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밀라노에 등장한 MCM의 ‘웨어러블 카사 컬렉션’

2024.04.16

by 김나랑

    밀라노에 등장한 MCM의 ‘웨어러블 카사 컬렉션’

    MCM이 새로운 오브제 컬렉션을 선보였다. 밀라노 가구 박람회, 2024 살로네 델 모빌레(Salone del Mobile)의 장외 전시 푸오리살로네(Fuorisalone)에 처음 참가해 ‘웨어러블 카사 컬렉션(Wearable Casa Collection)’을 공개한 것이다. 4월 15일 17세기 건물 팔라초 쿠사니(Palazzo Cusani)에서 전시가 열렸다. 세계적인 디자인 스튜디오 아틀리에 비아제티(Atelier Biagetti)와 함께 선보인 총 7가지 제품으로 구성된 컬렉션은 노마드 라이프와 디지털 세대에 중점을 뒀다. 소지한다면 그곳이 어디든 집처럼 느껴지는 제품, 의자와 테이블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모듈형 가구, 입을 수 있고 공간에 놓을 수도 있는 획기적인 오브제까지 면면이 흥미롭다. 컬렉션은 현실과 가상의 두 세계로 이뤄진 것이 핵심이다. 팔라초 쿠사니에서는 가상 세계처럼 마법이 펼쳐졌고 오브제를 착용한 아바타가 유영했다. 전시가 끝난 후에도 메타버스 공간을 통해 컬렉션을 경험할 수 있다. 김성주 MCM 그룹 회장이 웨어러블 카사 컬렉션에 대해 이야기했다.

    MCM의 웨어러블 카사 컬렉션.

    4월 15일 MCM이 밀라노에서 열리는 가구 박람회, 살로네 델 모빌레의 장외 전시 푸오리살로네에 처음 참가해 ‘웨어러블 카사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워낙 세계적인 박람회입니다만 이곳에서 컬렉션을 공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밀라노 디자인 위크와 밀라노 패션 위크는 세계적인 트렌드를 선도하는 이벤트로, 패션 산업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도 큰 영향과 영감을 주죠. 또한 이들 행사는 신흥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습니다. MCM은 1976년 독일 뮌헨에서 탄생한 브랜드예요. 당시 뮌헨은 세계를 이끄는 문화의 중심지였죠. 선도적인 도시에서 출발한 브랜드이니만큼, 현재 밀라노라는 가장 트렌디한 도시에서 웨어러블 카사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은 의미가 있죠. 살로네 델 모빌레의 장외 전시 푸오리살로네는 상업적 측면뿐 아니라 MCM의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현재 비전을 보여주고, 온·오프라인과 메타버스에서 살아갈 세대의 중요한 개념을 제안할 수 있는 적절한 기회로 여겼어요.

    디자이너 듀오 아틀리에 비아제티.

    웨어러블 카사 컬렉션은 세계적인 디자인 듀오인 아틀리에 비아제티가 작업했죠. 어떤 점에서 이들과 협업했나요?

    아틀리에 비아제티는 독특하고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알려져 있죠. 일상에서 영감을 받아 창의적으로 접근하는 디자이너들이고, 우리 브랜드 역시 일상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아틀리에 비아제티는 전통적인 디자인 스튜디오와는 거리가 멀고,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 놀라운 공연, 예측할 수 없는 비디오, 일반적이지 않은 오브제를 보여줬죠. 이런 측면도 MCM과 아주 가까워요. 그들은 MCM과 마찬가지로 현실을 해석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어요. 현실과 가상, 물리적 요소와 이야기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미래를 모색하는 것에 익숙하죠. 그런 가치로 ‘웨어러블 카사’라는 미래 여정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아틀리에 비아제티와의 작업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매우 흥미진진한 여정이었어요. 처음부터 목적을 분명히 하고, 주제를 깊이 있게 파고들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아틀리에 비아제티 특유의 디자인 정신을 반영해 혁신적이고 반어적인 결과물을 창조하고자 했습니다. 비아제티와 처음 만났을 때, 서로가 공통된 기반과 비전을 가졌음을 금세 알아봤죠. 이런 단편적인 순간이 기억납니다.

    MCM의 웨어러블 카사 컬렉션.
    채티 소파. 사진의 쿠션을 여행길에 휴대하면 베개처럼 쓸 수 있다.

    ‘웨어러블 카사’라 이름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웨어러블 카사는 노마드 스타일의 안정감, 애정, 소속감을 떠올리는 컨셉으로 디자인했어요. 이 컬렉션을 접하는 누군가가 어딜 가든 집에서 느끼는 듯한 안락함을 경험하길 바랐죠. 제품을 착용한 사람과 그의 집, 그리고 집 안 오브제 사이를 연결해 물리적 공간과의 경계를 초월하고자 했습니다. 이런 접근 방식은 정착과 뿌리에 기반한 느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재정의하며, 더 유동적이고 유연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MCM의 모토를 담고 있습니다.

    MCM은 2024 S/S 컬렉션에도 밀레니얼 세대나 젠지의 특징인 ‘디지털 노마드’에 초점을 맞춰 하이브리드, 시즌리스, 젠더리스 제품을 선보였죠. 이번 가구 컬렉션 또한 디지털 노마드에 중점을 뒀군요.

    웨어러블 카사 컬렉션은 현대 노마드 스타일을 담아내며, 전통을 혁신적으로 재해석해 독창적인 시대정신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MCM의 웨어러블 카사 컬렉션.
    타타무는 모듈식 매트 형식 가구로 데이베드부터 매트까지 원하는 방식으로 쓸 수 있다.

    컬렉션은 ‘형태가 기능을 따른다’는 바우하우스 정신에도 영감을 받았죠.

    독일 브랜드 MCM은 변화의 시기에 태어나 전통이 파괴되는 곳에서 성장했어요. 지난 세기 바우하우스의 기능성과 불규칙한 접근을 현대적이고 노마드적인 태도와 융합했죠. 사람들은 편하게 활동하기를 원하잖아요. 이를 위해 제품을 다른 차원으로 발전시키고자 했습니다.

    스툴, 의자, 커피 테이블 등으로 변형되는 마인드 티저.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지향은 여행이나 출장을 떠나는 것을 넘어, 기존 관습에서 벗어나 어디든 본인의 길을 개척하는 인간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웨어러블 카사 컬렉션을 통해 MCM이 제안하고 싶은 라이프스타일 혹은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어디에도 한계와 경계가 없고, 유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유영하며, 지속 가능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가치관을 보여주고자 해요.

    자유롭게 형태가 변화하는 제품이 눈에 띄는군요. 타타무(Tatamu)는 모듈식 매트입니다. 넓게 펼치면 일본식 다다미처럼 되고, 원하면 침대가 될 수 있죠. 언뜻 실버 큐브처럼 보이는 ‘마인드 티저(Mind Teaser)’는 스툴, 의자, 커피 테이블로 바뀌죠. 한정된 공간에서 자유롭게 변형되는 가구야말로 친환경적입니다. 많은 가구를 들일 필요 없이 하나의 가구를 필요한 여러 방식으로 쓸 수 있으니까요. 모듈 가구에 집중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웨어러블 카사 컬렉션은 10대가 자신의 패션 스타일을 바꾸는 것처럼 손쉽게 모양을 바꿀 수 있죠. 빠르게 달라지는 삶과 디지털 시대의 지속적인 혁신을 강조해요. MCM이 추구해온 디자인 방향과 일치하죠. MCM 가방은 다양한 기능과 스타일 연출이 가능하고 특히 핸즈프리를 추구하면서 디지털 & 노마드 스타일을 선도했어요. 디자인 산업은 오랫동안 변형 가능한 모듈식 가구를 선호해왔는데, 이런 특성은 MCM의 가치와 완벽하게 부합합니다.

    랜턴 클렙시드라(Clepsydra)는 램프 셰이드를 벗겨 헤드 가림막으로 사용함으로써 조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모자로도 활용 가능하다.

    가장 인상적인 제품은 매직 질레(Magic Gilet)입니다. 실제로 입을 수 있는 의상이면서 실내에 오브제처럼 둘 수 있죠. 그야말로 ‘집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매직 질레라는 아이러니한 이름을 가진 이 제품은 입는 것만으로도 어디에 있든 집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장난스러운 멋을 더했죠. 이 제품은 기능, 모양, 의미를 손쉽게 변형할 수 있으며, 오브제처럼 공간에 활용할 수 있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미 여러 MCM 제품이 성별, 계절, 연령 같은 경계와 한계를 뛰어넘고 있죠. 그런 의미에서 매직 질레는 MCM이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을 잘 반영한 오브제입니다.

    지난해 나이지리아계 영국 아티스트 잉카 일로리(Yinka Ilori)와 협업해 의자 20점을 서울 MCM Haus 플래그십에서 선보였죠. 밀라노에서 선보인 컬렉션은 소파, 침대, 의자, 테이블, 조명, 입을 수 있는 오브제, 반려동물을 위한 가방 등 다양합니다. 확장한 이유가 있나요?

    우리가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늘 우선시합니다. 예를 들어 ‘어떻게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죠. 웨어러블 카사 컬렉션은 물리적 방식 또는 디지털 방식을 넘어 지속 가능한 방식을 추구합니다. 소비자들이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도록 도우며, 단순한 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삶 전반을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길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아이템으로 확장했어요. MCM의 모토인 ‘Time is the New Luxury, and Creativity is the New Power’처럼 말입니다. 사실 MCM 헤리티지를 살펴보면 이미 탄생 시기부터 노마드를 위한 혁신적인 라이프스타일 오브제를 만들어왔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컬렉션 또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더했을 뿐 MCM 역사에서 새로운 아이템은 아니죠.

    컬렉션에 영향을 끼친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이 있나요?

    물론이죠. 저는 다양한 영역에 머물면서 여러 아이디어에 매료됐고, 이것이 실제로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에 열정을 갖고 있어요. 다시 말해 물리적, 디지털적으로는 물론이고 지속 가능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려는 제 방식이 컬렉션에 더해지죠. MCM의 모토 ‘Health is the New Wealth, Time is the New Luxury, and Creativity is the New Power’처럼요.

    리모델링된 17세기 건물 팔라초 쿠사니를 전시 장소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틀리에 비아제티와 함께 도시에서 가장 인기 있고 아름다운 브레라 중심부에 위치한 이곳을 선택했죠. 17세기 밀라노 궁전의 호화로움 속에서 미래로 대담하게 나아가는 웨어러블 카사 컬렉션을 선보인 거죠. 컬렉션은 메타버스로도 소개해요. 역사적인 웅장한 공간과 미래지향적인 메타버스의 이중성은 흥미로운 단락을 만들어낼 거라 기대합니다. 다시 말해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과 최첨단 기술을 결합하면서도 우리의 인간적인 면을 표현하기에 최적의 장소죠.

    김성주 MCM 그룹 회장.

    관람객이 MCM 전시를 어떻게 경험하길 바라나요?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재현하고 싶어요. 과거와 현재, 미래 사이의 어딘가를 경험하게 하는 거죠. 이 전시는 현실과 메타버스라는 두 가지 진입 방식을 갖춘 하이브리드 공간으로 구성돼 원격으로도 즐길 수 있어요. 관람객이 서 있는 공간은 마법처럼 무한해지며 심지어 아바타도 물건을 입을 수 있는 또 다른 세계로 확장되는 전시를 선보입니다. 개인, 사물, 생활공간 사이의 관계를 재정의하면서 기존의 기대를 뛰어넘는 몰입형 경험, 즉 다중 우주를 만들었어요. 전시를 통해 미래에 대한 MCM의 스릴 넘치는 가능성을 접하길 바랍니다.

    MCM이 선보인 오브제 & 라이프스타일 컬렉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지속적으로 정의할 것입니다. 오브제를 착용하면서도 거주한다는 독특한 개념으로, 소비자에게 다양한 가치를 전하고자 합니다. 또한 더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생활 방식으로 함께 나아가길 바랍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뮌헨(우리의 탄생지)에서 화성(미래 세대를 위한 M2M)에 이르기까지, 지구에 국한되지 않는 경계와 한계가 없는 컬렉션입니다.

      사진
      M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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