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뷰티 프로젝트 후일담

파운데이션은 또 하나의 피부다. ‘디올스킨 스타 스튜디오 메이크업’에서 영감을 받아
다섯 팀의 크리에이터들이 매혹적이고 파격적인 뷰티 비주얼을 만들었다.
놀라지 마시라! 피사체는 김원중, 안재현, 서강준, 이종현, 홍종현이다.



“파운데이션이 주인공인 뷰티 화보? 그렇다면 모델은 아도니스 같은 남자들로 하자!” <보그 코리아>와 디올 코리아 수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떠오른 아이디어였다. 이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점. 파운데이션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피부 표현의 기본 아이템 아닌가. 때마침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들이 득세하는 지금, 딱 맞는 프로젝트였다!

<보그>는 화보만 촬영하기엔 아깝다고 생각했고, 구성을 멀티 채널 시대에 맞춰 다각도로 하기로 했다. 우선 ‘디올스킨 스타 스튜디오 메이크업’ 파운데이션에서 영감을 받은 사진 두 컷을 완성해 지면에 싣고, 아트 영상을 찍어 태블릿 매거진과 닷컴에 올리고, 메이킹 사진을 따로 찍어 슬라이드쇼로 제작해 이것 역시 닷컴에 올리고, 이를 디지털 갤러리(foundation.vogue.co.kr)에 전시하는 것. 디지털 갤러리는 두 달간 오픈하며 비하인드 신과 인터뷰 영상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첫 난관은 역시나 섭외였다. 인기 있는 꽃미남 타이틀에다 <보그> 화보 모델다워야 했으니까. 그러자면 조각 같은 이목구비에 아름다운 피부는 필수. 지금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는 수많은 아이돌, 배우, 모델들이 물망에 올랐다 사라졌다. 드디어 결정된 다섯 명은! <별에서 온 그대>에서 스타덤에 오른 후 <너희들은 포위됐다>로 승승장구 중인 안재현, ‘모델왕 킹원중’이란 애칭을 지닌 대한민국 최고의 남자 모델(방송 출연도 시작했다) 김원중, 한류스타 ‘씨엔블루’의 기타리스트이자 <신사의 품격>에서 장동건의 아들로 등장, 배우로서의 가능성도 인정받은 이종현, <앙큼한 돌싱녀>에서 대세 연하남으로 등극하더니 지금은 <룸메이트>에서 연령을 초월한 사랑을 받고 있는 서강준, 톱 모델에서 차근차근 확실하게 배우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또 최근엔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여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고 있는 홍종현! 그리고 이들 다섯 명의 아름다운 피사체를 극적으로 변신시켜줄 다섯 팀의 최강 크리에이터팀도 꾸려졌다.

그로 인해 촬영이 진행되는 지난 한 달 간 담당 기자의 휴대폰은 불이 났다. 사진가, 영상감독, 헤어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 세트 스타일리스트, 플로리스트까지 시안이 오가고, 좋다 싫다 가능하다 아니다, 논의가 끊이질 않았다. 밤 11시에 사진가가 시안이 담긴 노트북을 들고 기자의 집으로 찾아와 아파트 주차장에서 상의를 하고, 전날 갑자기 ‘필’ 받은 사진가가 시안을 전면 수정해 관련 소품과 세트를 만드느라 동분서주하고, 들쑥날쑥하는 시안에 스타일리스트는 까맣게 타들어가는 가슴을 부여잡아야 했다. 7월 16일, 드디어 첫 촬영이 시작됐다!






SEO KANG JUN X HYEA W. KANG


첫 테이프는 서강준이 끊었다. 그는 잘생긴데다 심지어 예의까지 바른 성실한 청년이었다. 찌는 듯 무더웠던 한여름 밤, 땀을 뻘뻘 흘리며 스튜디오로 들어선 그는 누구 하나 놓치지 않고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치며 참 열심히 인사를 했다. 촬영에 관해 설명을 하면 어찌나 진지하게 듣는지 말하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였다. 저녁도 먹지 않고 엄지와 검지 사이를 끊임없이 누르길래 “혹시 속이 안 좋아요?”라고 묻자 “아니에요. 뭘 먹으면 부어 보일까 봐요. 지압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요.” 잘나가는 셀럽인데 이럴 수가!

서강준의 빠듯한 일정에 급작스레 촬영 일자가 잡힌데다 이 프로젝트의 첫 촬영이기에 무척 불안했었는데, 피사체가 이리 태도가 좋으니 모든 것은 순조로울 수밖에. 서강준의 강렬한 눈빛 연기와 미묘한 얼굴 각도(전문 모델 못지않은 포스와 감성을 보여줬다)에 사진가의 예리한 앵글 감각과 완벽한 조명이 더해지자 아주 멋진 비주얼이 완성됐다.






KIM WON JOONG X ZO SUN HI


사진가 조선희의 컨셉은 명확했다. 김원중이란 하나의 피사체에서 피부색이 다른 두 명의 인물이 보이는 것. 덕분에 김원중은 온몸과 얼굴에 초콜릿색 파운데이션을 잔뜩 발라야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 초콜릿색이 흘러내리는 이미지를 위해 김원중은 실제 페인트를 뒤집어써야 했다. 스튜디오 바닥은 물론이고 스태프들의 손과 옷, 신발 모두 페인트 범벅. 하지만 그때 가장 울고 싶었던 건 김원중이었을 것이다. 샤워를 해도 깨끗이 지워지지 않는 페인트 때문에 등이 얼룩덜룩한데도 “괜찮습니다!”라며 활짝 웃는 그가 어찌나 고맙던지!

게다가 다음 컷은 한술 더 떴다. 초콜릿 베이스에 골드 펄을 섞고, 김원중의 가슴팍에서부터 목으로 파도 치듯 보디 페인팅을 시도하길 두 시간. 바르고 또 바른 끝에 촬영이 시작됐지만 생각보다 멋진 비주얼이 건져지지 않아 결국 다 지우고 얼굴에 흑인 얼굴을 그려 넣는 세 번째 컷에 도전해야만 했으니까. “원중아, 너무 고생시켜 미안하다” “정말 괜찮습니다! 사진이 멋지잖아요.” 최고의 사진가와 최고의 톱 모델이 열정을 불태웠던 밤은 깊어갔고, 결국 그들은 <보그> 편집장이 “피카소 그림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 멋진 컷들을 탄생시켰다.






HONG JONG HYUN X OGH SANG SUN


솔직히 시작은 매끄럽지 못했다. 홍종현이 입을 의상에 대한 논의가 사전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홍종현은 그런 상황을 불편해했다. 워낙 과묵한 스타일인지 입을 꾹 다물고 있어 더 난감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프로는 역시 프로. 좋은 사진을 건지자는데 의견을 모았고, 사진가 어상선의 부드러움이 촬영장 분위기를 누그러뜨리자 촬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맑음을 기억해요.” 셔터를 누르기 전 어상선은 홍종현에게 매끄러운 돌 하나를 쥐어줬다.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두 남자는 인간의 내면과 양면성에 대해 서로 공감했고, 기분 좋게 촬영은 마무리됐다. 시작과 달리 화기애애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홍종현은 그 돌을 챙겨 한 손에 쥐고는 밝게 인사했다. “다음에 또 만나요!”






LEE JONG HYUN X SHIN SUN HYE


촬영 분위기는 마치 파티장 같았다. 이종현은 쾌활한 성격이었고, 오늘의 촬영을 무척 기대하고 있었다. 사진가 신선혜는 이날을 위해 누구보다 많은 준비를 했다. 미리 세트를 만들어 몇 차례 테스트 컷을 찍었고, 그런 사진가의 열정과 시도를 이종현은 흔쾌히 함께했다.

첫 번째 컷의 포인트는 물그림자. 이종현은 커다란 수조 밑에 들어가서 촬영을 했는데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디올 담당자는 셀럽을 저렇게 바닥에 뒹굴게 해도 되냐며 눈이 화등잔만해졌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두 번째 컷은 파운데이션에 첨벙 빠진 남자. 이 컷을 위해 스튜디오 한 편에서는 화장품 공장을 연상시키는 풍경이 연출됐다. 다량의 파운데이션과 보디 로션, 샴푸, 크림 등을 섞어 파운데이션 텍스처를 제조한 것. 이 또한 이틀 전부터 수많은 제품들을 섞고 버려가며 최상의 조합을 찾아낸 결과였다.

이종현의 얼굴에 맞춘 틀을 목에 끼우고 그 안에 포뮬러를 서서히 부어 채웠다. 어쩔 수 없이 몸을 타고 흐르는 파운데이션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던 것도 잠시, “참을 만해요. 여기까지 했는데 멈추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해봐요!” 사진가와 모델이 서로 믿고 촬영을 즐겼기에 가능했던 두 컷의 사진은 그래서 더 유니크하고 소중했다.






AHN JAE HYEON X KIM YOUNG JUN


“형, 누나! 잘 지내셨어요?” 새벽까지 촬영을 하고 다음날 새벽 비행기로 중국을 가야 하는 빠듯한 스케줄, ‘콜록콜록’ 기침 감기까지 걸린 상황이었건만 안재현은 ‘하이텐션’이었다. “간만에 찍는 화보 촬영이고 스태들도 좋아서 무척 신나요! 그리고 전 꽃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첫 번째 관문은 화관 씌우기. 화관에 잔뜩 뿌려놓은 파우더와 글로스가 얼굴에 후드득 떨어지는 통에 메이크업 룸은 난리법석이었다. “걱정 마세요. 그냥 씌우세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미영이 새벽부터 열지도 않은 분장가게 문을 쾅쾅 두드려 가져온 특수 분장용 글리세린과 파우더를 뿌릴 때도, 눈에 글리세린이 들어가 정말 아팠을 텐데도 그는 마냥 환하게 웃었다. “오늘 정말 신나요. 모니터에 뜬 사진 제 휴대폰으로 꼭 찍어주세요!” 덕분에 촬영은 대성공! 안재현의 팬들이 보내온 파이를 맛있게 나눠 먹으며 훈훈하게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