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모델 테일러 힐의 내슈빌 통나무집
더없이 분주한 슈퍼모델 테일러 힐이 내슈빌의 통나무집을 자신의 안식처로 일궜다.
3년 전 콜로라도 출신 모델 테일러 힐(Taylor Hill)이 맨해튼에 첫 아파트 매입을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 내슈빌에 사는 한 친구를 운명적으로 만나면서 모든 것이 바뀌고 말았다. “이 도시는 뭐지? 마음에 쏙 드네!”라고 말했죠. “그다음 그곳에서 괜찮은 집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여러 매물을 봤지만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았다. 그런데 어느 주택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녀의 집 찾기 여정이 끝났다. 그녀가 꿈에 그리던 그곳은 내슈빌의 유구한 역사가 고스란히 깃든 1936년에 건축된 투박한 통나무집이었다. 그리고 라이먼 오디토리엄(Ryman Auditorium)과 내슈빌 파르테논 신전 미술관(The Parthenon)을 비롯해 현지의 상징적인 건물 상당수의 리노베이션을 맡았던 건축 사무소 ‘Wold | HFR’이 건축한 곳이었다.
길에서 조금 떨어진 힐의 집은 5,229m²에 달하는 울창한 나무로 가득 찬 모퉁이 부지에 있다. 그리고 빽빽한 대나무 숲이 몇 블록 멀어진 번잡한 12 사우스 구역으로부터 집을 가려준다. 다양한 야외 활동 공간과 차양이 설치된 수영장이 딸린 이곳은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에서 만나는 푸르른 안식처다. 336m² 크기의 실내에 침실 네 개를 갖춘 집은 온화한 산간 지대의 분위기를 풍기며, 힐의 고향 로키산맥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건축물을 떠오르게 한다. “제가 이 집에서 유대감을 느낀 이유죠. 여기에 들어섰을 때, ‘딱 고향 집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형적인 오두막집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빨간 현관문을 지나면, 방문객은 편안한 거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노출된 통나무와 회반죽벽, 원래 깔려 있던 참나무 바닥, 돌을 쌓아 만든 벽에 설치된 맨틀로 둘러싸인 벽난로가 이채롭다. “이곳을 랄프 로렌 방이라 불러요. 콜로라도 텔류라이드(Telluride) 집을 떠올리게 하거든요. 실제로 가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그 집은 완전히 제 스타일이죠.”
포터리반(Pottery Barn)에서 구입한 보송보송한 시어링 커버 체어, 사레이드(Sarreid)의 브라운 가죽 체스터필드(Chesterfield) 소파, 중고품과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소품이 적당히 섞여 있다. “물건 출처가 다양해요. 하지만 예술품은 모두 내슈빌에서 구한 거예요. 일부는 현지 아티스트의 작품이고 앤티크 스토어에서 구입한 것도 몇 점 있어요.” 곳곳에 깔린 러그는 힐이 인스타그램에서 발굴한 오스틴(Austin)에 있는 앤티크 러그 업체 서던 룸(Southern Loom)에서 건진 것들이다.
힐은 데커레이션 계획에선 허세를 부리지 않았다. 구글 검색으로 구한 합리적인 가격의 가구가 가족의 가보, 근사한 앤티크 물건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그 가구는 RH부터 월마트까지 출처가 다양하다. 그리고 곳곳에 깔아놓은 양가죽은 코스트코에서 구입했다. “정말 잘 만들어요. 소품의 멋을 더 살리겠다고 굳이 수백만 달러를 쓸 필요는 없죠. 그래서 돈을 많이 들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의지하지 않았다. 그보다 본능과 엄마 제니퍼의 조언을 따랐다. “엄마는 늘 직접 집을 꾸며왔죠. 학교에 갔다 왔는데 엄마가 데님 멜빵바지를 작업복으로 입고 직접 집에 페인트칠을 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엄마로부터 ‘직접 제 손으로’ 하는 법을 배웠죠.”
거실에서 자연스럽게 다이닝 공간으로 연결된다. 그곳은 힐의 인테리어 디자인 능력에 난관이었다. “1년간 비워뒀죠. 조화롭게 꾸미기 위해 긴 시간을 기다렸어요. 하지만 제가 괜찮은 물건을 찾아내기 시작하자,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풀리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완벽하게 마무리했죠.” 그녀의 주요 미션 중 하나가 라운드 테이블을 찾는 것이었다. 10명 정도 되는 온 가족이 집에 모일 때 모두가 편히 앉기 위해서다. “라운드 테이블에 앉으면 모두 서로를 바라볼 수 있고, 끝자리라는 불평이나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지 않기 때문에 좋은 것 같아요.”
결국 힐은 내슈빌 외곽에 있는 주택용품 매장 리버사이드 프랭클린(Riverside Franklin)에서 재생 오크 테이블을 찾아냈다. 그녀는 사랑받는 로컬 앤티크 매장 파티나(Patina+Co)와 내슈빌 벼룩시장에서 미스매치 체어를 골랐다. 그리고 제니퍼가 러스트올럼(Rust-Oleum)의 미드나잇 블루 페인트로 그 의자를 칠했다. 그 밖에도 돌아가신 힐의 할머니가 쓰던 블루 윌로우(Blue Willow) 자기 그릇이 코너 캐비닛 두 개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녀는 이 캐비닛을 야드 세일에서 구한 뒤 화이트 페인트를 칠했다. 벽에는 건축가들이 서명한 이 집의 오리지널 청사진을 넣은 코퍼 프레임 액자가 걸려 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어디다 걸면 좋을지 알겠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널찍하고 텅 비어 있는 다이닝 룸엔 화이트 벽이 딱이지!”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빛으로 가득한 그녀의 아지트는 1936년 건축한 본건물을 1980년대에 증축한 공간이다. “이 소파는 그야말로 물건이죠. 제값을 톡톡히 하고 있어요. 애완견이 그 위에서 뛰어노는 것을 너무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 몇 군데가 긁혔어요. 하지만 쓰려고 들여놓은 거잖아요. 저는 ‘저기 앉으면 안 돼!’라고 말해야 하는 소파는 원하지 않아요.” 커피 테이블은 이베이에서 구입했다. 쿠션, 블랭킷, 베개 등은 에르메스부터 어그까지 다양한 업체 제품으로, 코스트코에서 산 인조털을 그 안에 가득 채워 넣었다.
집 정면에 보이는 그늘진 공간과 달리, 그녀의 거대한 아지트는 이 집의 가장 안쪽 구석에 자리한 채 쏟아지는 햇살을 집 안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거실과 다이닝 공간은 어둡고 안락해요. 널찍하면서 모던하죠.” 힐은 54㎡ 크기로 1980년대에 증축된 이 방에 대해 설명했다. 이곳에는 창문으로 이뤄진 긴 벽이 있다. 그녀의 도전 과제는 ‘페인트’로 테마를 연결하는 것. 셔윈 윌리엄스(Sherwin-Williams)의 유광 네이블(Naval) 페인트가 빌트인 선반으로 꾸민 벽을 뒤덮었다. 이 선반에는 책, 술집 장식품과 그녀가 영혼의 동물이라 말하는 코끼리 컬렉션이 즐비하다.
큰 사이즈의 RH 소파가 공간을 느긋하고 여유롭게 한다. “이곳은 가족이 여기에 머물 때 함께 영화를 감상하고 아침 시간을 보내는 장소입니다. 그 소파는 13×9사이즈예요. 그래도 바닥에 앉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죠.” 쿠션, 베개, 블랭킷은 에르메스, 펜들턴(Pendleton), 어그 제품으로, 더 안락한 분위기를 내는 데 효과적이다.
위층의 통풍이 잘되는 안방에는 힐이 웨이페어(Wayfair)에서 찾은 노보그라츠(Novogratz) 메탈 침대가 자리 잡고 있다. “그 침대가 여기에 있어서 정말 좋아요. 이 방이 정말 산악 지대의 느낌을 풍기길 원했죠. 아침에 일어나면 통나무 오두막에서 휴가를 보내는 기분이 들어요.” 베드사이드 테이블과 러그는 근처에 있는 옥션 하우스 딜러스 초이스(Dealer’s Choice)에서 ‘득템’한 것이었다.
안방에서 나와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공간인 힐의 옷방으로 가려면, 유쾌하게 부조화스러운 모던한 흑백 스트라이프 욕실(“저는 이곳을 ‘비틀쥬스 룸’이라고 불러요”라고 힐이 말했다)을 거친다. 그리고 그 옷방은 햇살이 쏟아지며 여성미가 넘치는 핑크빛 공간이다. “여성스럽죠. 이곳에 있으면 블랙 의상만 고집하지 않게 되죠.” 그녀가 핑크 의자(체어리쉬에서 득템)와 러그가 더 많이 깔린 마룻바닥의 그 공간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는 여기 들어와서 ‘재미있게 즐기자’라고 생각했어요.” 힐은 옷방이 모든 것이 눈에 보이는 매장처럼 보이길 원했다. 그래서 문도 서랍도 없다. 여름용 원피스와 드레시한 옷(그녀가 함께 작업한 몇몇 하이패션 디자이너로부터 받은 선물)이 빈티지 카우보이 부츠와 명품 가방이 놓인 노출 선반에 걸려 있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방 건너편에 있었다. 힐이 만든 데님 옷걸이였다. 데님 의상 10여 점이 메탈 봉이 아닌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다. 그녀는 그런 나무 컨셉이 무 컨트리(Moo Country) 덕분이라고 말했다. 집 근처 라이퍼스 포크(Leiper’s Fork)에 있는 매장이다. 힐은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내슈빌 벼룩시장에서 빈티지 지팡이도 찾아냈다.
다른 유명 모델들처럼 테일러 힐도 여행을 많이 한다. 팬데믹은 그녀가 그 지역의 건축광들에게 잘 알려진 랜드마크이자 그녀의 새집을 알아가는 데 시간을 보낼 큰 구실이 되어주었다. “모든 사람이 그것을 알죠.” 그녀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많은 사람이 인생의 어느 시점에 이곳을 거쳐 지나갔죠. 저도 그 집의 일부분이라고 느껴져서 아주 좋아요.” (VK)
- 글
- LIBBY CALLAWAY
- 사진
- ALYSSA ROSEN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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