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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중음악상을 기다리며

2023.02.21

by VOGUE

    한국대중음악상을 기다리며

    매년 이맘때면 국내 리스너들을 설레게 하는 시상식이 있다. 2004년 첫발을 내디딘 후 철저히 ‘음악성’에 기반해 수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을 고수하며 20년 가까이 그 명맥을 이어온 ‘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이 그것이다. 각 분야별 후보는 이미 발표했고 시상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지금, <보그 코리아>의 주관을 가득 담아 수상자를 예측해봤다. 과연 이 글은 시상식 이후 ‘성지글’이 될 수 있을까.

    종합 분야 수상 예상

    2022 올해의 음반 – 이랑 <늑대가 나타났다>

    어느새 한국을 대표하는 포크 가수가 된 이랑. 수상 후보작 중 메시지가 가장 직설적이고 현실적이라는 점에서 이랑의 수상을 점쳐본다. 개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소외된 누군가의 눈길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세상을 바라본 이랑은 때로는 광인처럼, 때로는 어린아이처럼 담담하게 폐부를 찌른다. 변두리의 사람들을 대표하는 이랑의 외침에는 속 시원함과 설명 못할 불편함이 공존한다.

    2022 올해의 음악인 – 방탄소년단

    2018년과 2019년 이미 올해의 음악인을 수상한 방탄소년단이지만, 이 사실이 그들의 세 번째 수상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 듯하다. 정규나 EP 발매가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Butter’와 ‘Permission to Dance’라는 두 곡의 메가 히트곡, 그리고 콜드플레이와 협업까지 했다는 점에서 올해의 음악인으로 선정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유엔총회에 참석해 미래 세대를 대표하고 끊임없이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방탄소년단은 진정한 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장르 분야 수상 예상

    최우수 K-팝 음반 – Boa <BETTER – The 10th Album>

    2022년 신설된 K-팝 부문의 첫 수상자로 보아를 예상해본다. 2000년 데뷔해 현재까지도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가는 보아는 K-팝의 ‘개국공신’과도 같은 존재이다. 10번째 정규 앨범을 통해 댄스, R&B, 재즈, 디스코 등의 장르를 팝적 관점으로 재해석하며 음악적 성취까지 이뤄낸 보아의 커리어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지기를 기대해본다.

    최우수 록 음반 – 팎(PAKK) <칠가살(七可煞)>

    온갖 마이너한 서브 장르의 정서를 품은 밴드 소음발광의 앨범도 좋았지만, 사심을 조금 담아 팎의 수상을 희망해본다. 한국 출신의 그런지 록 밴드 노이즈가든과 미국 출신의 스토너 메탈 밴드 슬립(Sleep)이 연상되는 이들의 사운드는 그루비하고 파워풀하며, ‘칠가살’이라는 지독히 한국적인 컨셉을 가미해 써 내려간 메시지는 세상의 온갖 부조리를 향한 엄포처럼 다가온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가 됐건 세상을 향해 분노하는 록 밴드 한 팀쯤은 필요하다.

    최우수 모던 록 음반 – 이상의날개 <희망과 절망의 경계>

    <희망과 절망의 경계>는 가장 짧은 수록곡이 5분, 전체 길이가 75분에 달하는 긴 호흡의 앨범이지만 이상의날개는 정규 1집 <의식의흐름>을 통해 포스트 록적 문법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대중과 평단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을 수 있음을 증명한 바 있다. 본인들의 것을 답습하지 않고 조금 더 보편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정규 2집은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곁가지로 세계 최대 규모의 음악 비평 웹진 ‘피치포크’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파란노을의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이 노미네이트조차 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최우수 메탈 & 하드코어 음반 – SLANT <1집>

    선정 위원의 말을 그대로 빌리고 싶다. ‘1등급 하드코어 펑크’. 1980년대에 보스턴과 워싱턴 D.C. 등에서 하드코어 신을 이끌어가던 밴드의 사운드와 스타일을 슬랜트만큼 충실히 재현한 밴드가 있나 싶다. 하드코어 장르 특유의 ‘날것’ 텍스처를 유지하면서도 리프 변주가 거의 없는 펑크의 법칙에서 벗어나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점 역시 앨범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린다.

    최우수 팝 음반 – 아이유(IU) <LILAC>

    ‘국민 여동생’ 아이유가 어느덧 서른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20대는 우리 모두의 20대이기도 했다. 본인만의 이야기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로 풀어내는 그녀의 능력은 <라일락>에서도 여전하다. 앨범 소개에서 스스로 “아무 의문 없이 다음으로 간다”고 말했듯,<라일락>은 아이유와 우리의 20대에 작별을 고하는 마침표이자 30대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 시대의 목소리이자 팝의 아이콘으로 거듭난 아이유의 수상을 점쳐본다.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 – HAEPAARY(해파리) <Born By Gorgeousness>

    2021년 한대음 3관왕에 빛나는 이날치가 몰고 온 국악 열풍 덕에 국악과 다양한 장르를 섞는 시도가 잦아졌다. 그 수많은 시도 중에서도 해파리의 음악이 돋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음악이 단순히 ‘퓨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파리는 국악의 재해석에서 나아가 국악을 토대로 전례 없는 형식의 음악을 재창조해냈다. 너무나 이질적인 두 단어인 ‘종묘제례악’과 ‘일렉트로닉’을 거부감 없이 또 세련되게 융합해냈다.

    최우수 랩 & 힙합 음반 – unofficialboyy & HAIFHAIF <그물,덫,발사대기,포획>

    언오피셜보이가 랩도 잘하고 음악도 잘한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안다. 5년 남짓의 커리어에 걸쳐 트랩과 붐뱁은 물론 싱잉, R&B와 같은 장르도 성공적으로 소화해낸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2010년대에 빅뱅을 필두로 유행하던 스타일의 힙합을 2020년대식으로 완벽하게 재해석했다. 이제는 클리셰가 되어버린 힙합의 ‘돈 자랑’ 주제에서 벗어나 리리시스트(Lyricists)적 면모도 종종 뽐내는 언오피셜보이는 한국 힙합에서 가장 기대되는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최우수 알앤비 & 소울 음반 – THAMA <DON’T DIE COLORS>

    첫 트랙의 제목 ‘Chill이란 낱말의 존재이유’처럼 너무도 ‘칠’한 앨범을 만들어낸 따마. 그루비한 베이스 라인을 통해 흑인 음악의 정수를 고스란히 담아냈으며 김오키, 선우정아 등의 피처링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앨범이 지루할 틈이 없다. 서사무엘을 필두로 한 한국식 R&B 특유의 서정성을 훌륭히 담아낸 점 역시 앨범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최우수 포크 음반 – 이랑 <늑대가 나타났다>

    포크 음반 부문에서는 <페트리코>를 통해 철저히 자연적이고 포크적인 앨범을 만들어낸 장필순, 전작 <김일성이 죽던 해>에 이어 세션의 매력을 한껏 부각한 천용성의 <수몰>이 인상 깊었다. 하지만 불편하지만 우리 모두가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풀어낸 이랑이 올해의 음반과 최우수 포크 음반 모두 수상하지 않을지 감히 예상해본다.

      안건호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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