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페르소나가 된 슈퍼모델 알렉스 콘사니
모델, 예술이 되는 순간!

조각, 초상화, 회화 등 모델이 예술의 뮤즈가 되는 것은 패션계의 유구한 전통이다. 루치안 프로이트의 캔버스에 담긴 케이트 모스, 알렉산더 맥퀸을 위해 로라 모건(Laura Morgan)의 신체를 본떠 만든 숀 린(Shaun Leane)의 코일 코르셋, 스키아파렐리 가방 위에 영원히 새겨진 매기 마우러(Maggie Maurer)의 얼굴처럼 말이다. 그리고 지금, Z세대의 아이콘 알렉스 콘사니(Alex Consani)가 그 계보를 잇는다. 토모카즈 마츠야마(Tomokazu Matsuyama), 일명 ‘마츠’가 그의 프로젝트 ‘Midnight Moment’를 통해 선보인 디지털 페르소나 속에는 그녀의 잔상이 짙게 투영되어 있다.
2012년 시작된 ‘미드나잇 모먼트’는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 예술의 숨결을 불어넣는 대담한 시도다. 자정 직전 3분간 41번가부터 49번가까지 수백 개의 전광판이 일제히 하나의 예술품을 투사한다.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한 달간 이 화려한 캔버스를 채운 주인공은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현대미술가 토모카즈 마츠야마다. 전통과 현대의 미적 요소를 컬러풀하고 환상적인 화법으로 풀어내는 그가 뉴욕의 밤을 자신의 색으로 물들였다.

마츠야마의 ‘180초’가 완성되기까지는 꽤 긴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단순히 작품을 애니메이션화해 화면에 띄우는 건 의미가 없었습니다. 뉴욕의 심장부인 타임스 스퀘어라는 상징성에 걸맞게 이 프로젝트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습니다.” 그는 앨리샤 키스(Alicia Keys), 스위즈 비츠(Swizz Beatz), 와타나베 나오미(Watanabe Naomi), 알렉스 콘사니까지 동시대 뮤즈를 영감의 원천으로 삼아 디지털 페르소나로 재탄생시켰다. “우리 공동체를 환하게 밝히는 목소리를 가진 이들을 투영하고 싶었습니다. ‘미국적인 삶의 모습’에 대한 환대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요.”
브루클린에서 나고 자란 콘사니에게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패션계의 러브콜을 받는 톱 모델이 되기 전 그녀는 뉴욕 페이스 대학교(Pace University)의 예술 학도였다. 자신의 디지털 아바타를 처음 마주하기 위해 마츠야마의 그린포인트(Greenpoint) 스튜디오를 찾은 그녀가 입을 열었다. “작품 이면의 의미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SNS 덕분에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창의성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 화려함에 눈이 멀어 본질을 놓치기도 하죠. 작가가 작품에 담은 진심 어린 의도를 오롯이 마주하는 이 순간이 그래서 더 특별하게 다가와요.”
1시간 남짓 스튜디오를 구석구석 둘러보며 새로운 예술 기법을 익히던 콘사니는 자신의 개인 작업에도 활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마츠야마 역시 철저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의 책상 위에는 <보그 런웨이>에서 출력한 콘사니의 사진과 ‘모델스닷컴’에서 발췌한 40여 페이지에 달하는 레퍼런스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일본 전통 목판화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아바타는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이세이 미야케와 협업하며 패션에 대한 남다른 심미안을 증명해온 아티스트다운 결과물이었다.
3월 31일, 드디어 마츠야마의 디지털 뮤즈들이 뉴욕 도심, 타임스 스퀘어 한복판에서 화려한 워킹을 시작했다. 41번가와 49번가를 잇는 이 가상의 캣워크는 어떤 런웨이보다 길고 압도적이다. 현실적 거리를 초월하는 디지털 세계에서 불가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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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Irene Kim
- 사진
- Taylor Lash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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