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라벨 전성시대!

언니 밑에서 자란 어여쁜 여동생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대범하고 과감하며 반항적인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는 세컨드 라벨 전성시대!



패션계에는 혈연처럼 끈끈한 연결 고리로 이어진 브랜드들이 있다. 프라다, 도나 카란, 베르사체라는 패션 고유명사를 언급할 때, 우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미우미우, DKNY, 베르수스란 어딘지 비슷한 듯 다른 이름을 동시에 떠올린다. 패션계에서 알아주는 패션 가문의 자매들이다. 최근 이 자매들 사이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이름 하여 동생들의 반란! 부모와 언니들의 지극정성으로 예쁘게 자란 여동생들이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은 뒤 반항심 가득한 모습으로 가족과 친구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지난 2월 뉴욕 패션 위크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단연 마크 제이콥스다. 루이 비통을 떠나 자신의 브랜드에 집중하게 됐으니 말이다. 아울러 그의 세컨드 브랜드인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역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 역시 그가 떠났으니까. 마크 제이콥스는 그의 베스트 프렌드인 소피아 코폴라와 사이좋게 프런트 로에 앉아 있었다. 대신 무대에서는 멋쟁이 영국 여자들이 피날레 인사를 대신했다. 액세서리 컨설턴트 케이티 힐리어, 그리고 2000년대 인기 디자이너였던 루엘라 바틀리!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마크 제이콥스를 입고 싶은 소녀들을 위해 론칭된 브랜드다. 이번 변화의 뒤에는 마크 제이콥스의 사업 파트너인 로버트 더피가 있다. 브랜드 정체성이 희미해진 여동생의 부진을 자각한 채 좀더 쿨하고 터프한 소녀들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것. “그러기 위해 엄청난 반항이 필요했지요”라고 그는 말했다.

루엘라와 케이티가 머리를 맞대고 떠올린 건 자신들이 10대 때 거닐던 런던 거리였다. 알록달록한 반다나, ‘revolution’이란 타이포그래피가 스티커처럼 붙은 원피스, 껄렁한 배기 팬츠, 큼직한 오버사이즈 코트, 풍선처럼 부풀린 리본 블라우스와 발레 스커트 등등. 그야말로 반항기 가득한 표정으로 언니와 남동생의 옷장을 마구 뒤져 맘대로 몸에 걸친 뒤 거리를 활보하는 10대 영국 소녀들을 위한 옷 그 자체. 여기에 소녀다운 밀리터리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해 두툼한 벨트로 허리를 조이고, 큼지막한 로고 장식 하이브리드 스니커즈 부츠까지 동원하자 조만간 뉴욕 패션 위크의 스타로 떠오를 만한 모습이 됐다. “무엇을 입든, 스니커즈를 곁들여야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패션이 완성되죠!” 내친김에 이 여동생은 개명까지 감행했다. ‘MBMJ’로 앙증맞게 줄인 것.

한편 랄프 로렌은 자신의 컬렉션을 보기 위해 세계에서 몰려온 프레스와 바이어 앞에서 여동생을 위한 ‘데뷔탕트’를 마련했다. 블루 라벨을 대신할 폴로 랄프 로렌 컬렉션! “여성을 위한 폴로입니다. 그동안 남성들만 누렸지만, 이제 여성들도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이죠.” ‘다운타운에 사는 젊은 현대 여성’이 그가 제안한 이상적인 폴로 우먼. 폴로 역시 MBMJ처럼 빈티지는 벗어던졌고 폴로의 상징이었던 프레피 요소도 과감히 배제했다. 대신 레깅스와 셔츠를 즐기는 쿨한 여성들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를 위해 랄프 로렌이 꾸준히 선보였지만, 메인 카테고리로 내세운 적이 없는 아즈텍, 플로럴 프린트, 과감한 네온 컬러, 체크 셔츠, 메리제인 슈즈가 한가득 등장했다. “스포티즘, 이지 룩, 스트리트를 다 함께 버무렸고, 여성들이 당장 입고 싶어 할 동시대적인 옷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이들이 갑자기 세컨드 브랜드를 분해하고 뒤집어엎은 뒤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이유? 그 해답은 쟈뎅 드 슈에뜨 디자이너 김재현으로부터 들을 수 있다. 그녀 또한 쟈뎅 드 슈에뜨 신상 컬렉션에 이어 동생 격인 럭키 슈에뜨 런웨이를 ‘Project Rebel’이란 이름 아래 거창하게 선보였으니까. “럭키 슈에뜨는 언니의 클래식함에 80년대 ‘유스(Youth) 컬처’를 섞어 즐기는 멋쟁이죠. 흥겨운 음악과 경쾌한 무대로 부엉이 프린트 스트라이프 티셔츠와 스웨트 셔츠의 젊고 스포티한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죠!”

스트리트 패션의 부흥을 누구보다 먼저 파악한 DKNY 역시 변화를 모색 중이다. 이를 위해 그들이 SOS를 요청한 디자이너는 오프닝 세레모니의 캐롤 림과 옴베르토 레온. 듀오 디자이너가 완성한 91년형 레플리카 점프수트, 94년형 클래식 로고 티셔츠, 로고 백팩과 비니 모자는 광고 캠페인에 등장한 카라 델레바인과 에이셉 라키 덕분에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들이 맨날 그걸 들고 쓰고 파파라치 사진에 찍혔으니까. “DKNY야말로 90년대 스트리트 패션의 선구자였습니다.” 도나 카란은 거리에서 스타일을 뽐내고픈 요즘 젊은이들을 위해 90년대 트렌드와 셀러브리티를 내세웠다. 브랜드 론칭 25주년을 기념한 올봄 컬렉션 역시 완벽한 90년대 플래시백!

그 결과, 하이엔드 라벨과 SPA 브랜드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던 세컨드 브랜드들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이제는 약간 저렴한 소재를 이용해 언니를 흉내 내거나 빈티지 느낌으로 어정쩡한 스타일을 보여줄 생각이 없다. 대신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에 키치한 요소를 적절히 섞어 젊음의 상징이 되고 싶을 뿐. 아울러 앙증맞고 모던하게 재해석한 로고, 언니가 보여주기 힘든 과감한 컬러와 프린트, 한눈에 들어오는 특별한 스타일링까지. 바야흐로 격동의 사춘기를 이겨낸 여동생들의 전성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