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톱 모델, 클로이 오
chlocloh
강소영, 김원중 등의 톱 모델들이 소속된 모델 에이전시 ‘앨컴퍼니’의 부커로부터 어느 날 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소개해드리고 싶은 정말 괜찮은 신인 모델이 있어요. 곧 프라다 쇼에 나올 겁니다. 관심 있게 지켜봐주세요.” 그 쇼가 끝난 직후 나는 한국 에이전시에 연락해 그녀와 촬영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로부터 5개월 뒤 나와 그녀는 스튜디오에서 처음 만났다. 실제로 본 그녀는 베이비 페이스에다 무척 가늘고 기다란 몸매에 말수는 적었고 스태프들의 인사에도 수줍게 웃을 뿐이었다. 사실 약간의 캣워크 경험을 제외하면 그녀의 재능을 파악하기엔 포트폴리오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가로로 긴 눈매의 쌍꺼풀이 없는 제법 큰 눈에선 묘한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 송경아, 한혜진, 혜박, 강승현, 수주, 강소영, 박지혜, 김성희, 최소라, 배윤영, 정소현, 신현지 등 국제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코리안 패션모델 계보를 이을 인물이 바로 클로이 오, 오채윤이다(패션은 언제나 새로운 스타일과 개성으로 무장한 얼굴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한국 모델들은 중국과 일본 등의 아시안 모델들 사이에서도 더 세련된 태도와 용모로 늘 인기다). 그녀는 서울에서 태어났고(1999년생)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에서 생물학을 공부 중인 대학생이다. 2020년 가을, 프라다 2021 S/S 컬렉션에 혜성같이 등장, 단시간에 디올과 프라다 같은 유명 브랜드는 물론 스티븐 마이젤까지 사로잡은 것이다(요컨대, 슈퍼모델이 되기 위한 첫 관문인 프라다 런웨이와 스티븐 마이젤과의 촬영을 마친 것이다).
“아직은 경험이 많지 않은 신인이지만 촬영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그녀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음을 느꼈어요. 머리로 상황을 이해하고 몸이 받아들이는 속도도 다른 친구들에 비해 월등히 빨랐죠.” 당시 나와 함께 클로이의 촬영을 담당한 포토그래퍼 장덕화는 그녀의 등장에 환호했다. “지금까지 지켜봐온 한국 모델들과는 약간 다른 선을 가지고 있어요. 그것이 새로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모델이에요.” 그는 ‘선이 곱다’는 칭찬을 반복했다. “팔다리가 곱게 긴 느낌이에요. 손가락마저도요. 그 고급스러운 보디라인이 그녀를 사진에서 더 아름답게 완성하죠.”
한편 10월호 패션 화보 ‘Chlocloh(오채윤의 인스타그램 계정 이름)’의 메이크업을 맡았던 아티스트 박혜령은 그녀에게는 다양한 얼굴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중성적이고 또 어떻게 보면 소녀 같고. 강약이 있는 여러 표현이 가능한 개성 있는 얼굴이에요.” 막스마라 가을 글로벌 캠페인을 위해 그녀를 캐스팅한 스티븐 마이젤 역시 그녀의 가능성을 먼저 알아봤다. “촬영 시작할 때 인사를 나눴는데 ‘뷰티풀 페이스’라고 좋아해줬어요”라고 오채윤은 기억했다.
패션 광고와 런웨이, 매거진에서 요즘 가장 잘나가는 모델 중 한 명인 오채윤은 박혜령도 말했듯 소녀 같은 매력과 여성적인 매력을 동시에 풍긴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되는 그녀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톱 모델 반열에 오른 데는 사실 코로나라는 상황과 세계적 시류인 ‘다양성’이라는 백그라운드가 있다. 패션 이벤트가 현저히 줄고 모델들의 여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A 리스트 모델들이 고향에 머물거나 아시안계 모델의 공급이 수요보다 적었던 것이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소녀 모델들 사이에서 그녀의 독보적 개성은 단연 으뜸이다. 장덕화의 설명처럼 무엇보다 백인 모델 뺨치는 서구적 몸매(짧은 허리와 긴 팔다리, 작은 두상)는 다른 한국 모델과 차별되는 장점이다. 여기에 기묘한 이미지의 이목구비와 뛰어난 연출력도 빼놓을 수 없다. “쌍꺼풀이 없는 큰 눈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동서양 모델들 사이에서 드물기도 하고, 또 가끔 강하지만 때로는 나른한 느낌을 준다고 평가하더군요.”
덕분에 <보그 코리아>와도 여러 차례 촬영을 마쳤으며, 결과 역시 늘 성공적이었다. 이달 그녀를 흑백 뷰파인더에 포착한 포토그래퍼 강혜원은 “다음 촬영을 기대하게 하는 모델”이라고 칭찬한다. “개성 있는 모델들을 자주 만나지만 그 개성 위에 자신만의 확실한 아우라까지 지닌 모델은 흔치 않아요. 클로이(촬영장에선 클로이라고 부른다)를 처음 촬영한 날 오랜만에 뉴 페이스로부터 그런 아우라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최근 해외 활동을 마치고 온 클로이를 다시 촬영할 때 더 확실한 존재감을 가진, 하이패션을 이해하고 소화하는 표현력까지 겸비한 귀한 모델로 성장한 것이 보였어요. 분명히 그녀는 ‘세계 속 한국 모델’의 또 다른 대표 주자로 성장할 거라고 믿어요.”
지난해 오채윤은 프라다를 시작으로(그녀의 데뷔 쇼였던 프라다는 그 시즌 그녀와 익스클루시브 계약을 했다), 에트로, 발렌티노, 지방시, 디올, 루이 비통, 펜디에 이어 얼마 전 끝난 뉴욕 패션 위크에서는 캐롤리나 헤레라, 토리 버치, 안나 수이, 모스키노, 알투자라 등의 런웨이를 걸었다. 말똥말똥한 눈빛으로 패션 전문가들을 매혹한 이 아가씨가 10월호 <보그> 커버 걸이다. “아주 큰 생일 선물을 받은 기분이에요. 제 생일이 10월이거든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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