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피부과 VS 홈 디바이스, 당신의 선택은?

2022.02.01

by 송가혜

    피부과 VS 홈 디바이스, 당신의 선택은?

    팬데믹으로 찌든 피부의 트러블을 제거하고, 부기를 빼며, 매끈하고 탱탱하게 되살린다고 거침없이 주장한다. 바야흐로 뷰티 디바이스 전성시대.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표현은 늘 그렇듯 자극적이다. 그래서 지난해 7월, ‘죽여주는 제니퍼 로페즈’라는 트윗이 눈에 띄었을 때 나는 당연히 그것을 스스로 필터링했다. 하지만 마지못한 호기심에 클릭했더니 제니퍼 로페즈가 생일을 기념해 게시한 인스타그램 포스트가 떠올랐다. 프랑스 생트로페에서 요트 휴가를 즐기며 스트링 비키니 차림으로 포즈를 취한,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중년 톱스타의 셀피 밑에는 ‘52세, 어떻게 지내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SNS에는 주로 제니퍼 로페즈가 파혼 후 재결합한 남자 친구 벤  애플렉과 껴안고 키스하는 사진만 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엔 남자 친구와의 스토리가 그녀의 주된 이야깃거리는 아닌 듯했다. 아마 이런 생각은 2주 뒤가 내 생일이라는 사실과 어느 정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나는 로페즈의 주름 하나 없이 윤곽이 완벽하게 또렷한 얼굴에 주목했다. 그리하여 그녀가 세월을 거스르기 위해 취한 모든 것을 나 또한 했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런 조치 중 일부는 실현 불가능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 는 없으니까. 젊은 시절 흡연하지 말았어야 했고, 자외선 차단제를 더 발랐어야 했지만 이제 와서 돌이킬 수 없지 않나. 게다가 내게는 그녀에게 있는 우월한 ‘슈퍼 유전자’도 없으며, 솔직히 그녀처럼 건강을 유지하게 위해 ‘Sano(스페인어 ‘Vivir Sano’의 의미, 음주를 거의 하지 않고 패스트푸드를 먹지 않는 등 식습관 개선을 뜻하며, 로페즈가 작년 이맘때쯤 출시한 스킨 케어 라인을 관통하는 핵심 정신)’에 전념하지도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그녀가 2013년 구매했다고 알려진 미세 전류 자극 기기를 구매하는 행위뿐. 그녀는 당시 스파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던, 한화로 약 3,000만원짜리 기계 ‘Caci Ultimate’를 구매했고 내가 구매한 건 유명 셀럽의 피부 관리사 멜라니 사이먼(Melanie Simon)이 개발한, 한화 60만원짜리 손바닥만 한 크기의 ‘짚(Ziip)’이라 불리는 디바이스였다.

    ‘짚’은 아이폰처럼 매끈한 생김새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10가지 기능 설정이 가능한 페이스 토닝 기기다. 최근 급성장 중인 최신식 가정용 스킨케어 툴 중 하나다. 미세 전류 자극이 피부와 잘 맞지 않는다면 닥터 데니스 그로스(Dennis Gross)의 LED 마스크로 여드름과 염증을 진정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시술하는 과정이 내 남자 친구가 말하기로 다소 공포 영화 속 악령처럼 보이긴 하지만 피부를 진정시키고 톤을 맑게 해주며 주름을 개선시킨다고 주장한다. LED 치료법에 그다지 마음이 이끌리지 않는다면 ‘매직 글로우 원드(Magic Glow Wand)’를 써보는 건 어떨까? 피부 관리사 조안나 바가스(Joanna Vargas)가 개발한 이 마사지 기계에는 그녀의 시그니처 트리트먼트에 포함된 스팀과 저온 요법(Cryotherapy)을 본뜬 ‘핫 & 콜드’ 설정 기능이 탑재돼 있다. 콜라겐 합성을 자극하는 미세침도 있다. 고통스럽기보다 따끔한 정도지만, 과하게 써서는 안 된다. 피부를 연마해주는 기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탄력을 높이는 가정용 다극 고주파 기기(뭐라고?!)도 존재한다.

    “사람들이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아요.” 뉴욕에서 활동하는 피부과 의사 엘런 마머(Ellen Marmur) 박사는 인정했다. 그는 발광하는 기기, ‘MMSphere 2.0’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색깔마다 효능이 다른 네 가지 종류의 광선을 발산하는데, 이는 환자들이 병원에서 받은 치료 효과를 다음 진료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한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이런 유형의 제품이 굉장히 많아요. 그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국 무턱대고 고르게 되죠.” 마머 박사는 이런 피부 관리 기기에 대해 높아진 관심에 자신의 견해를 덧붙였다. 코로나 봉쇄령 탓에 소비자들이 더 열정적으로 이 기기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브랜드의 스킨케어 디바이스를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 ‘커런트바디(CurrentBody)’의 매출은 한 해 동안 무려 180% 증가했다. 마머 박사는 내게 너무도 절실히 필요했던 LED 광선 치료에 관한 기본적인 설명을 계속했다. 이 치료법은 세포 차원으로 작용하며 광선의 색에 따라 각기 다른 반응을 유도해낸다. 이를테면 ‘MMSphere 2.0’에서 항균 작용을 하는 블루 라이트는 여드름 치료에 사용되며, 레드 라이트는 피부가 더 매끈하고 탱탱해지도록 콜라겐 생성을 돕는다. 한편 2005년, 피부 미용 관리사였던 어머니 캐롤 콜(Carol Cole)과 함께 최초로 가정용 미세 전류 자극 기기 누페이스(Nuface)를 론칭한 테라 피터슨(Tera Peterson)은 미세 전류 자극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안면 근육을 마치 체육관에서 온몸의 근육을 단련시키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트레이닝시켜줍니다. 턱 라인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바로 그 기기를 사용하고 싶어질 거예요.”

    이런 기술을 처음 접한 것은 10년 전. 그 당시 나는 피부 관리사 조안나 바가스가 새로 설치한 ‘리바이탈라이트(Revitalight)’라는 이름의 마사지 베드를 체험하러 갔다가 그녀의 마사지 기기를 사용해보게 됐다. 당시 바가스는 사용 목적이 모공 축소든, 콜라겐 생성 촉진이든 상관없이 반복적인 사용이 LED 테라피 효과의 핵심이라고 알려줬다. 그때 나는 12회짜리 프로그램을 추천받았지만 금전적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회당 마사지 가격이 도무지 합리적이지 않은 수준인 한화 20만원에 이른다. “그런 점이 바로 가정용 기기가 지니는 장래성이죠. 편리하면서도 비용 면에서도 효율적이어서 꾸준히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지난여름에는 그녀의 살롱을 방문해 ‘트리플 크라운 페이셜(Triple Crown Facial)’로 명명되는 트리트먼트를 받았다. 바가스가 애정 어린 손길로 몇 가지 채널을 조정하자 고주파 및 미세 전류 자극 기기가 윙윙 돌아가더니 압박 스타킹이 림프 배출을 위해 다리를  빨아들이듯 작동했다. 내가 거실에 앉아 이런 경험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LED 침대에 누워(살짝 폐소공포증이 발동될 뻔했지만) 명상하듯 20분간 휴식을 취한 뒤, 확실히 부드러워지고 전체적으로 빛을 발하는 거울 속 얼굴을 5분간 유심히 뜯어보면서 새로운 결심이 섰다. ‘매일 이 정도로 예뻐 보일 수 있다면, 맹세컨대 내가 직접 쓸 수 있는 홈 디바이스를 꼭 사용해야지!’

    평소 나의 게으르기 짝이 없는 스킨케어 루틴에 적합한 디바이스는 LED라는 판단이 들었다. 나는 수동적인 자세로 ‘MMSphere 2.0’에서 뿜어 나오는 광선을 쐬고, 온라인으로 구입한 ‘플렉시블 마스크(얼굴에 씌우는 LED 마스크로, 앞서 언급한 닥터 데니스 그로스의 것보다 덜 무서워 보인다)’를 사용하면서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염증을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피부 관리사 조지아 루이스(Georgia Louise)가 개발했고 유명 인사들로부터 인정받은 미세침 치료 기기 ‘할리우드 EGF’는 손에 기기를 쥔 채로 얼굴과 목을 누비는 동작을 요구했다. 그렇지만 미세 전류 자극처럼 근육을 수축시키기보다 침이 피부에 미세한 손상을 유발하고, 이것이 치료 반응으로 작용해 콜라겐 생성을 촉진한다고 한다. 관리사들로부터 내가 언젠가 받아본 것보다(전문적으로 받은 그 미세침술은 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 중 하나였다) EGF 침이 더 짧고 덜 아프다는 것을 듣고 나서 안도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 침이 그저 내 피부를 따끔거리게 했을 뿐이라는 사실은 그 기기의 실제 효과에 의구심을 품게 만들었다.

    “기능을 제대로 하는 미세침 기기는 90도 각도로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것은 기본, 콜라겐이 침투할 정도로 충분히 깊이 들어가야 합니다.” 의학박사 에반 라이더(Evan Rieder)는 지적한다. 뉴욕에서 피부과와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는 그는 그런 기기가 분명 피부에 피를 보게 만들 거라 말했다. 라이더 박사는 새로운 가정용 기기에 적용된 과학기술을 의심한다. 과학기술이라 전혀 믿지도 않는다. 디바이스 개발자가 내세우는 주장을 대부분 뒷받침해줄 데이터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그것들 모두 입증되지 않았어요. 개인적인 용도로 판매되는 기기와 병원에서 볼 수 있는 기기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사용해도 안전하다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하겠죠.” 그는 냉정히 의견을 밝히면서 가정용 디바이스의 효과는 기껏해야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사이에 피부 상태를 유지해주는 정도라고 말한다. 물론 그것도 부지런히,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사용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한화로 약 18만원대에 판매되는, 일회용 면도기를 닮은 외관에 미세 전류 자극과 LED 기술 사양을 탑재한 ‘솔라웨이브 원드(SolarWave Wand)’ 같은 제품이 딱 그런 효과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마이애미와 뉴욕에서 활동하는 피부 관리사 샤마라 본다로프(Shamara Bondaroff)는 이렇게 지적한다. “전문 클리닉에서 관리받는 간격이 조금 더 벌어질 수는 있겠죠.” 그녀는 이런 기기와 미세 전류 자극의 효과를 진심으로 신뢰한다. “록다운 이후 많은 고객이 홈 디바이스를 들고 찾아오더군요.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달라고요. 그렇지만 알다시피, 침대에 누워 다른 사람으로부터 서비스를 받는 것이 가장 좋기는 하죠.” 바로 그 점이 핵심이다. 나의 얼굴을 누군가가 부드럽게 관리해주는 것에는 미학적 요소 외에도, 가정용 기기가 따라 할 수 없는 ‘호사스러움’이라는 요소도 있다. 심지어 편하고 유쾌한 컨디션일 때조차 내 손으로 직접 관리할 때는 본다로프가 내 이마 주변에 미세 전류 자극 기기를 가볍게 움직이던 때에 받은 것과 같은 좋은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미세한 주름을 없애기는 했지만. 그리고 ‘내’ 피부를 위해 ‘내’가 직접 수고하는 것은 ‘하기 싫은 일’, 즉 여성들이 노화되도록 가만두지 않는 사회가 내게 강제로 부여한 미적 노동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가끔 목적의식을 새로이 하고 보유 중인 기기를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조금 더 ‘제니퍼 로페즈스러워’ 보일지도 모른다.

    내가 가장 많이 재사용하는 기기는 바로 ‘리마 레이저(Lyma Laser)’다. 이론적으로 처지고 칙칙한 피부를 재생시키기 위한, 노화된 힘줄과 연골의 치료법으로 개발된 통증 없는 ‘콜드 레이저’ 기술을 적용한다. 원산지 영국에서 팬들에게 ‘기적의 기기’로 칭송받는 이 제품은 현재 미국 본토에서 규정 승인을 심사 중이다. 나는 재빠르게 그 회사가 제안하는 마사지 방식을 마스터했고, 미드 <The White Lotus>를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직접 얼굴에 레이저 트리트먼트를 취했다. 그렇지만 라이더 박사의 말처럼, 입증되지 않은 온전히 개인적 경험이지만 리마 레이저를 꾸준히 사용하면서 성과를 두 눈으로 확인하자 좀 더 자극받게 됐다. “저는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의심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리마 레이저가 제 얼굴을 바꿔놓았죠.” 카라 델레바인, 알리샤 키스 같은 톱스타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로미 솔레이마니(Romy Soleimani)가 말했다. “저만 그 결과를 확인한 것이 아니에요. 친구들로부터 확실히 얼굴이 좋아졌다는 칭찬을 듣고 있어요. 심지어 남편은 ‘얼굴에 뭐 했어?’라고 물었다니까요.”

    셀럽들의 피부 관리사 조안나 체크(Joanna Czech) 또한 리마 레이저를 신봉하는 사람으로 이 브랜드의 미국 홍보 대사이기도 하다. “그 기기는 피부의 열감을 제거해줘요. 그래서 피부가 어떤 상태라도 효과적이죠.” 이것은 특히 피부색이 짙은 고객에게 더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박피성 레이저는 유색 피부에 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에 따르면 리마 레이저는 그녀의 만성 피지선 염증과 자외선으로 인한 과다 색소침착을 완화했다. 염증이 감소하면 결국 노화의 징후 역시 줄어든다. 그렇다면 리마 레이저가 우리가 기다려온 묘책일까? 가격이 한화로 약 300만원인 이 제품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당신에겐 미세 전류 자극이 필요해요. 안면 근육을 따로 운동시키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좋은 습관과 알다시피 적정 수준의 사용이 중요해요.” 체크는 덧붙인다. 어떤 기기도 시간을 거스르거나 되돌릴 수 없다. “깊은 주름을 제거하는 그런 홈 디바이스의 시대는 오지 않을 것 같아요. 아마도 탄력이 개선되면 눈가 잔주름을 없앨 수 있겠죠.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요?”

    내게는 충분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홈 디바이스를 테스트하다 보니 절대 제니퍼 로페즈의 곱고 부드러운 피부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내면의 생각과 스스로 화해하게 됐다. 내게는 다른 그 어떤 것보다 더 중요한 우선순위가 있기 때문이다. 예뻐 보이는 건 내 임무가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제니퍼 로페즈의 생일 게시 글을 다시 유심히 보며 내가 인지한 어떤 마법이 그녀의 얼굴과 관련된 건지, 아니면 그녀의 쿨한 애티튜드에 관한 건지 자문하기에 이르렀다. 지구상 그 어떤 기기도 그런 자신감을 만들어낼 순 없다.그렇지만 자신의 피부를 관리할 힘을 자기 손에 쥐는 것은 많은 콜라겐을 생성시키는 것처럼, 조금씩 피부를 더 건강하게 만들 수는 있다. (VK)

    에디터
    송가혜
    포토그래퍼
    이우정
    Maya Si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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