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라는 공룡

‘스웨덴식 디즈니랜드’로 불리는 이케아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한다.
이케아라는 이 거대한 가구 공룡이 한국 가구 시장의 포식자가 될지,
긍정적인 자극제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케아는 대형 슈퍼마켓처럼 가구를 팔았다. 이케아 매장 한쪽 벽면에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쌉니다”라는 문구가 당당하게 적혀 있다. 소비자는 ‘쌉니다’라는 유혹에 과자를 집어 들듯이 이케아 제품을 카트에 담는다. 전 세계 브랜드 가치 31위. 전 세계 매출 44조원. 노란색 폴로 셔츠와 파란색 바지를 입은 직원들이 있는 곳. 스웨덴을 대표하는 브랜드 이케아다. 이케아는 1943년 고등학생 잉바르 캄프라드의 일인 기업으로 시작됐다. 초기에는 방문판매로 성냥을 팔았다. 통신판매업을 거치며 몸집을 키운 뒤, 현재는 전 세계 42개국에 345개 매장이 진출한 세계 1위 가구 회사다. ‘가구 공룡’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이케아는 보수적인 가구 산업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해왔다.

이케아 제품이 다른 가구 브랜드 제품보다 최대 50%까지 저렴할 수 있는 이유는 포장의 혁명 때문이다. 완제품이 아닌 조립식 가구를 납작하게 포장하는 일명 ‘플랫팩’ 방식으로 운반 비용을 줄였다. 포장의 부피, 즉 ‘공기’마저 줄인 것이다.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DIY 방식으로 조립 비용도 없앴다. 매장에는 직원도 별로 없다. 설명서만으로 충분하다. 인건비도 줄였다. 이케아는 ‘박리다매’ 전략을 신봉했고, 이케아의 전략은 대다수 옳았다. 낮은 가격은 더 많은 매출을 불러왔다. 이케아의 매력은 기분 내킬 때 자주 가구를 바꿀 수 있다는 것. 더 쉽게, 더 자주 가구와 인테리어를 바꾸도록 유도한다. 싸니까. 고객은 쉽게 가구를 버리고 바꿨다. 실용적이고 단순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정수를 담은 카탈로그를 <해리 포터> 부수만큼 인쇄해 무료로 배포하면서.

사람들은 이케아가 보여주는 환상에 열광했다. 소위 ‘스웨덴식 디즈니랜드’라 불리는 이케아 매장에 들어서면 도무지 지루할 틈이 없다. 영화 <500일의 썸머>에서 남녀 주인공이 티격태격하며 소꿉놀이를 했던 이케아 매장은 대형 주거 전시장이 끊임없이 이어진 무대였다. 고객들은 실제 집처럼 꾸며진 다양한 공간을 기웃거린다. 앉고 눕고 만져보면서, 오감으로 인테리어를 구상한다. 현실로 옮긴 카탈로그 사이를 고객은 맘껏 뛰논다. ‘합리적 가격과 민주적 디자인’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내세운 이케아가 다른 나라에 진출할 때마다 그 나라의 가구 시장은 언제나 비상사태였다. 이케아는 고향 스웨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지점을 독일에 열었고, 영국의 인테리어 체인점 해비타트를 인수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한 이케아는 2003년 이후 단 한 번도 매출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런 이케아가 올해 말 한국 상륙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 3월엔 가로수길에 ‘헤이 홈’이라는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헤이(hej)’는 스웨덴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뜻. 이케아의 첫인사는 명확했다. 벽, 문, 창문을 제외한 모든 가구를 ‘합리적 가격’으로 선보이겠다는 것. 아기 턱받이, 샤워 커튼부터 소파, 침대까지 이케아가 생산하는 물품은 9,500여 종에 이른다. 없는 게 없는 만물상이다. 이 모든 제품을 보여주기 위해, 이케아 1호점이 될 광명점의 규모는 2만2,400㎡. 축구장 10배 크기다. 광명에 이케아를 유치하기 위해 광명 시청은 발 벗고 나섰다는 후문이다. 중국 상하이 이케아 매장, 스웨덴 본사까지 찾아갔을 정도다.

덕분에 국내 가구업계는 긴박해졌다. 이케아가 한국 가구 시장을 집어삼킬 거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특히 국내 가구업체의 절반이 밀집한 경기도엔 전운마저 감돈다. 우리나라는 1만 개 가구업체 가운데 5인 미만의 영세 업체가 80%를 차지하는 기이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시작된 가구업계 불황에 이은 이케아의 국내 상륙 소식은 영세 업체에게 확인 사살이나 다름없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직접 가구업체 대표들과 만나 대안을 모색했지만, 뚜렷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다. 물론 빌트인 가구가 익숙한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거라는 예견도 있다. 74년 이케아는 일본 시장에서 쓴맛을 본 전적이 있었다.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DIY 방식이 아시아 시장에 맞지 않아서였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뒤 2006년 도쿄점을 시작으로 재진출에 성공했다. 현재 한국에서 물류업체를 물색 중인 이케아는 가구 조립 서비스, 주방 및 욕실 설치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알아보고 있다. 한국 고객을 위한 맞춤형 마케팅을 하겠다는 의지다.

이케아의 성공 여부를 떠나 한국 가구 브랜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는 반론도 있다. 지난 3월, 1,700평 규모의 한샘 목동점이 문을 열었다. 최양하 한샘 회장은 “이케아의 한국 진출에 대한 한샘의 대답”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한샘은 이케아와 정반대 노선을 선택했다. 고급화 전략이다. 고객은 인테리어 전문가와 일대일 상담을 통해 제품을 넘어 인테리어를 쇼핑한다. 한샘 제품뿐 아니라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나뚜찌, 독일의 명품 주방 브랜드 휘슬러, 헹켈 등도 같이 전시한다. 한샘은 디자인서울 총괄 본부장이었던 권영걸 서울대 교수를 사장으로, 모바일과 컴퓨터 안의 화면에 체계를 부여하는 UX 디자인계의 스타 디자이너 한명수를 디자인센터 이사로 영입했다. 반면 까사미아는 이케아와 비슷한 중저가 조립식 가구인 ‘데일리 까사미아’를 선보이며 정면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역설적으로 아이네클라이네, 밀로드 같은 소규모 가구 공방은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 가구’인 이케아와 달리 소규모 가구 공방은 ‘슬로우 가구’를 표방하기 때문이다.

김명한 aA 디자인 뮤지엄 대표는 “이케아 가구를 통해 한국의 젊은 층이 디자인에 대한 전반적인 감각을 훈련받을 수 있다. 디자인 감각을 키운 고객이 많아지면 한국의 가구 산업도 자연스레 발전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케아가 한국 가구 시장의 포식자가 될지, 한국 가구 시장의 하이브리드 자극제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시장’이라는 거대한 자본주의의 생명체는 그저 끊임없이 반응할 뿐이고, 우리는 그 변화를 지켜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