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에 1990년대 미학을 불어넣은 니콜라 포미체티

2025.09.24

맥에 1990년대 미학을 불어넣은 니콜라 포미체티

레이디 가가와 함께 파격적인 패션을 선보인 니콜라 포미체티가 맥(M·A·C)에 1990년대 미학을 불어넣는다.

이틀 전 서울에 도착한 니콜라 포미체티(Nicola Formichetti)는 아직 시차에 시달리고 있다. 그날도 새벽 3시에 눈을 떴지만 다행히 24시간 운영하는 피트니스센터가 있었다. “아시아에 머물 때 좋은 점은 시차 때문에 아침 일찍 눈을 떠서 운동할 수 있다는 거죠.” 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 “이제 11시쯤 됐을 줄 알았는데 겨우 4시밖에 안 됐더라고요.” 2009년부터 레이디 가가와 일하기 시작한 그는 2010년대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레이디 가가 스타일’을 탄생시켰으며, 패션과 엔터테인먼트가 문화적 시너지를 일으키는 방식을 제시한 아이코닉한 인물이다. 2010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입은 레이디 가가의 생고기 드레스도 그의 작품. 그가 패션 디렉터였던 <보그 옴므 재팬>의 화보는 늘 날카로운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유니클로, 뮈글러와 디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친 그는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졌다.

“아주 오래 패션계에서 일했습니다. 취미처럼 일을 즐기면서 20년을 보냈고 삶을 돌아본 적이 없었죠. 코로나가 창궐하던 무렵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면서 뭔가 새로운 걸 하고 싶었어요.” 포미체티는 스타일리스트로 커리어를 막 쌓기 시작하던 때부터 맥의 광고 작업에 참여해왔고, 브랜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직을 제안받았다. “제 커리어의 다음 챕터로 충분히 멋지고 흥미진진한 일이라는 생각에 수락했습니다.”

맥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공식 업무를 시작한 건 언제인가요?

9주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2개월쯤 됐지만 브랜드 규모가 워낙 커서 훨씬 오래 일한 기분이에요. 시장조사를 위한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한 이유는 지금 모든 분야에서 한국이 가장 주목받으며 유행을 이끌고 있기에 맥 코리아 팀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시아, 특히 한국에 애정이 깊어서 늘 서울에 다시 오고 싶었죠. 맥 또한 남미와 유럽, 중국 시장 규모가 크지만, 뷰티 브랜드로서 시장에서 앞서나가려면 한국은 중요한 곳이니까요.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메이크업이나 스킨케어뿐 아니라 음악과 문화도 활발하게 진화하죠. 맥과 한국이 교류한다면 정말 쿨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오늘날 한국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지만, 2010년경 당신이 패션계에 미친 영향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그저 내가 하는 일을 했을 뿐이죠. 이탈리아와 일본 혼혈인 제 삶에는 동서양 문화가 늘 공존했고 그래서 제가 하는 작업에도 두 문화가 섞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때는 롤러코스터 같은 시기였습니다. 레이디 가가와의 협업, 뮈글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직 등 당시에도 상당 부분 아시아에서 영감을 받았고, 늘 아시아적인 요소를 결합했죠. 개인적으로 아시아 문화가 멋지다고 여겼기에 글로벌한 무대에 있는 이들에게 그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맥과의 관계도 레이디 가가 협업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비바 글램 캠페인, 니코 판다 컬렉션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래전 얘기지만, 그 전에도 맥과 작업한 적이 있어요. 런던에서 매거진 에디터로 일하던 시절이죠. 스타일리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참여한 큰 광고 프로젝트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맥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임스 게이저(James Gager)가 저를 매우 아끼고 제 스타일을 지지했거든요. 그때는 런던에서 맥 캠페인을 촬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리처드 버브리지(Richard Burbridge), 솔베 선즈보(Sølve Sundsbø), 마일스 알드리지(Miles Aldridge), 닉 나이트(Nick Knight) 같은 사진가들이 촬영했고 저도 현장에 있었죠. 발 갈란드, 샬롯 틸버리 등 전설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영향력 있는 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 작업하고 싶은 브랜드 중 하나였어요.

그렇다면 처음 참여한 맥 광고 캠페인을 기억하나요?

아마 마스카라 광고였을 거예요. 디타 본 티즈가 큰 인기를 끌던 때였고 클로즈업 컷이었는데 신발까지 전부 직접 만들어야 했어요. 당시엔 실습에 참여한 학생 수준이었죠. 커리어를 쌓은 후 레이디 가가와 작업하면서 다시 맥과 이어졌고, ‘비바 글램’ 광고도 여러 차례 진행했습니다. 그중에서 레이디 가가의 팬들에게 받은 얼굴 사진으로 드레스를 만든 프로젝트는 정말 멋졌어요! 브랜드와 대중음악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시대를 앞선 기획이었습니다. 저 같은 괴짜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도 그렇고요. 그다음에 진행한 ‘니코 판다’ 컬렉션도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맥과는 워낙 오랫동안 작업해왔기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함께 일하는 게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져요. 늘 그래왔듯 함께 일하는 거예요. 정식 직함을 갖게 됐다는 게 다를 뿐이죠.

모두를 위한 브랜드 맥 캠페인 ‘I Only Wear M·A·C’의 히로인 미즈하라 키코.

가장 기억에 남는 맥과의 협업은?

2011년에 뉴욕에서 ‘니콜라스(Nicola’s)’라는 이름의 팝업 스토어를 연 적 있어요. 스튜디오에 있는 작업물을 전부 그대로 옮겨 내 작업실을 보여주는 개념으로 꾸민 공간이었죠. 레이디 가가를 위해 만든 기괴한 슈즈 같은 것으로 가득했는데,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려면 예산이 필요했습니다. 그때 도움을 요청하자 맥에서 기꺼이 자금을 후원해줬죠. 젊은이들이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데도 열려 있는 브랜드입니다.

과거 당신의 접근 방식은 신선하면서도 과감했습니다. 브랜드에서도 당신에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비전을 기대할 텐데요.

어릴 때는 매우 대담하고 색다른 걸 원했어요. 펑키했죠. 맥 또한 그랬습니다. 당시에는 그런 게 유행이었지만 문화도 달라졌고 우리도 성장했죠. 물론 과거에 지닌 순수함은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요. 당시 저에게 맥이 뷰티 브랜드 이상의 의미였듯 지금도 동시대 문화를 반영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아주 쿨하고 트렌디한 작업으로 시작하려 해요. 우리가 사는 시점에 유의미해지는 방식으로요. 과거의 나처럼 그저 자극적인 것만 추구하진 않을 겁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일까요?

맥의 강점을 되살리는 겁니다. 맥은 1990년대 미학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어요. 모두 잘 알고 있다시피 지금은 1990년대 맥을 되살리기에 가장 좋은 시기죠. 블랙 앤 화이트의 총알 모양 립스틱 케이스, 아름답고 선명한 컬러 등. 아트, 메이크업 아티스트, 아티스트의 툴 박스라는 키워드를 되살릴 계획입니다. 아티스트나 셀럽과 협업하고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1990년대 감성을 동시대적으로 해석하는 거죠. 오늘날 셀 수 없이 많은 뷰티 브랜드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있어요. 맥은 최고의 뷰티 브랜드임을 재확인시키는 데 집중할 겁니다. 맥이 뷰티 브랜드로서 전 세계에 보유한 아티스트와 매장, 상품 구성은 어떤 브랜드와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죠. 그게 바로 맥의 슈퍼파워입니다.

스킨케어에 집중하는 K-뷰티는 북미나 유럽과는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 당신의 관점에서 맥에 아시아 시장이 왜 중요한가요?

K-뷰티가 스킨케어 시장을 이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죠. 개인적으로도 K-뷰티의 팬이고 주위 친구들도 그렇습니다. 디테일에 대한 완성도와 기술력에서 앞서 있고, 맥이 도입해야 할 부분이라고 봐요. 그래서 한국에서 처음 탄생한 쿠션 파운데이션으로 시작하고 싶었죠. 제가 과거에 음악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했던 것처럼(그는 뮈글러 남성복 2013 가을/겨울 런웨이 배경음악으로 지디가 작곡한 ‘I am Mugler’를 사용했다), 한국의 정수를 세계시장에 적용한다는 의미로요.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았지만 제가 작업한 첫 광고 캠페인이 9월 중순쯤 공개될 겁니다.

얼마 남지 않았군요?

맞아요. 파운데이션 제품으로 시작하는 이유는 처음으로 돌아가 브랜드를 다시 소개하려는 의도입니다. ‘I Only Wear M·A·C’이라는 기존 슬로건을 유지할 거예요. 일종의 말장난이지만, 맥 이외에 다른 건 필요 없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서 개인적으로 와닿았거든요. 이네즈와 비누드 커플과 진행한 광고 영상과 사진에서 맥을 아티스트의 툴 박스로 표현했습니다. 배경음악은 1990년대 히트송인 브리티시 댄스 뮤직 ‘Sweet Harmony’죠. 모든 걸 벗어던지고 기본으로 돌아가자, 내게 필요한 건 파운데이션뿐이라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전부 흑백으로 촬영했죠.

전형적인 1990년대 스타일이면서도 정말 시크해요!

도자 캣, 트랜스젠더 래퍼 코르티사 스타(Cortisa Star), 미즈하라 키코, 크리스틴 맥미나미, 지하철에서 메이크업하는 걸로 유명해진 틱톡커 바흐 부켄(Bach Buquen)··· 맞아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죠! 각기 다른 개개인의 모습과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맥이니까요. 아직 브랜드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지만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겁니다. 그래서 첫 캠페인은 맥의 본질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를테면 코스 요리의 입가심용 음료나 디저트 같은 역할을 하는 거죠. 한숨 돌린 다음 거기에 색을 더해나가야 하니까요.

그렇다면 당신은 맥의 소비자를 어떻게 정의하나요?

맥은 모두를 위한 브랜드입니다.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포용적이죠. 오늘날의 포용성은 10년, 20년 전과는 또 다른 의미입니다. 과거엔 맥이 아주 화려하고 강한 메이크업을 연상시켰다면 오늘날은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을 선호하는 이들까지도 아우릅니다. 어느 때보다 더 넓은 범위의 고객을 위한 브랜드가 될 겁니다. VK

니콜라 포미체티의 새로운 캠페인은 ‘맥’이라는 브랜드의 본질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표현한다. 그 중심이 될 ‘스튜디오 픽스 새틴광 쿠션’과 ‘스튜디오 픽스 파운데이션’.
    컨트리뷰팅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Isaac Anthony
    COURTESY OF
    M·A·C
    SPONSORED BY
    M·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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