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레드 레토와 라나 델 레이의 기묘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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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레드 레토와 라나 델 레이의 기묘한 여정

2019-05-13T13:12:33+00:00 2019.05.13|

곱게 차려입은 남녀 한 쌍이 빈티지풍 미용실에 나타났다. 자레드 레토와 라나 델 레이의 이토록 기묘한 여정.

VOGUE MEETS LANA DEL REY
Vogue Korea 향수를 처음 뿌린 날을 기억하나요?
Lana Del Rey 어린 시절 엄마는 옷장이나 약을 넣는 캐비닛에 향수를 보관했어요. 브랜드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향이 굉장히 묵직했어요. 그날 이후로 향의 매력에 빠졌죠. 드러그스토어나 작은 상점에서 구입한 미니어처 제품으로 향수 세계에 입문했어요.

VK 나이 들면서 향기 취향도 바뀌곤 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20대로 돌아가보죠. 그 당시엔 어떤 향을 즐겼나요?
Lana 아쉽게도 향수 취향의 극단적 변화는 없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가볍고 플로럴한 향을 좋아하거든요. 10대에 열광한 단일 노트의 향수도 여전히 좋아요. 바닐라나 코튼 캔디처럼 어느 곳에서든 구입할 수 있는, 한 가지 재료로 만든 심플한 향 말이에요.

VK 취향이 꽤 확고하군요. 특별한 향수 사용법이 있나요?
Lana 목욕 후 혹은 잠들기 직전 향수를 살짝 분사해요. 또 각기 다른 여러 노트의 향수를 믹스 매치하는 것도 즐기죠. 가사나 글을 쓸 땐 샌들우드처럼 성숙한 향이나 이국적 노트가 들어 있는 향수를 자주 뿌립니다.

VK 구찌 ‘길티 뿌르 팜므’의 뮤즈로 뷰티 월드에 입문했습니다. 구찌 뷰티만의 차별점은 뭘까요?
Lana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주축으로 돌아간다는 점이죠. 덕분에 구찌 뷰티는 아름다울 수밖에 없어요. 그의 창조물은 매혹적이이니까요.

VK 길티 뿌르 팜므의 첫 시향자로서 눈여겨보면 좋을 포인트를 짚어준다면요?
Lana 복숭아와 어우러진 라일락의 가벼운 플로럴 노트요. 아주 여성스럽고 섬세하죠. 향을 처음 맡고 매일 쓰기 좋은 향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나치게 무겁지 않으면서도 특별한 느낌을 주니까요.

VK 미켈레와 첫 만남을 기억하나요?
Lana 그와 만나기 전 전화 통화로 먼저 인사를 나눴어요. 첫 만남이 정확히 언제였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우린 빠르게 친구가 됐어요. 미켈레는 모든 걸 갖췄어요. 젠틀한 성품은 기본, 그의 작품은 정말 위대하고 대담하며 매혹적인 데다 컬러풀하죠. 일에 대한 그의 열망과 에너지는 저에게 큰 영감이 됩니다.

VK 그와 함께한 캠페인 작업은 어땠나요?
Lana 완전 좋았어요! 제라드와 저는 매 순간 즐기며 작업했죠. 할리위어드(Hollyweird) 분위기 영상을 원했기 때문에 정말 신나는 작업이었어요. 미켈레는 미용실, 식료품점 등 일상적인 장소를 통해 흥미롭고 아름다운 아이디어를 탄생시켰어요.

VK 할리우드 포에버 묘지(Hollywood Forever Cemetery)에서 공개한 길티 광고 영상은 뷰티 월드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어요.
Lana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한 빨래방 촬영일에 인근 고속도로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어요. 촬영 스태프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다닐 만큼 일촉즉발의 위험한 상황이었죠. 우리는 대피해야 할지 아니면 큰 문제 없이 당일 촬영을 마칠 수 있을지 가늠이 잘 안 됐어요. 무사히 마치긴 했지만요.

VK 그 장면 꼭 눈여겨볼게요. 올해 데뷔 7주년을 맞았어요. 돌이켜보면 맨 먼저 어떤 장면이 떠오르나요?
Lana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고요하던 순간이에요. 아름다운 선율이 제게 찾아왔을 때, 그런 영감과 노래가 영원히 지속된다는 걸 알았던 나만을 위한 시간 말이에요.

VK 최근 새로운 싱글을 발매했어요. 잔잔한 멜로디에 담담하게 읊조리는 목소리가 매력적인 신곡 ‘Hope is a dangerous thing for a woman like me to have-but I have it’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Lana 완성하기까지 무려 3년이 걸렸어요. 제 노래 중 가장 개인적 측면이 많이 담긴 곡이죠. 가사와 멜로디 안에 많은 의미가 숨어 있답니다.

VK 당신을 대표하는 단 한 곡의 노래를 꼽는다면?
Lana ‘Shades of Cool’ 혹은 ‘Cruel World’.

VK 평소 눈여겨본 한국 아티스트가 있나요?
Lana 요즘 LA에서 한국 가수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어요. 그중 BTS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들려와서 그들의 노래를 들어봤죠. 미국 음악과 다른 특별함이 있더군요. 에너지가 느껴지면서, 몹시 인상적이었어요.

VK 당신의 삶과 커리어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누군가요?
Lana 저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들이요. 그들은 넓은 아량과 여유를 지녔거든요(웃음).

VK 지금이 일요일 아침 10시라고 가정해보죠. 당신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나요?
Lana 러닝이나 운동을 막 마친, 상쾌한 상태!

VOGUE MEETS JARED LETO
Vogue Korea 방금 호텔 로비에서 미켈레를 만났어요.
Jared Leto 그래요? 저처럼 머리를 땋았던가요?

VK 아뇨, 아무것도 안 한 상태였어요.
Jared 오늘 밤 우린 둘 다 브레이드를 하고 있을 거예요(웃음).

VK 미켈레와 함께 찍힌 사진을 보면 꼭 쌍둥이 형제 같아요.
Jared 그런가요? 미켈레와 저는 LA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됐어요. 비슷한 또래에다, 우리 둘 다 창의적이고 독특한 캐릭터여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죠.

VK 구찌 ‘길티 뿌르 옴므’의 얼굴로 발탁됐어요.
Jared 구찌만의 대담함, 유쾌하고 재미있는 감각을 높이 평가해요. 작품 세계는 한없이 진지하지만, 그 안에 세련된 재치와 감각이 숨어 있죠. 그래서인지 매 시즌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아요 신선한 충격을 주죠. 또 구찌 사람들은 정말 좋은 성품을 지녔어요. 따뜻한 심장을 지닌 실력파들이 모인 집단이죠.

VK 당신에게 ‘향’은 어떤 의미인가요?
Jared 일상에 스며들어서 개성의 일부가 되게 할 수 있겠죠. 내가 누구인지 나타내는 매개체 같아요.

VK 혹시 길티 향에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Jared 조금 진부한 답변이 될진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마음에 들어요. 사실 예전에는 향수를 싫어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최근에야 제가 싫어한 건 향수가 아니라 ‘나쁜’ 향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시간 속의 특별한 순간을, 가장 과소평가된 감각인 후각을 통해 향기로 기념하는 건 참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주 강력한 힘을 갖고 있죠.

VK 시적인 답변이군요.
Jared 고마워요. 혹시 과일 좋아하세요? 제 포크 쓰셔도 돼요. 저 아주 건강해요.

VK 듣던 대로 당신은 유머러스하군요.
Jared 여담이지만 어릴 때, 그러니까 5학년 때 가장 친한 친구가 한국인이었어요. 제 이름을 한글로 쓰는 법을 가르쳐줬죠. 그래서 한글로 제 이름 쓸 줄 알아요. 이쪽에서 쓰면 거꾸로라서 글자를 뒤집어 쓸지도 모르겠는데…

VK 혹시 한국어로 할 줄 아는 말이 있나요?
Jared 어쩌죠, 전혀 못해요(웃음).

VK 향수를 당신만의 언어로 표현한다면?
Jared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케이크를 만드는 작업 같아요. 각기 하나씩 봤을 때보다 함께 어우러졌을 때 더 특별해요. 밀가루만 맛보면 특별한 감흥이 없죠. 설탕만 따로 맛을 보면 달긴 하겠지만 그뿐이죠. 하지만 이런 재료가 만나 케이크가 되면? 더없이 특별해지죠.

VK 구찌 길티가 그렇고요.
Jared 맞아요. 그것도 아주 웰메이드 케이크!

VK 평소 어떤 향을 좋아하나요?
Jared 글쎄요, 굳이 꼽자면 불의 향기?

VK 과거를 회상하는 향인가요?
Jared 그렇죠. 가솔린 냄새나…(웃음) 음, 쿠키 냄새일 수도 있겠군요.

VK 쿠키 냄새요?
Jared 뭐, 그런 것들이요. 아, 저는 차 향기도 좋아해요. 정말 아름다운 향이죠. 누군가 차향이 나는 코롱을 좀 만들어야 할 텐데요. 특히 녹차 향기는 정말 끝내주죠. 그린티 아이스크림도 좋고요.

VK 녹차를 좋아하나요?
Jared 아주 많이요. 근데 문제는 제가 카페인 섭취를 지양하거든요. 녹차 맛이 나지만 카페인이 함유되지 않은 걸 누가 좀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갑자기 궁금해서 말인데 한국어로 ‘예스(Yes)’는 어떻게 말해요?

VK ‘네’라고 해요.
Jared 네? 신기하군요. 몇몇 국가에서는 ‘네’라고 하면 ‘노(No)’를 의미하는데.

VK ‘노(No)’는 ‘아니’나 ‘안 돼’라고 해요.
Jared 안 돼! 안 돼… 안 돼…(웃음) 한국 영화 중 좋은 작품이 많죠.

VK 직접 본 작품 있나요? 기억나는 제목이나.
Jared 당연하죠. <올드보이>도 봤고, 또 ‘악마’가 들어가는 제목이 있었는데.

VK <악마를 보았다>요? 이병헌 주연의?
Jared 맞아요. 무시무시한 영화죠. 배우들의 연기는 굉장히 훌륭했어요.

VK 현재 작업 중인 작품이 있나요?
Jared 2월부터 시작된 <모비우스(Morbius)> 촬영이 한창이에요. <베놈(Venom)>과 같은 마블의 슈퍼 빌런 영화죠. 제목과 동명의 모비우스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예요. <스파이더맨> <베놈> 시리즈에 이은 스핀오프 작품이죠. 전 긴 머리 히피 생화학자로 분했어요. 힌트를 주자면 살아 있는 뱀파이어로 변신하죠.

VK 길티 캠페인 영상 중 묘지 장면을 특히 좋아했다고 들었어요.
Jared 어릴 적 가곤 했던 할리우드 포에버 묘지에서 작업하는 건 흥미로운 경험이었어요. 제가 처음 LA에 왔을 때가 20~21세쯤이었을 거예요. 그때도 종종 그곳에 가곤 했죠. 공동묘지이지만 사실 공원이기도 하니까요. 이곳 사람들은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할리우드 포에버 묘지에 가죠. 떠나보낸 이들을 기리는 아름다운 랜드마크이기도 하고요. 그뿐만 아니라 삶과 음악, 영화를 기리는 곳이에요. 여름이면 영화 시사회와 콘서트가 열리죠. 묘지에서 콘서트를 연다니까 ‘캘리포니아’답기는 하네요. 아마 한국에선 보기 어려운 광경이겠죠?

VK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없을 것 같은데요?
Jared 동의해요. 아마 하나도 없을 거예요. 그렇지만 실제로 LA에서 그런 행사를 한다는 게 꽤 멋지긴 해요. 덕분에 할리우드 포에버 묘지에 삶의 생기가 깃들고, 사람들을 기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VK 배우와 뮤지션, 감독과 프로 암벽 등반가로서, 어떤 분야가 당신의 삶에 가장 큰 에너지를 주나요?
Jared 형과 함께 하는 공연이요! ‘써티 세컨즈 투 마스(30 Seconds to Mars)’ 투어 공연을 위해 전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기쁨을 느끼는 일 중 하나죠.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는 아직 공연한 적이 없어요. 우리가 안 가본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예요.

VK 맞아요. 유럽, 남미 등 세계 곳곳에서 공연했잖아요.
Jared 세계 주요 국가는 거의 다 갔어요. 뭐, 원래 최고는 마지막을 위해 아껴두는 법이니까요. 언젠가 기회가 오겠죠.

VK 그날이 오기를!
Jared 꼭 올 겁니다. 조만간 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