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하루의 블랙홀, 황대헌

2018.03.29

by VOGUE

    하루의 블랙홀, 황대헌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꿈을 이룬 황대헌.

    벨벳 톱과 레더 팬츠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평창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국가 대표 팀의 막내였던 황대헌은 얼마 전 한국체육대학교에 18학번으로 입학했다. 신입생이 되어 가장 갖고 싶은 건 운전면허. “스타벅스를 좋아하는데 선수촌과 40km 떨어져 있어서 못 마셨어요. 운전면허를 따면 제가 직접 운전해서 갈 수 있잖아요.” 웃으면서 말했지만, 또래들이 누리는 당연한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선수의 삶이다.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황대헌은 늘 담담히 답한다.

    팬츠는 몽클레르(Moncler), 슈즈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기자들은 그에게 ‘애늙은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황대헌은 올림픽 1,500m 결승에서 넘어지고, 1,000m 준준결승에서 우리 선수 세 명이 함께 경쟁하면서 피니시에서 넘어져 메달권에 가지 못했다. 그때를 회상하며 남긴 말은 “오늘이 오면 내일도 오죠. 오늘도 내일도 인생의 똑같은 하루예요. 그날이 시합 날이었을 뿐입니다. 영화 <신과 함께>에서 이런 대사가 나와요. ‘지나간 슬픔에 새로운 눈물을 흘리지 마라.’ 가슴에 담아두고 있어요.”

    블랙 아노락 재킷과 쇼츠는 몽클레르(Moncler),
    로고 스웨트셔츠와 슈즈는
    골든구스 디럭스 브랜드(Golden Goose Deluxe Brand).

    특히 1,000m 경기의 경우 우리가 쇼트트랙 강국이기에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 선수들이 상향 평준화된 종목이잖아요.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고, 저는 그저 운동선수로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는 레이스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쇼트트랙은 변칙적 스포츠라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의 기로에서 전자를 선택한 이유기도 하다.

    벨벳 톱은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48개월 때 처음 스케이트를 신었어요. 앞으로 계속 나가니까 너무 재미있었던 게 어렴풋이 기억나요.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쇼트와 스피드를 병행하다가 3학년 때 스릴 있고 변칙적인 레이스가 너무 좋아 쇼트트랙 선수를 꿈꿨죠. 쇼트트랙은 이번 올림픽처럼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주기도 하지만, 그게 매력이죠.”

    오버사이즈 재킷은 우영미(Wooyoungmi), 셔츠는 랑방(Lanvin at Mue),
    팬츠와 부츠는 캘빈 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황대헌은 중학교 때 발 부상을 당했다. 상처가 회복되면서 올라오는 살을 메스로 잘라내며 스케이트를 탔다. “칼로 자르지 않으면 스케이트와 마찰이 생겨 아프거든요. 훈련은 계속해야 하니까 직접 잘라냈죠.” 그 어린아이가 직접 칼을 들다니! 황대헌은 조용히 중얼거린다.

    “그냥 멈출 수 없었어요. 계속 타고 싶었거든요.” 황대헌은 앞 경기의 시련을 애써 담담히 보내고 남자 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생애 첫 메달이니 상당히 의미 있죠. 하지만 점수를 준다면 10점 만점에 7점이에요. 아직 부족한 실력이니까 더 노력해야죠.”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하겠나. 황대헌은 중  고등학교 동창들이 말하는 신조어를 알아듣지 못한다고 했다. “함께 있다가도 저는 늘 운동하러 떠났으니까요. 아무래도 또래들의 문화를 공유하지 못해요. 얘기하다가도 ‘그게 뭐야?’라고 자주 묻죠. 하지만 괜찮아요. 저는 쇼트트랙이 좋고, 동료들이 있잖아요. 이번 올림픽 끝나고도 다들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는데요. 물론 회사원들이 퇴근 후에 회사 얘기 하기 싫어하듯이 우리도 경기 얘기는 하지 않아요.(웃음)”

      에디터
      김나랑
      포토그래퍼
      Kigon Kwak
      헤어& 메이크업
      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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