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 페리뇽이 최고인 이유

2026.05.29

돔 페리뇽이 최고인 이유

지난 4월 14일과 15일 샴페인 하우스 돔 페리뇽(Dom Pérignon)이 ‘하모니’를 주제로 서울에서 이벤트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셰프 드 카브, 뱅상 샤프롱(Vincent Chaperon) 또한 자리를 함께했다. 그가 이야기하는 돔 페리뇽 빈티지 2017, 빈티지 2008 플레니튜드 2, 로제 빈티지 2010 탄생 스토리.

돔 페리뇽의 셰프 드 카브, 뱅상 샤프롱.
돔 페리뇽 빈티지 2008 플레니튜드 2, 빈티지 2017, 로제 빈티지 2010.

돔 페리뇽의 정신을 담아내는 것으로 창조적 탐구(Creative Quest), 조화(Harmony), 감정(Emotion)을 말했죠. 4월 한국에서 열린 ‘Harmony Experience’ 행사에선 ‘하모니’를 강조했군요. 어떤 의미였나요?
올해 ‘하모니’를 더 강조한 이유는 단순히 각각의 와인을 개별적으로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는 경험을 만들고 싶어서예요. 돔 페리뇽이 세 가지 새로운 빈티지를 공개하는 순간 와인, 미식, 음악, 공간의 분위기, 퍼포먼스 같은 서로 다른 요소가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 안에서 어떻게 함께 공명할지 탐구했습니다. 제게 하모니란 단순히 균일함과 부드러움을 의미하지 않아요. 하모니는 긴장과 균형, 대비와 공명 속에서 탄생합니다. 살아 움직이는 균형 상태에 가깝죠. 이 같은 개념은 이미 와인에도 존재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돔 페리뇽을 둘러싼 전체적인 감각의 여정으로 확장하고자 했어요.

2017년은 극한의 기후로 당시 샹파뉴에서 와인 생산을 많이 포기했지만 돔 페리뇽은 결국 완성해냈죠. 59획의 포도밭만 참여시켜 생산 물량이 적고, 샤르도네 비율도 61%로 기존 돔 페리뇽에 비하면 높습니다. “그렇기에 극단적인 빈티지”라고 당신은 말했어요. 여러 어려움을 뚫고 빈티지 2017을 선보인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 빈티지만이 가진 개성이 있나요?
2017년은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의 연속이었어요. 기후의 불안정성, 폭염과 가뭄에 갑작스러운 비까지 이어지며 균형을 이루기가 쉽지 않았죠. 하지만 돔 페리뇽은 그해의 고유한 특성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과정에서 탄생합니다. 빈티지를 만든다는 것은 자연이 지닌 아름다움뿐 아니라 어려움까지도 받아들인다는 의미예요. 난관에도 빈티지 2017을 반드시 선보인 이유는 이 모든 긴장감 아래 매우 독특한 에너지와 감정이 피어오르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기 때문이죠. 수확 과정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했고, 극도로 엄격한 선별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아상블라주(Assemblage)는 돔 페리뇽으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이었어요. 샤르도네 비율이 61%까지 올라가며 와인에 뛰어난 성숙미와 풍부함, 빛나는 생동감을 부여했죠. 제가 돔 페리뇽 빈티지 2017에서 가장 매혹적으로 느끼는 지점은 바로 그 이중성입니다. 이 와인은 끊임없이 상반되는 요소를 긴장 속에서 함께 존재하게 합니다. 달콤함과 긴장감, 둥근 질감과 직선적인 구조감, 풍요로움과 날카로운 에지가 공존하죠. 극단적인 기후 조건에도, 어쩌면 바로 그 조건 덕분에, 이 와인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살아 움직이는 듯한 에너지와 생동감을 품게 되었습니다.

“하모니를 달성하기 위한 로제의 방식이 블랑보다 더 급진적”이라고 했죠. 레드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조량이 풍부해야 하는데, 샹파뉴에서는 다른 포도 재배지보다 북쪽이라 일조량이 조금 부족합니다. 그래서 로제가 블랑보다 어려운 도전 과제죠. 그렇기에 완성했을 때 더 기쁨이 클 것 같은데, 어떤가요? 또 로제를 만들 때 블랑보다 어떤 요소가 특히 더 중요한가요?
돔 페리뇽 로제 빈티지 2010에서는 성취감이 더 커요. 우리가 추구하는 하모니가 훨씬 더 직접적으로 드러나고, 그만큼 섬세하고 깨지기 쉽기 때문이죠. 로제 빈티지 2010은 우리가 가진 창조적 야망의 한계를 밀어붙이며 탄생한 와인이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돔 페리뇽 로제 빈티지 2010에 가장 매혹된 점은 하모니가 단순히 부드럽고 편안한 균형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는 깨달음입니다. 오히려 상반되는 요소가 끊임없이 공존해야 하죠. 구조감과 관능미, 밀도감과 섬세함, 어둠과 빛, 힘과 무중력감 같은 요소들이요. 로제 빈티지 2010에서 하모니는 거의 공명하듯 살아 있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긴장감 속에서 끊임없이 팽팽하게 유지되는 균형이죠. 그 모든 요소가 마침내 하나로 어우러지는 순간, 거의 불가능해 보였던 균형에 도달했다는 특별한 성취감을 주죠.

2010년 초는 1996년 이후 최저기온을 기록했고, 건조한 날이 이어지다 8월 중순 단 이틀 만에 두 달 치 강우량에 해당하는 비가 내렸죠. 그래서 며칠 만에 피노 누아에 보트리티스(Botrytis) 곰팡이가 생겼어요. 그로 인해 신속한 판단을 내려 보트리티스 피해가 없는 포도에 집중하고, 수확량의 일부를 희생해야 했죠. 신속한 판단을 내려야 했던 중압감, 희생의 불가피함에 따른 어려움 등 그때를 회상해주세요.
모든 상황이 갑작스럽게 가속된 순간이 선명하게 기억나요. 8월 중순까지는 빈티지가 비교적 유망한 흐름을 따라가고 있었죠. 하지만 이후 내린 비가 모든 상황을 완전히 바꿔놓았어요. 보트리티스는 특히 피노 누아에 매우 빠른 속도로 번졌고, 그 순간부터는 ‘시간’이 가장 큰 압박이었습니다. 우리는 아주 빠르게 결단을 내려야 했는데, 와인의 완성도를 위해서는 수확량의 일부를 포기해야 했어요. 하지만 돔 페리뇽은 결국 ‘선택’을 통해 완성되는 와인입니다. 빈티지가 지닌 비전과 진정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만 남기겠다는 의지로 만들죠. 결과적으로 이러한 긴장감과 결단의 과정이 놀라울 만큼 높은 응집력과 정교함, 강한 감정적 밀도를 지닌 로제를 탄생시켰어요.

2008년의 자연이 빈티지 2008 플레니튜드 2에 준 영향은 무엇인가요? 일조량이 부족했지만 수확 직전인 9월 ‘샹파뉴의 기적’이라 불리는 완벽한 날씨가 찾아와 포도를 균일하게 익혔다고 들었어요.
돔 페리뇽 빈티지 2008 플레니튜드 2는 무엇보다 ‘긴장감’이 깊이 각인된 와인이에요. 2008년 대부분의 시간 동안 샹파뉴에서는 서늘하고 흐린 날씨가 이어졌고, 일조량도 부족해 포도의 숙성이 아주 느리게 진행됐죠. 하지만 9월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샹파뉴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순간이 찾아온 거죠. 하늘이 맑게 개고 바람의 흐름이 바뀌면서,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거의 불가능해 보였던 수준의 성숙도와 균형감을 포도가 얻었어요. 이런 이중성이 지금의 돔 페리뇽 빈티지 2008 플레니튜드 2 안에도 깊이 새겨져 있어요. 이 와인은 클래식한 샴페인 빈티지가 지닌 정교함과 신선함, 빛나는 투명함을 품고 있으면서도, 더 큰 깊이와 밀도감, 촉각적으로 느껴지는 풍부한 질감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를 가장 매료한 것은 그 긴장감이 결국 하나의 움직임으로 전환된 듯한 감각입니다. 와인은 놀라울 만큼 정밀함을 끝까지 유지하는 동시에 더 넓고 깊으며, 더욱 찬란하게 확장되죠.

돔 페리뇽 빈티지 2008과 빈티지 2008 플레니튜드 2는 같은 해에 탄생했는데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떤 다른 풍미를 지녔나요?
두 와인은 같은 해, 같은 기후, 같은 원산지에서 탄생했지만, 시간은 점차 다른 감정의 풍경으로 이끌었습니다. 돔 페리뇽 빈티지 2008이 정교함과 신선함, 빛나는 우아함을 표현한다면, 돔 페리뇽 빈티지 2008 플레니튜드 2는 동일한 기반 위에서 뭔가가 더욱 확장된 와인입니다. 더 깊은 층위와 움직임, 더 긴 여운을 품죠. 촉각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훨씬 넓은 영역을 탐구하는 와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테이스팅하며 감정이 격해질 때도 있나요?
네, 테이스팅 중에는 매우 감정적인 순간을 경험합니다. 때로는 와인이 이성적으로는 예상할 수 없는 감각이나 기억, 혹은 설명하기 어려운 울림을 갑작스럽게 드러내죠. 그런 순간은 매우 드물지만, 와인이란 결국 ‘시간’이 살아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경험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습니다.

돔 페리뇽 소사이어티는 전 세계 셰프와 소믈리에 126인의 미식 공동체입니다. 20여 년 전 결성되었죠. 돔 페리뇽 소사이어티의 의미, 여기에 합류할 수 있는 최우선 조건은 무엇인가요?
돔 페리뇽 소사이어티는 단순한 네트워크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공동체예요. 공통된 감각과 호기심, 창조에 대한 헌신을 중심으로 형성됐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탁월함’만이 아닙니다. 와인과 미식, 문화와 감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려는 태도가 더욱 중요합니다. 가장 본질적인 조건은 ‘진정성’일 거예요. 우리는 단순히 돔 페리뇽을 서비스하거나 홍보하는 사람이 아니라, 돔 페리뇽의 철학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서로를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이 공동의 가치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어요.

한국에선 임정식, 안성재 셰프에 이어 2025년 강민구(밍글스), 엄태준(솔밤) 셰프가 새롭게 합류했죠. 두 셰프와 한국에서의 첫 협업이 어떤 기억으로 남았나요?
서로를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공통된 열망으로 연결된 공동체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 순간이었어요. 단순히 각 빈티지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경험을 나누며 깊이 있게 탐구한 특별한 자리였죠.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레벨라시옹 2024에서는 2023년의 아상블라주를 맛보지 못했ᅌᅥ요. 2023년 포도로는 돔 페리뇽 빈티지를 만들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빈티지 품질에 상관없이 늘 소량의 샴페인을 병입하는 것이 나의 정책”이라고 말했어요.
기후 조건은 점점 더 극단적으로 바뀌고,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어요. 수확량의 일부를 소량이라도 보존하는 것은 이러한 변화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이는 단순한 저장이 아니라 하나의 ‘기억’을 구축하는 일이죠. 기후와 포도 재배, 감각의 변화를 담아내는 살아 있는 아카이브를 만들어가는 것이고요. 이 같은 접근이 앞으로 돔 페리뇽과 기후 환경의 장기적인 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겁니다.

* 경고 :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김나랑

김나랑

피처 디렉터

글을 쓰고 인터뷰를 하고 매번 배웁니다. 집에 가면 요가를 수련하고 책을 읽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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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of Dom Périg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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