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과 진심을 전하는 ‘프라다 프레임’
창의성과 상업성이 소용돌이치는 도시 한복판에서, 프라다는 지성과 진심을 전한다. 올해 5회를 맞이한 프라다의 연례 심포지엄 ‘프라다 프레임’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자리한 밀라노의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Santa Maria delle Grazie). 전 세계 관광객이 이 경이로운 벽화를 영접하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예약을 서두르는 이 성스러운 공간이 올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지적 탐구의 장으로 변모했다. 디자인과 리서치 스튜디오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가 큐레이팅하고 있는 ‘프라다 프레임(Prada Frames)’ 심포지엄은 올해도 오픈과 동시에 한정된 좌석이 매진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이들은 심포지엄 도록 서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우리는 확정적인 해답을 내놓기보다는 비판적 성찰을 앞세우며, 복잡한 동시대 이슈를 길들이기보다 다양한 관점을 통해 그 복잡성을 더 강화하고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싶습니다.” 올해 주제는 ‘In Sight’. 현대 문화의 비물질적 측면인 동시에, 사실보다 ‘묘사(Representation)’를 선호하는 경향을 지닌 ‘이미지 제작(Image-making)’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 포르마판타스마의 설명이다. 즉 이미지에 관한 담론이라는 것.


오늘날 이미지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진실의 묘사가 아니다. 실제와 재현된 것 사이의 긴장을 담고 있으며, 인간이 만든 것과 기계가 생성한 것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기준점이 무너지고 정보와 조작을 식별하는 능력이 복잡해졌다. 이미지 생산은 자원 추출, 에너지 소비, 데이터 저장, 보이지 않는 노동력을 포함하는 인프라에 의존하면서 깊은 물질적 영향을 수반한다. 올해 프라다 프레임은 이러한 오늘날의 이미지를 문화적, 정치적, 물질적 힘으로 접근해 일련의 강연과 대화를 전개하면서 ‘시야안’이라는 물리적 범위를 넘어, 동시대 문화를 관통하는 ‘통찰(Insight)’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주제로 펼쳐나갔다. 비록 모든 담론을 현장에서 섭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으나, 초청된 다학제적 인사들이 던진 메시지를 추려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마주한 이미지 과잉 시대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관계를 가시화하는 ‘이미지의 연금술’

“우리가 정말 집중한 것은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관계, 즉 일종의 ‘연금술’을 가시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미지 제작 방식이 매우 강력해지더라도, 우리는 타인과 조율한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훨씬 더 그 흐름에 맞추려고 스스로 노력해야 합니다.” ― 일라 베카 & 루이즈 르무안

심포지엄은 도나토 브라만테(Donato Bramante)가 설계한 것으로 전해지는 르네상스 양식의 공간, 사크레스티아(Sacrestia)에서 진행됐다. 16세기 초 성서 장면을 정교하게 새긴 나무 장식장과 신비로운 보라색 바탕에 금빛 별이 흩뿌려진 천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적 이미지다. 프라다가 굳이 이 엄숙한 공간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해 보였다. 포르마판타스마의 공동 창립자 안드레아 트리마르키(Andrea Trimarchi)의 말처럼 “6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공간에 들어설 때 비로소 정치, 사회, 생태 등 현대 문화의 복잡한 문제를 더 날카롭게 성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심포지엄은 사실보다 재현을 우선시하는 동시대 이미지 제작의 비물질성과 그 속에 숨겨진 물질적 인프라를 동시에 조명했다. 앨리스 로손(Alice Rawsthorn)의 진행 아래 모인 전문가들은 이미지가 단순한 시각 자료가 아니라 문화적·정치적 힘임을 역설했다. 시각예술과 다큐멘터리 영화의 교차점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겸 영화 제작 듀오 일라 베카 & 루이즈 르무안(Ila Bêka & Louise Lemoine)은 인간과 공간 사이의 보이지 않는 관계, 즉 일종의 ‘연금술’에 집중했다. 그들이 말하는 ‘연금술’은 이미지 자체가 아니라 이미지가 매개하는 관계에 대한 것이다. 이미지가 강력해질수록 우리는 타인과 조율하려는 감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건축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며, 공간을 경험하는 것은 시각적 문해력이 아닌 우리 몸 안에 존재하는 지능을 통해 이루어지는 다감각적 교류임을 강조했다.
디지털 아카이브의 불안정과 이동하는 아우라

“우리는 지능을 지적인 능력과 혼동해온 것 같습니다. 저에게 인간의 지능은 우리 몸 안에 존재합니다. 그래서 AI가 지금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우리의 몸을 훨씬 더 직접 경험하는 것이며, 이는 어떤 기술로도 대체될 수 없습니다.” ― 알바로 배링턴(Alvaro Barrington, 예술가)
레바논 출신의 영화감독, 사진가, 기록 보관 예술가이자 큐레이터 아크람 자타리(Akram Zaatari)는 아이폰 메타데이터의 오류를 예로 들며 디지털 아카이브의 불안정성을 짚어냈다. 그는 루브르의 진품 ‘모나리자’보다 베네치아의 정교한 팩시밀리(복제본)에서 오히려 ‘아우라’가 더 강력하게 느껴질 수 있음을 시사하며, 이미지의 진정성이 장소와 맥락에 따라 어떻게 이동하는지 성찰하게 했다. 또한 인공지능의 사회적, 정치적 함의를 연구하는 호주 출신 학자이자 작가 케이트 크로포드(Kate Crawford)는 AI가 생성하는 이미지가 사실은 자원 추출과 에너지 소비라는 거대한 물질적 토대 위에 있음을 지적하며, 가장 오래된 이미지인 동굴벽화에서부터 최신 알고리즘까지 아우르는 광활한 통찰을 선사했다.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 행사였는데도 사크레스티아 내부에는 스크린이나 프레젠테이션 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다. 강연과 함께 퍼포머티브 리딩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며, 참가자들이 건축적 환경과 심포지엄 주제의 맥락을 직접 경험하도록 했다. 참석자들은 강연 내용을 요약한 소책자를 손에 쥔 채, 연사들의 목소리와 공간이 만들어내는 긴장에 집중해야 했다. 그것은 시각적 과잉이 일상이 된 시대에 대한 프라다식 역설이자, 이미지를 더 많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다시 읽는 법을 제안하는 일종의 선언처럼 느껴졌다. 프라다 프레임은 이미지가 단순한 표면이나 정보 전달 도구가 아니라 정치와 기억, 기술과 권력, 인간의 감각을 매개하는 문화적 인프라임을 다시 환기시켰다.
“우리는 문화와 사상을 통해 사고의 모델을 만듭니다. 저에게 예술과 문화의 세계는 늘 마지막으로 남은 자유의 공간이었습니다. 이미지가 시선을 끌어내고, 그 시선이 뇌에서 아이디어를 자극할 때, 그보다 강력한 것은 없습니다.” ― 알프레도 하르(Alfredo Jaar, 칠레 태생의 예술가, 건축가, 사진가이자 영화 제작자)
프라다의 진심, 차완 캐비닛

하지만 올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프라다가 보여준 사유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몬테나폴레오네 거리의 새로운 프라다 홈 공간에서는 티에스터 게이츠(Theaster Gates)와 협업한 차완 캐비닛(Chawan Cabinet)이 공개되며, 이미지에서 오브제로, 시각에서 촉각으로 담론을 확장했다.
게이츠는 조각가이자 도시계획가, 점토를 통해 사회적 기억과 공동체의 가능성을 탐구해온 작가다. 2004년 일본 도코나메에서 도예를 공부한 후, 흙은 그에게 재료를 넘어 세계를 빚어내는 사유의 도구가 되었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 놓인 차완 역시 단순한 찻사발이 아니다. 일본 차 문화의 핵심 오브제이자 손의 움직임과 타인을 향한 배려, 그리고 시간을 담아내는 하나의 제스처다. 프라다가 게이츠와 함께 제안한 것은 도자기의 형태가 아니라 사물을 매개로 인간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기억을 공유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일반적인 럭셔리 리테일 공간에서 기대하게 되는 매끈한 중립성은 사라진다. 게이츠가 일본 미즈노 세이토엔 연구소(Mizuno Seitoen Lab)와 협업해 제작한 세라믹 타일, 흙빛 석회 마감 벽, 재생 목재 테이블과 개인 컬렉션에서 가져온 캐비닛은 공간을 판매 장소가 아니라 의례와 사색의 장소로 바꿔놓았다. 내부 중정에는 실제 일본식 다실이 마련되었고, 일본 티 마스터가 진행하는 다례는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느린 시선과 집중을 위한 초대처럼 기능했다. 빈티지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까지 더해지며, 공간은 하나의 전시장이 아니라 살아 있는 환경이 된다.
결국 올해 프라다가 밀라노에서 제안한 것은 제품이 아니라 태도였다.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의 엄숙한 회랑에서 이미지를 둘러싼 동시대의 권력 구조를 질문했다면, 몬테나폴레오네의 프라다 홈에서는 손으로 만지고, 사용하고, 함께 나누는 오브제를 통해 관계의 물질성을 회복하고자 했다. 하나는 시선을 통해, 다른 하나는 촉각과 의례를 통해. 그리고 두 프로젝트는 공통적으로 같은 질문을 남긴다.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더 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함께 존재할 것인가. VL
- 피처 디렉터
- 김나랑
- 글
- 강보라(프리랜스 에디터)
- 사진
- COURTESY OF PRADA
- SPONSORED BY
-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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