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디자이너 베라 왕의 뉴욕 럭셔리 하우스 대공개

2020.04.14

디자이너 베라 왕의 뉴욕 럭셔리 하우스 대공개

베라 왕은 뉴욕에 있는 으리으리한 복층 아파트를 생활하기 편하면서도 현대적인 걸작으로 바꿨다.

1929년에 아르데코 양식으로 건축해, 관련 책이 출판될 정도로 유명한 건축물에 베라 왕(Vera Wang)의 으리으리한 아파트가 있다. TV가 17대나 있는 이 집에서 왕은 2007년부터 살고 있다. 그런데 왕은 그전부터 이곳과 인연을 맺었다. “부모님이 이 아파트에서 거의 30년을 살았어요.” 그녀가 말했다. “부활절과 어머니날을 수차례 여기서 보냈죠. 부모님께서는 항상 우리 남매 방을 그대로 두셨어요.”

유명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이자 패션 기업 대표인 베라 왕은 여러 곳에 집을 마련했다. 특히 베라 왕은 리츠 파리의 코코 샤넬 스위트룸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서’ 꾸민 파리 아파트를 떠올렸다. 베라 왕은 그 공간을 두 딸을 기른 일반적인 아파트로 묘사했다. 두 딸 세실리아(Cecilia)와 조세핀(Josephine)은 각각 29세와 26세이며, 다운타운에 살고 있다.

베라 왕은 10년 가까이 뉴욕 아파트를 천천히 리모델링했다. 건축 회사 소여/버슨(Sawyer/Berson)의 브라이언 소여(Brian Sawyer)가 그 임무를 맡았다.

베라 왕은 섹션으로 활용되는 커다란 크림색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본인도 이 소파가 몇 개의 섹션으로 나뉘는지 잘 몰랐다. 고백하건대 자신은 프로젝션 TV를 끄고 켜는 방법도 잘 모른다. “이 집은 스마트 하우스죠. 하지만 때때로 단순하게 조명을 켰으면 좋겠어요.” 왕의 작은 몸집이 커다란 셔츠 속에서 헤엄치듯 움직였다. 셔츠 뒷면에는 커다란 글씨로 ‘Balenciaga’라고 쓰여 있었다. 그녀는 직접 디자인한 부츠를 신고 있었다. 그 신발로 660㎡(200평)가 넘는 이 집을 돌아다니기란 분명 쉽지 않아 보인다. 왕의 부모가 이 아파트에 살 때, 이곳은 영국식 분위기를 띠었다. 장중한 책장에 꽂힌 가죽 장정의 책과 근사한 크리스털로 꾸민 다이닝 룸이 그런 분위기를 한층 조성했다. 아파트는 실질적인 공간으로 구분했다. 직원들이 일하는 여섯 곳과 침실 여섯 개로 나뉘었고, 모든 방에 문이 달려 있었다.

더 이상 예전 인테리어의 흔적은 없다. 베라 왕이 회벽이 드러날 정도로 벽을 뜯어내고 몰딩을 떼어낸 후 사진 스튜디오, 갤러리, 하얀 상자 등을 섞어놓은 곳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그녀는 강철 출입문을 들어 올렸다. “뭔가 이집트 같은 것을 원했어요. 아부 심벨(Abu Simbel) 신전의 입구처럼 말이죠. 그래서 소장하던 존 체임벌린(John Chamberlain)의 조각품을 본떠 싱글 도어 프레임을 만들었죠.” 아버지의 서재는 검은색 방으로 변모했다. 그곳에는 언제나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아티스트 데미안 허스트의 두개골 모양 작품 맞은편에 TV 17대 중 하나가 놓여 있었고, 화면에서는 <The Real Housewives of New Jersey>가 나오고 있었다.

“이 모든 게 완전 무모한 짓이었죠.” 그녀가 웃으며 굉장하던 리노베이션 과정을 설명했다. “정말 무엄한 뭔가를 하고 있었죠. 이 빌딩은 건축학적으로 워낙 유명하니까요. 1920년대에 로사리오 칸델라(Rosario Candela)가 건축한 아파트에서 이런 일을 하다니요. 그리고 제 부모님이 30년간 사용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서 이렇게 절제된 미학으로 꾸민 아파트로 들어오다니요! 방을 하나의 스튜디오로 만들고 싶었어요. 원하는 물건을 옮겨놓을 수 있는 곳 말이죠. 저는 각자가 이동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존 체임벌린의 환하게 빛나는 작품 ‘Polished Up’이 벽난로 위에 걸려 있다.

당연히 그런 탈바꿈은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지 않았다. 실제로 그것은 10년이 꼬박 걸리는 작업이었다. 그것을 두고 터무니없이 긴 시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 이유를 왕이 설명했다. “이 건물은 오로지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부터 노동절까지만 리노베이션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아홉 번의 여름을 거쳐야 했던 거죠.” 시간을 어떻게 세든 상관없이, 이웃 주민들은 이 극단적인 집 수리에 별로 흥분하지 않았다. 왕은 벽난로 장식을 없애고 티파니 유리 다리가 달린 세면대를 치웠다(왕은 그것들을 창고에 잘 보관하고 있으며, ‘내 뒤를 이어 이곳에 살게 되는 사람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한다).

왜 그녀는 쓸데없는 것과 중요한 것, 심지어 그것들을 받치던 티파니 다리까지 치웠을까? “저는 제 친구이자 레스토랑 오너인 마이클 차우(Michael Chow)에게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죠. ‘이런저런 일을 다 겪다 보니, 미니멀리스트로 살기로 결심하게 됐어.’ 그 말은 내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죠.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 진정한 내 모습도 미니멀리스트일지 몰라.’” 베라 왕의 대화에는 유명한 친구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미 작고했든 살아 있든 상관없이 말이다.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위엄 있는 작품 ‘Rift II’가 거실에서 자리를 잘 잡고 있다.

“저는 이 아파트를 디자이너 릭 오웬스의 집 같은 브루탈리즘(Brutalism)이 아니라 컨템퍼러리라고 말해요. 당신이 디자이너라면 알 거예요. 그리고 피엘파올로 피촐리도 동의할 거라 생각합니다만, 자신의 작품에 너무 빠져 있다 보면 예술 작품과 건축 작품에 집중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죠. 알다시피 칼 라거펠트 역시 가구를 많이 두지 않았어요. 솔직히 말해서, 어떤 면에서 저는 릭 오웬스, 캘빈 클라인과 굉장히 가깝죠. 저는 캘빈의 집 여러 채를 모두 둘러봤어요.” 그녀는 캘빈이 이 집을 인정할 거라고 생각할까? “당연하죠. 여기도 왔었어요.” 베라 왕이 덧붙여 말했다. “그런데 그는 작은 부분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겠죠. 이를테면 손잡이가 완벽하게 부착되지 않았다든가 뭐 그런 거 말이죠.”

왕은 친구들이 언제든지 들러서 아무 데서나 음식을 먹어도 좋다고 했다. 알딸딸하게 취한 손님이 소파에 포도주 좀 쏟은들 어떠하리. 그녀의 딸 세실리아는 최근 신나게 즐기던 할로윈 파티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방마다 다른 놀이를 준비했죠. 이를테면 가라오케 방과 사진 부스 방이 있었어요.” 조세핀은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엄마를 위한 안식처죠.”

갤러리나 다름없는 홀에 루돌프 스팅겔(Rudolf Stingel)의 은색 작품이 걸려 있다.

실제로 베라 왕도 이 공간은 완벽하게 아늑하다고 말했다. “아무도 더 이상 격식을 갖춘 다이닝 룸을 만들지 않아요. 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편안하고 싶죠.” 싱크대 위에 놓인 베이지색 머핀 접시와 고양이만큼 작고 털이 복슬복슬한 적갈색 포메라니안이 눈에 띄었다. 이 반려견의 이름은 롤라(Lola)로, 왕에 따르면 심하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아이다.

멋진 계단을 오르자 갑자기 미니멀리즘에 전념하겠다던 왕의 주장이 무색해지고 말았다. 과거 침실이었던 공간이 거대한 옷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50년간 모아온 옷이 들어 있는 거대한 옷장이다. 이곳에는 꼼데가르송의 블랙 의상만 모아놓은 선반이 있었다. 다운타운에 있는 바니스 백화점에서만 이 브랜드를 팔던 시절이 떠올랐다. 손잡이가 제대로 부착된 듯한 선반을 열어보니 줄지어 있는 선글라스가 드러났다. 또한 보테가 베네타, 에르메스, 샤넬, 루이 비통까지 다양한 브랜드의 핸드백으로 가득 찬 캐비닛도 있었다. “릭의 저 작품을 홍콩에서 샀던가? 이것은 1970년대에 플라스 데 빅투아르(Place des Victoires)에 있는 겐조에서 샀죠.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로메오 질리의 레깅스는 정말 내가 본 것 중에 최고예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제 삶은 늘 이래왔어요.”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그녀가 말했다. “저는 물건을 모아두는 사람이에요. 드리스 반 노튼과 앤 드멀미스터의 초창기 작품도 많이 소장하고 있죠. 구찌도 조금 있어요. 저는 리카르도 티시가 디자인한 지방시 작품이 정말 좋아요. 저것은 그의 첫 번째 컬렉션에서 나온 작품이네요. 이것은 미우미우의 새틴 샌들이에요. 해변에서 새틴으로 된 신발을 신을 수 있을까요? 저한테는 준야 와타나베의 신비로운 카키색 작품도 있어요. 어디다 두었는지 통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옷장을 다시 정리해야겠어요. 어쨌든 다 제 ‘베이비’예요. 베이비들을 정말 사랑한답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보고 놀라서 이렇게 소리치게 되었다. ‘베라, 베라, 이것들을 모두 어떻게 사용하죠? 만 살까지 살아도 다 못 입을 것 같아요!’ 그러자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저는 지금 만 살을 향해서 살아가는 중인 것 같아요.”

베라 왕과 딸 세실리아(계단 위), 조세핀이 존 체임벌린의 작품 ‘Elmzeppelin’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모두 베라 왕 컬렉션을 입고 있다.

TV 스크린 사이에서도 꿋꿋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크리스토퍼 울(Christopher Wool)의 화려한 그래피티 작품을 지나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왕은 이 건축물 안에 이렇게 보이는 아파트는 이곳뿐임을 인정했다. “집 안을 돌아다닐 때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죠. 엄마가 지내던 곳이니까요.” 그녀가 차분히 말했다. 부모가 어느 날 돌아올 수 있다면, 딸이 바꾼 집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까? “두 분 모두 굉장히 지적인 분들이에요.” 왕이 말했다. “제가 누구보다 부모님을 애도하고 있으며, 가르쳐주신 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아주시겠죠. 이 집이 성장해가는 저의 일부라고 이해하실 거예요.”

글쓴이
Lynn Yaeger
포토그래퍼
Jason Schmidt
헤어
Levi Monarch
메이크업
Chiao Li H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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