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아 리파를 만나다
글로벌한 명성을 높여가는 여성 뮤지션 두아 리파.
그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대중음악과 패션에 엄청난 파동을 일으키는 인물이다.
지난 12개월에 걸쳐 포스트 모던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무엇보다 비디오 소셜 미디어 앱 틱톡(TikTok)과 덥스매시(Dubsmash) 등의 주도로, 젊은이들이 우리에게 익숙한 믹스테이프와 플레이리스트 문화를 새롭게 바꿔가는 흐름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동영상을 사용하는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기존 노래를 차트 순위에 재진입시키고 새로 발표하는 곡에는 신선한 의미를 부여한다. 18세 필리핀계 호주인 틱토커 해나 밸라니(Hannah Balanay)가 두아 리파(Dua Lipa)의 새 노래 ‘Don’t Start Now’에 맞춰 추는 중독성 짙은 댄스 동작이 대표적인 예다. #DuaLipaChallenge는 그 플랫폼에 올라온 가장 전염성 있는 댄스 중 하나다. 그 곡에는 최소 400만 개의 틱톡 영상이 달려 있다. 6개월도 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정말 멋진 춤이군요!” 그 현상에 대해 리파가 감탄했다. 그녀는 며칠 전에야 틱톡 계정을 만들었고, 자신의 노래를 둘러싼 그 인터넷 광풍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몹시 어리둥절해했다. “세상에나, 이거 꼭 봐야겠어요!”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그녀는 <보그> 화보 촬영으로 사진 속 아름다운 조각품 같은 밀레니얼 핑크의 발렌티노 2020 S/S 오뜨 꾸뛰르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촬영을 마친 24세의 이 팝 스타는 자기 옷으로 갈아입고 시드니의 한 호텔 소파에 앉아 있다. 1990년대 후반 몰 걸 룩처럼 배기 크림 진과 파코 라반의 플로럴 톱을 입고, 톱 데크(Top-deck) 스타일 헤어에 트라이앵글 스냅 헤어핀을 꽂았다.
“정말 신기해요. 믿기지 않아요. 하나같이 모두 근사해요.” 그 영상을 넘겨보며 웃어대던 그녀가 말했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의 부정적 반응과 달리, 친구들과 방에서 춤추는 장면을 틱톡에 올린 온라인 크리에이터(주로 여성)는 리파의 음악이 의미하는 모든 것, 즉 커뮤니티, 자유, 권한, 창의성, 감수성까지 다 아우르고 있었다. “여성끼리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것이 제게 중요해요.” 그녀가 말했다. “우리는 어린 여성을 더 많이 배려하고 다양성과 결속력을 더 많이 추구해야 합니다. 굉장히 오랫동안 사람들은 여성이 서로 반목하도록 싸움을 붙였어요. 그러면 안 되는 거죠.” 리파는 젊은 여성층을 축복하기 위한 음악을 만든다. 그뿐 아니라 그녀의 창의적인 결과물은 그런 여성을 기반으로 한다.
리파는 런던 출신이다. 코소보-알바니아계 부모님과 함께 어린 시절 4년을 코소보에서 보냈다. 그러다 노래를 향한 꿈 때문에 15세에 홀로 영국으로 돌아왔다. 리파의 여자 친구들이 가족이 되어주었고, 그들은 여전히 그녀 삶의 가장 중요한 사람들로 자리한다. 크게 히트한 ‘Blow Your Mind (Mwah)’, ‘IDGAF’, ‘New Rules’ 등 그녀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눈에 띄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페미니즘적인 우아하고 활기 넘치고 세련된 비주얼 세트와 리파를 둘러싸고 다양한 여성이 있다는 것이다. “저는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오, 내가 하려던 게 딱 이런 거야’라는 느낌을 받았죠. 저는 바로 그런 상황에서 가장 편안했던 거예요. 젊은 여성들로부터 지지를 받거나 그들에게 둘러싸일 때 힘이 솟구치죠.” 그녀가 말했다. 2017년 그녀의 데뷔 앨범 타이틀인 ‘New Rules’는 20억 뷰 이상의 유튜브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녀는 그것이 말도 안 되는 사건이며 우연히 찾은 성공 공식의 결과라 주장했다. “그저 제 실제 삶과 친구들에 대한 영상을 만들었을 뿐이죠. 그런데 강력한 여성의 힘 강화라는 인상을 주었어요. 아주 자랑스럽고 만족스럽게도 말이죠. 그리고 저는 그것을 지속해나갔어요. 그것을 통해 여동생, 친구들, 더 나아가 많은 여성이 느끼는 방식이 마음에 드니까요.” 그러면서 말을 이었다. “그것을 통해 그런 일을 하게 될 줄 몰랐어요. 100만 년 후에도 몰랐을 거예요. 그것은 제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어요. 하지만 그것이 어떤 영향력을 지녔는지 전혀 생각지 못했죠.”
소셜 미디어는 유명인과 팬들을 평등하게 만드는 매체다. 리파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그녀의 지지자들(상당수가 그녀 또래다)의 이름과 얼굴을 알게 되었고 그들과 함께 성장했다. 또한 소셜 미디어의 일부 성지나 다름없는 계정은 그녀의 파파라치 사진을 공유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특히 그녀가 가수이자 벨라 하디드와 지지 하디드의 남동생 앤워 하디드(Anwar Hadid)와 지난해부터 사귀기 시작한 후부터 더 두드러졌다.
그렇지만 리파는 사랑과 증오의 관계가 비대칭적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소셜 미디어를 불안의 온상이라고 표현했다. “저는 소셜 미디어와 함께 성장했어요. 늘 재미있죠.”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어려워졌어요. 특히 트위터가 그랬죠. 첫 앨범 홍보가 끝나가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더 재미있는 뭔가를 하거나 일이 더 커지면, 더 많은 의견과 부정적인 반응, 더 많은 목소리가 나왔죠. 그래서 지지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리파가 더 많은 뉴스를 공유할수록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줄어든다고 느꼈다. “저는 팬들과 직접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 이를테면 편지 쓰기, 함께 어울리기 혹은 직접 만나기 등과 같은 방법을 마련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리파는 소셜 미디어 디톡스가 없었다면 자신의 신보 <Future Nostalgia>가 나오지 못했을 거라고 인정했다. “아마 똑같은 것을 만들려는 악순환에 빠졌을 거예요.” 그녀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녀는 소셜 미디어 디톡스를 하면서 지난해 11월 나름대로 조사를 했다. 그녀가 케임브리지 유니언(Cambridge Union)에서 그렇게 이야기했다. “저는 소셜 미디어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죠. 또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은 뭔지, 남녀 아티스트 간의 차이점도 봤죠.” 그녀가 설명했다. “우리는 자신이나 서로를 끌어내기보다 자신이나 서로에게 더 친절해지는 방법을 알아야 해요. 심지어 저는 ‘사람들이 나한테 더 친절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지도 않아요. 우리가 모두에게 전반적으로 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의 말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죠. 우리는 공감, 동정, 친절을 잃어가고 있어요.”
아티스트로서 리파는 열정적이다. 그럴 뿐 아니라 선정성, 지식, 파워, 취약성, 장난기 등을 담아냄으로써 #미투 운동 이후 이 시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본질을 포착한다. 당연히 그녀의 두 번째 앨범에 이런 것이 잘 반영되어 있다. 트랙 1번 ‘Don’t Start Now’는 그녀가 끔찍한 이별을 얼마나 “무서울 정도로 다 잊었는지(So moved on, it’s scary)” 노래하는 열정적인 파워 디스코 스타일의 곡이다. 만약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과 그에 대한 인정이 판단 기준이라면 그녀는 이런 곡에 굉장히 조예가 깊을 것이다.
2집 앨범 마지막 수록곡 ‘Boys Will Be Boys’는 리파가 직접 써 내려간 더욱 가슴 저미는 곡이다. “젊은 여자가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성장통에 대해 이야기하죠.” 그녀가 말했다. “저한테 그것은 학교에서 집으로 걸어오면서 누가 본인을 해칠지 불안하니까 열쇠를 손에 꼭 쥐는 것과 같아요. 여성이 겪은 인간에 대한 경험의 상당 부분은 남자를 중심으로 돌아가죠. 좋든 나쁘든 여성이 특정 느낌을 갖게 만든 방식이 그렇죠.” 그러면서 그녀가 덧붙여 말했다. “젊은 여성은 너무 많은 것을 겪어야 하죠. 그래서 남자들과 대치하는 것, 성적 학대, 사람들이 던지는 말이나 야유 등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은폐하게 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추기 위해 우리의 방식을 바꾸죠. 너무 슬퍼요.”
리파는 롤모델이라는 자신의 위치가 항상 편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리파는 자신의 노래를 어린 팬들이 등대처럼 받아들이기를 원한다. “그들이 그 곡을 듣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런 의문을 자신의 형제자매나 부모님에게 묻거나, 그런 감정을 변화시킬 방법을 알아내고 시도했으면 좋겠어요. 많은 세대가 똑같은 것을 겪지 않도록 말이죠.”
음악 관련 글에서 새 앨범에 대해 ‘가장 솔직한 아티스트’라고 평하는 것은 굉장히 진부한 표현이다. 그렇지만 그녀의 데뷔 앨범에 비해 <Future Nostalgia>는 더 예술적이고 더 영리하며 더 진정성이 담긴 듯 보인다. 아직은 그것이 친숙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한결같이 디스코풍인 이 앨범은 그녀의 음악적 힘을 유연하게 보여줌으로써 본능적으로 휘감은 포스트 모던 팝 아티스트의 면모를 잘 드러낸다. “제가 앨범 작업을 하고 있을 때 다들 ‘오, 두 번째 앨범’이라는 반응을 보였죠. 저는 광란하는 모습을 멈춰야 했어요. 저는 제 친구들과 함께 스튜디오로 들어가서 고민한 끝에, 저를 행복하게 만들고 춤추게 만드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진정으로 제가 할 일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죠. 저는 단지 재미있게 놀고 싶어요.”
리파는 그 음반을 ‘가차 없을 정도로’ 댄스에 적합하게 만들었으며, 자신이 어릴 때 시금석이 된 음악을 활용했다. 이는 그 시절 그녀 가족이 집에서 틀던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초반 음악에 대한 공감을 표하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대체적인 문화계의 추세에 발맞춰, 이 영국 출신 가수는 자신이 흠모하던 스타들을 오마주했다. 그 스타들 상당수가 그녀의 실험적 패션과 같은 취향을 공유했다. 그래서 그녀의 앨범에는 카일리 미노그(특히 <Fever> 앨범), 몰로코, 로신 머피, 블론디, 그웬 스테파니, 유리드믹스, 자미로 콰이, 아웃캐스트, 핑크, 프린스 등의 분위기를 살짝 더했으며, 인엑시스(INXS)의 ‘Need You Tonight’과 화이트 타운의 ‘Your Woman’의 샘플링 곡을 가미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녀는 코끝을 찡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정말 고귀한 헌정 작품을 만들어냈다. 아마 리파의 늘 자신감 넘치는 뛰어난 보컬이 중심을 잡는 것도 그런 결과에 한몫했을 것이다. “결국 우리 모두 그 거인들의 뒤를 이어가고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모든 것이 되돌아오죠. 패션부터 음악에 이르기까지 말이죠. 저는 그것을 추구하고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리파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면서도 컨템퍼러리 예술의 애호가다. 특히 패션을 통해, 무엇보다 질감, 색상, 분위기를 실험하면서 그녀의 장난기 많은 천성을 뽐낸다. 그녀가 좋아하는 예술가를 나열해보면 예술가로서 그녀의 면모가 잘 드러날 것이다. 리파가 몸에 새긴 고상한 타투 중에서 눈에 띄는 두 개가 있다. 바로 양쪽 엄지에 새긴 키스 해링의 ‘러닝 맨’ 문신이다. “그가 표방하는 것, 거리 예술이 옹호하는 자유가 마음에 들어요.” 그녀가 설명했다. “항상 예술로부터 영감을 받았어요. 부모님은 저를 테이트 모던을 비롯한 미술관에 데리고 다니시곤 했죠. 저는 예술 작품을 통해 배웁니다.” 그러면서 리파는 장 미셸 바스키아, 제프 쿤스, 쿠사마 야요이, 프렌즈위드유(FriendsWithYou), 벤이즈라잇(Ben is Right, Ben Evans), 할랜드 밀러(Harland Miller), 코너 브라더스(The Connor Brothers), 마그다 아처(Magda Archer), CB 호요(CB Hoyo) 등을 좋아하는 예술가로 꼽았다. 이 예술가들은 짓궂고, 컬러풀하고 대중적인 작품으로 유명하지만 종종 그들의 감성은 다소 역설적일 때가 있다. “제 라이브 쇼에 가능하면 예술을 많이 가미하려고 노력하죠.” 그녀가 이야기했다.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이 조명으로 했던 것처럼 말이죠. 정말 마음에 들어요. 최근 열었던 투어에서 저는 마크 로스코로부터 영감을 받은 비주얼 장치를 많이 설치했죠.”
의심의 여지 없이 극찬이 계속 쏟아지는 동안 리파는 패기에 넘쳤고, 집중했고, 최고의 명예(그래미 ‘Album of the Year’ 후보가 있긴 하지만)를 초월한 포부를 갖고 있었다.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이렇게 하고 싶어요. 저는 아직 배고프니까요.” 그녀가 말했다. “그렇지만 어떤 시점에 이르면 아티스트와 계약을 맺고 그 분야의 젊은 여성을 지원하고 싶어요. 저의 큰 꿈이에요.”
2016년 리파는 아버지와 함께 코소보 프리슈티나에 ‘서니 힐 파운데이션(Sunny Hill Foundation)’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종종 관심을 받지 못하는 고국의 젊은 세대를 지원하는 자선단체다. “올해 아트 & 이노베이션 센터를 열고 있어요. 코소보의 젊은 아티스트 세 명을 선정해 LA 아트 스쿨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하는 거죠.” 그녀가 말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음악이지만 저는 이런 일을 꾸준히 추진하고 싶고 어린이들이 성공하는 삶을 살도록 돕고 싶어요.”
현재 영국의 톱 여성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리파는 영국의 젊은 여성을 위해 자진해서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창의적인 분야에서 평등을 얻고자 모든 공개 발언 기회를 이용한다.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자율성과 진실성, 남을 의식하지 않는 자세로 공감을 얻음으로써 현대 팝 스타의 역할을 바꾸고 그것을 수월해 보이게 한다. “저는 당신이 믿는 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음악계에서 페미니스트 물결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 저한테는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에요. 그것이 지닌 영향력이 엄청나니까요.”
세상의 현실, 특히 젊은이들의 현실에 따라 바뀌는 팝 문화의 역할을 대하는 그녀의 방식을 묻자, 리파가 이렇게 말했다. “현재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종종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더라고요. 저한테는 그래요. 제 생각에, 이번 앨범을 통해 저는 현 정치 기류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그런 정치적 기류에서 벗어나게 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죠.” 결국 그녀는 음악이 회피라는 힘을 이용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불평등과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늘 분노하죠. 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 쉽게 만들고 항상 세상에서 벌어지는 부정적인 일을 생각하지 않게 만들고 싶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을 가지는 거예요. 그것이 바로 공감대를 형성하죠. 다음에는 어떤 일이 사람들을 결속시킬지 아무도 몰라요.” 그녀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놀라운 것은 점점 더 많은 예술가들이 중요한 점을 이야기한다는 것이죠. 그것이야말로 팝 문화에서 품을 수 있는 최고의 희망일 겁니다.”
- 글
- Noelle Faulkner
- 포토그래퍼
- Charles Dennington
- 패션 에디터
- Jillian Dav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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