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레브리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스타들이 입은 옷을 따라 입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는 그들이 신은 구두, 점심으로 먹는 수프, 소파 위를 장식한 쿠션까지 따라 할 수 있다.
유명인들의 삶을 소비하는 시대, 바야흐로 셀러브리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시대가 도래했다.

라이프스타일 왕국을 꿈꾸는 스타들. 기네스 팰트로는 GOOP을 통해 스티븐 알란 셔츠, 마이클 코어스 백을 판매한다.

“파리에 갔는데 컨시어지가 자신이 커미션을 받는 평범한 레스토랑을 안내해줄 때 있잖아요. 그럼, 이렇게 묻고 싶죠. 이건 아니에요. 진짜 제가 갈 만한 곳은 어디죠? 유기농 와인이 있는 훌륭한 바는 어디죠? 파리에서 비키니 왁스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사람들은 제가 이 모든 질문에 해답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2008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하는 뉴스레터 사이트 ‘Goop’을 론칭한 기네스 팰트로가 새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다. 파리에서 유기농 와인을 파는 레스토랑을 찾는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그녀의 정보가 불필요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집트산 순면 타월이나 3,000달러짜리 램프를 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그녀의 사이트는 론칭 6년 만에 꽤 규모 있는 사업으로 발전했다(자신의 비전을 담은 온라인 매거진을 창간하고, 스티븐 알란, 마이클 코어스 등의 디자이너와 협업한 아이템 식료품,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한다). 또 삶의 지혜를 담은 책 두 권('It’s All Good' 'My Father’s Daughter')을 내는가 하면, 올해는 LA에 자신이 인정하는 제품만 모은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

2005년은 셀러브리티 디자이너 전성기였다. 자신의 상품성과 유명세를 이용한 셀러브리티들이 너나없이 패션 상표를 발표하느라 바빴다. 제니퍼 로페즈는 힙합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Sweetface’로 뉴욕 패션 위크에 맞춰 성대한 쇼를 발표했고, 그웬 스테파니는 하라주쿠와 LA 스타일을 합친 ‘L.A.M.B.’로 미국 <보그>로부터 인정받았다. 밀라 요보비치 역시 ‘Jovovich-Hawk’에 열중했고, 1년 뒤 당시의 잇 걸, 시에나 밀러는 언니와 함께 ‘Twenty8Twelve’를 론칭했다. 파파라치 사진들이 유행하면서 너도나도 유명인들의 옷차림을 따라 입으려고 안달 났던 시절, 그 욕망은 자연스럽게 유명인사들의 패션 라인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9년 후인 지금, 대중들은 더 이상 스타들의 옷차림을 탐내지 않는다. 그들이 입고, 먹고, 즐기는 모든 것을 따라 하고 싶어 한다. 그 욕망의 끝에 유명인들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있다.

시작은 ‘Goop(goop.com)’ 열풍을 불러일으킨 기네스 팰트로다. 평소에 비엔나의 모더니스트가 만든 345달러짜리 병따개를 간절히 원했거나, 신경계를 다스릴 마그네슘이 풍부한 프랭크 립만 박사의 식단을 철저히 따르길 원했다면 그녀가 권하는 ‘Goop스러운’ 삶을 살 준비가 된 셈이다. 덕분에 기네스 팰트로는 서양에서 비웃음을 받는 동시에 일부에서는 칭송받는 유명인으로 자리 잡았다(지난해 두 개의 미국 타블로이드지는 각각 그녀를 ‘가장 증오하는 셀러브리티’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물’로 동시에 선정했다).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과의 이혼 소식을 알린 것도 바로 자신의 사이트였다.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추천 아이템은 고급 소금이나 세련된 도마 등 친환경적인 제품들.

‘Goop’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셀러브리티들은 재빨리 자신들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알리기에 바빠졌다. 최근 논란 속에서 자신의 사이트 ‘Preserve(preserve.us)’를 론칭한 블레이크 라이블리도 그중 한 명이다. “저는 경험에 굶주려 있습니다”라고 <가십걸>의 스타는 자신의 사이트에 쓴 에디터스 레터에 이렇게 전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Preserve’는 디지털 매거진이자 쇼핑몰, 비디오 블로그를 겸한다. 옷과 음식, 베개와 접시, 테이블과 자전거 등을 직접 만드는 미국의 숨은 장인들을 소개한다는 게 사이트의 기본 아이디어다. 이를 통해 자신의 경험과 경험하고 싶은 것들을 한곳에 모아 소개하는 것이 목적. 평소 미국 남부의 헤이즐넛 초콜릿 쿠키를 만들고 싶었거나 가죽 공방을 운영하는 LA 장인을 만나고 싶었다면 그녀의 사이트가 제격이다. 기사를 읽으면서 블랙 트러플 소금과 캘리포니아 모양의 도마, 나비가 그려진 쿠션 등을 구입할 수 있다. 8월에 스물 일곱 번째 생일을 맞는 이 할리우드 여배우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면, 이 사이트 역시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흉측한 말을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라이블리는 기네스 팰트로처럼 어느 정도 비판 받을 준비는 하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굳게 믿는 것을 해내는 여성들을 위해 꿋꿋이 이겨낼 겁니다.”



리즈 위더스푼과 엘런 드제네러스도 곧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론칭한다.

기네스와 블레이크에게 끝없이 영감을 주는 이들은 자신의 삶을 판매해 거대한 제국을 완성한 마사 스튜어트와 오프라 윈프리 같은 슈퍼스타들이다. 제2의 마사를 노리는 인물은 블레이크 외에 또 있다. 미국 남부 출신인 리즈 위더스푼도 고향의 정신과 정서를 담은 브랜드를 곧 론칭한다. 내년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이 브랜드의 이름은 ‘Draper Jones’. 현재 패션계에서 잔뼈가 굵은 직원들을 스카우트해가며 진용을 갖추는 중이다. “리즈 위더스푼에 의해 시작된 멀티 채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남부에 뿌리를 둔 그녀의 개인적인 스타일을 강조하게 될 겁니다. 첫 매장은 2015년 오픈할 예정입니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침구와 목욕용품, 란제리, 부엌 도구, 향수, 가구, 화장품, 문구용품, 심지어 다양한 남부 스타일 담요까지 판매할 예정이다.

 

가장 최근 이 새로운 전쟁에 뛰어든 인물은 미국의 코미디언 엘런 드제너러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뉴욕 타임스>에 그녀가 사고 판 집들이 모두 기록될 만큼 할리우드의 대표적 부동산 부자 겸 인테리어 전문가다. 자신의 노하우를 모두 담게 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E.D.’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설명했다. “작은 부티크 매장을 론칭하는 게 아닙니다.” 토리 버치의 전 남편인 크리스토퍼 버치와 손잡은 그녀의 컬렉션에는 인테리어와 패션, 반려동물을 위한 아이템들이 죄다 포함된다. 10월에서 11월 사이에 론칭되는 E.D.는 마사 스튜어트와 경쟁 태세를 갖췄다고도 할 수 있다. 'WWD' 인터뷰에서도 그 야망은 드러난다. “만약 제가 가장 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고 싶지 않았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미 정직한 삶을 모토로 사이트와 쇼핑몰(honest.com)을 시작한 제시카 알바, 레트로 스타일을 즐기는 여성들을 위한 사이트(HelloGiggles.com)를 운영 중인 주이 데샤넬, 리얼리티 시리즈 출연진에서 패션 스타로 거듭난 올리비아 팔레르모
(OliviaPalermo.com) 등도 라이프스타일을 이용해 스타덤을 노리는 셀러브리티다. 이렇듯 유명인들 삶의 구석구석을 조명하는 이 새로운 트렌드는 패션 그 이상을 누리려는 우리 시대의 취향을 대변한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백화점 식품관에서도 만나기 힘든 렌틸콩을 동네 슈퍼에 진출하게 만들고, 소수의 건강법이던 ‘오일 풀링’을 전 국민에게 소개한 이효리의 블로그는 글 하나하나가 화제다. 그녀가 가꾸는 ‘킨포크’적인 라이프스타일은 제주도를 넘어 22만 명에 달하는 블로그 이웃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언젠가 그녀가 ‘소길댁’이란 이름 아래 자신의 자수 제품과 렌틸콩, 해바라기씨 오일 등을 판매하지 않을까? 아무튼 이효리의 팬들은 그녀의 삶을 소비할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