 안경은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볼드한 네크리스는 티파니(Tiffany&Co.), 청키한 메리 제인 슈즈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세일러 니트 블루종과 스트라이프 테일러드 쇼츠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스트라이프 셔츠는 아르켓(Arket), 안경은 구찌(Gucci), 스니커즈는 아디다스(Adidas).
신연태가 입은 의상은 빈티지 제품, 선글라스는 발렌시아가(Balenciaga). 박재현이 입은 데님 재킷과 팬츠, 슈즈는 웰던(We11done), 티셔츠는 아디다스(Adidas), 선글라스는 발렌시아가.

정규 2집 발매를 앞둔 너드커넥션을 만났다. 인터뷰가 오랜만이라 설레고 즐겁다는 그들에게 궁금한 건 그들이 어떻게 만났고, 왜 음악을 시작했는지는 아니었다. 그런 이야기는 과거 다른 인터뷰에서 충분히 나눴으니, 우리는 새 앨범에 집중했다. 정규 2집의 출발점은 무엇이었을까? 작업을 시작하게 만든 키워드, 그 기원에 대해 박재현은 “우리 넷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해보는 게 목표였어요. 신시사이저 대신 현악기와 타악기로만 사운드를 채웠습니다.” 서영주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들로 멋진 앨범을 만들자”는 것이었다고 한다. 멤버들이 직접 연주하는 각 파트 악기로만 구성해, 사운드를 주도하며 각자의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한다. “각자의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에서는 밴드의 철학이 드러났다.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는 밴드 멤버로서 하는 소리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뜻했다. 최승원은 “앨범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취합했어요. 이를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주제는 결국 우리였어요. 우리가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었죠. 결국 살아내고 있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너드커넥션은 음악적 색채가 뚜렷하다. 자신들이 이렇게 존재하고 있음을 공표하려 애쓰는 이유는 뭘까? 신연태는 “‘나는 여기서 왜 살아가고 있나?’는 청소년기에 많이 하는 줄 알았는데, 사회인들도 반복되는 삶 속에서 특별한 사건 없이 일상을 살아가면서 존재 이유를 찾으려 하죠. 저는 그것을 음악으로 표출하고요.” 서영주는 청춘의 시기를 살아간다고 답했다. 30대가 되면 모든 게 정리되고 안정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사춘기를 겪는 청춘이고, 사는 건 불안정하고 힘들어, 언젠가는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존재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최승원은 욕심과 집착을, 삶을 힘들게 한다는 생각을 비워낼수록 보이는 게 있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앨범에서도 집착이 강하거나 일정 부분 깨달음을 얻은 화자들이 등장해요. 집착과 비워냄 사이에 있는 앨범이고,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2분 길이 곡이 흔한 시대에 타이틀곡 ‘Losing Myself’는 후반부에 보컬이 끝나고 1분 40초 동안 강한 연주만 이어진다. 너드커넥션은 가사 없이 연주만으로 풍성한 사운드를 선사한다. 1990년대 브릿팝의 기수들처럼. 곡을 만들면서 너드커넥션은 자유로움을 느꼈을까? “드럼, 보컬, 베이스, 기타 모두 틀 안에서 원하는 바를 100% 표현해 후회 없는 작업이었다”고 박재현이 말했다. 여느 작업이 그렇듯 작업물이 생명을 갖게 되는 순간이 생긴다. 유기체처럼 곡 작업도 초기 의도와 결과물이 다른 경우가 있을 것이다. 박재현은 3번 트랙을 꼽으며 처음에는 리프가 굉장한 하드록 스타일이었지만 곡을 만들수록 스타일이 달라졌다고 한다. “바로 ‘살아 있는 음악’을 하는 순간이에요.” 박재현이 말했다. 너드커넥션의 음악은 질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어떤 곡은 회벽처럼 거친 느낌이, 어떤 곡은 대리석처럼 매끄럽다. 서영주가 말했다. “우리는 정말 텍스처에 집착해요. 텍스처에 따라 곡이 완전히 다르게 들릴 수 있기 때문이죠. 만드는 과정에선 직감을 따르는 편이에요. 좋을 것 같은 텍스처는 시도합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질감 표현에 많은 공을 들였어요.” 질감은 사운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가사에도 질감이 담긴다. 너드커넥션은 영어 가사를 자주 구사하는데, 그들의 한국어 가사는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비유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어와 영어는 질감이 다른 언어인데, 밴드는 이 차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서영주는 “영어와 한국어 두 가지 언어로 다 작성한 다음 더 울림이 있는 언어를 선택해요. 이번 앨범에서는 운율을 살린 부분은 가급적 바꾸지 않았어요. 언어가 곡에 들어왔을 때 살아나는 운율이 있는데, 그걸 바꾸면 곡이 죽어버리기에 그대로 두었습니다. 노래할 때 가사는 제가 뱉어야 해서 제게 재미있고, 살아 있는 느낌이 드는 가사를 선택해왔어요. 그게 항상 기준이었습니다.” 오래 불리는 가사는 통찰이 담긴 문장이다. 보편적인 인간애, 시대정신이 울림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너드커넥션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들의 가사에 담긴 인사이트가 궁금했다.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되면서 너무 많은 것이 너무 빨리 전해져요. 우리가 어딜 가든 뭘 하고 있든 다 볼 수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게 무섭게 느껴지고, 그래서 존재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져요. 위협이 많으니까요. 앞서 얘기한 자유와도 연관되죠. 세대가 거듭될수록 자유가 더 없어지지 않을까요? 과한 다원화 때문에 잃는 것이 많아진다는 생각이에요.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무엇을 잃고, 무엇이 사라지고 있어서 우리가 화가 나고 슬픈지 그 이유를 얘기해왔어요.” 감각하는 것은 살아 있다는 뜻이다. 너드커넥션은 연주로, 거친 질감으로, 감성적인 문장으로 존재한다. 이들은 어떤 밴드로 남고 싶을까? “X쩌는 밴드요” 박재현의 바람이다. Writer 조진혁

    Photographer
    JAWOOK PARK
    Contributing Fashion Editor
    MIJIN KIM
    STYLIST
    김나현
    HAIR
    장윤나
    MAKEUP
    박혜령
    SET
    최서윤(Da;r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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