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친환경적 패션 작업은 얼마나 가능한가?

2022.09.13

by VOGUE

    친환경적 패션 작업은 얼마나 가능한가?

    지속 가능한 작업 관행이 많은 디자이너에게 일반적인 표준이 되고 있다. 친환경적 작업이 얼마나 용이할까.

    에르메스 역시 마이셀륨 핸드백을 론칭한다. 바이테크 기업 마이코웍스(MycoWorks)와 함께 만든 실바니아(Sylvania)라는 소재의 빅토리아(Victoria)를 한정판으로 출시하는 것이다. 이 기업은 다양한 제품에 걸쳐 실바니아를 사용할 계획이다. 실바니아 소재의 빅토리아 백은 에르메스(Hermès), 서스테이너블 가죽으로 만든 부츠는 가브리엘라 허스트(Gabriela Hearst).

    눈부시게 아름답던 지난가을 어느 오후. 가브리엘라 허스트(Gabriela Hearst)가 첫 끌로에 대면 패션쇼를 센 강변에서 열었다. 그녀는 2022 S/S를 위해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컬렉션과 프레젠테이션을 마련했다. 그래서 손님들은 여성 난민을 교육시키는 네트워크 ‘레 바티소즈(Les Bâtisseuses)’가 벽돌로 만든 벤치와 끌로에 패브릭 자투리로 만든 쿠션에 앉아 쇼를 관람했다.

    의상 역시 친환경적으로 표현했다. 허스트는 ‘럭셔리 패션이 과도하게 산업화된다’고 확신하기에, 끌로에 크래프트 이니셔티브(Chloé Craft Initiative)를 도입했다.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장인이 손수 만든 리사이클링 크로셰 캐시미어 멀티 컬러 민소매 드레스나 핸드 페인팅 블루 스트라이프 화이트 캐시미어 판초 같은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끌로에의 시그니처 토트백, 나마(Nama) 스니커즈, 모든 데님을 비롯한 이 브랜드의 주요 제품은 리사이클링 재료와 환경에 대한 영향이 작은 소재를 통합했다. 끌로에의 새로운 풋웨어 라인 루(Lou)의 밑창은 케냐 해변에서 발견된 쓰레기 슬리퍼를 업사이클링하는 사회적 기업 오션 솔(Ocean Sole)에서 생산했다. 끌로에에서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소재를 사용하는 정도가 2021 F/W의 40% 대비 58%로 늘었다. 사회적 영향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끌로에는 지속 가능성과 사회정의가 밀접히 연결되어 있음을 확신함에 따라, 케이터링 후 남은 음식을 링키(Linkee)에 기부했다. 파리에 있는 이 NGO는 궁핍한 이에게 음식을 나눠준다. 무엇보다 행인이 무대 위쪽 교각에서 패션쇼를 지켜볼 수 있도록 한 것이 민주적이었다.

    럭셔리 패션은 오랫동안 고착된 비즈니스 방식을 추구해왔다. 그것은 너무 당연했다. 기존 시스템이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에게 효율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층 더 심화된 기후변화, 더 친환경적 관행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 그뿐 아니라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배출량 제로를 향한 목표 때문에 이 패션 산업은 현장 관행부터 양식, 토양에서부터 드레스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그 방식을 바꿔가고 있다. 많은 브랜드가 이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매장 내에서 LED 조명을 켜고 재생 소재로 만든 쇼핑백을 쓰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또 다른 개혁도 패션 비즈니스에서 벌어진다. 이는 패션이 내디딜 더 윤리적이고 도덕적이며 깨끗한 길을 마련하고 있다.

    그 한 가지 예가 바로 디자이너의 재고 활용이다. 현재 자투리 천의 입소문이 자자하다. 지난해 4월 프랑스 럭셔리 그룹 LVMH가 그룹 산하 패션 하우스로부터 수거한 재고 소재를 판매할 첫 번째 온라인 리세일 플랫폼 노나 소스(Nona Source)를 론칭했을 정도다. 디자이너들은 이제 디올, 지방시, 루이 비통을 비롯한 유수의 패션 하우스 아틀리에에서 사용한 자재를 오리지널 가격보다 몇 배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한편 스튜디오 팀이 하이테크 패브릭이나 리사이클링 패브릭을 공급받는 추세다. 프라다는 버려진 어망으로 만든 재생 나일론 에코닐(Econyl)을 컬렉션 전반에 사용하며 공급 체인을 통한 나일론의 수급을 조만간 중단할 계획이다. 알렉산더 맥퀸의 사라 버튼은 폴리 파유(Poly Faille)로 알려진 패션 리사이클링 폴리에스테르로 드레스를 제작한다.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리사이클링 소재와 재생 가죽 섬유를 컬렉션에 접목했다. 그리고 이 브랜드의 아이웨어 렌즈는 친환경 소재를 부분적으로 사용한다. 지난봄 스텔라 맥카트니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볼트 스레드(Bolt Thread)가 개발한 버섯 균사체 마이셀륨으로 만든 인공 배양 가죽 마일로(Mylo)로 제작한 프로토타입 코르셋과 트라우저를 발표했다. 올봄 그녀는 같은 소재로 만든 신상 핸드백 프레임 마일로(Frayme Mylo)를 지난해 10월 열린 2022 S/S 패션쇼에서 처음 공개했다. 패션쇼에서 발표한 첫 마이셀륨 작품이었다. “동물 가죽 부럽지 않은 내구성과 매력을 지녔어요.” 그녀가 설명했다. 현재 프레임 마일로는 한정판으로 구매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녀는 앞으로 더 많은 제품을 출시할 거라 장담했다. “저는 그것이 패션의 미래가 되기를 희망해요. 5년 뒤에는 일반적인 표준이 될 거예요.”

    에르메스 역시 마이셀륨 핸드백을 론칭한다. 바이테크 기업 마이코웍스(MycoWorks)와 함께 만든 실바니아(Sylvania)라는 소재의 빅토리아(Victoria)를 한정판으로 출시하는 것이다. 이 기업은 다양한 제품에 걸쳐 실바니아를 사용할 계획이다. “가죽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에르메스가 사용하는 소재의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죠.” 에르메스 인터내셔널의 감사 및 조직 개발 총괄 부사장 올리비에 푸르니에(Olivier Fournier)가 설명했다. “그것은 민첩성의 문제예요.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세상과 상황에 맞춰 진화해가는 과정이죠.” 뷰티 부문에서도 오랫동안 낭비를 일삼던 패키징에 새로운 접근법을 도입하고 있다. 에르메스 신상 뷰티 라인의 경우, 리필 가능한 립스틱을 생산한다. 그리고 에르메스는 오래전부터 재생 종이를 사용해 시그니처 오렌지색 박스를 제작하고 있으며, 모든 패키징을 2025년까지 100% 재생 또는 재활용 가능한 자재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공장을 소유한 기업은 새로운 전초기지를 처음부터 지속 가능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 지난해 9월 에르메스는 보르도 교외의 생뱅상드폴(Saint-Vincent-de-Paul)에 친환경 가죽 공방을 열었다. 5만5,000㎡(5.5헥타르)의 부지에 자리한 목재와 콘크리트로 지은 이 공방 빌딩은 친환경 건축가 파트리크 아로차렌(Patrick Arotcharen)이 최대한 환경을 존중하도록 디자인했다. LED 조명을 설치했을 뿐 아니라, 나무 100그루를 심은 정원에서 사용할 빗물을 모아두는 물탱크를 마련했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공방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40% 이상을 공급했다. 그 건물의 돌출된 창은 북쪽을 향하며, 햇살이 뜨겁지 않게 아틀리에에 흠뻑 쏟아진다.

    기존 관행을 바꾸는 것을 넘어, 일부 브랜드는 비즈니스 방식을 재고한다. 특히 리치몬트(Richemont) 그룹이 소유한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럭셔리 패션 기업 끌로에가 대표적이다. CEO 리카르도 벨리니(Riccardo Bellini)는 “그 브랜드를 다시 빛나게 하려고 2019년에 합류했다”고 직접 말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와 록다운의 강타로 모든 것의 진행 속도가 늦어지면서 벨리니는 ‘우리는 왜 여기 있는가? 이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그는 “가격 인상은 이 패션 기업의 설립 이유와는 관계가 없거나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죠. 전체적인 경제성장 모델 그리고 기업과 사회 간 관계를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우리는 목적의식을 다각도로 기업에 서서히 주입하고 싶었죠.” 그는 다뤄야 할 4대 영역을 선택했다. “사람, 소싱(경영 자원의 구매 활동), 커뮤니티와 지구입니다. 사회적 책임이 환경적 책임만큼 중요하니까요.” 그는 지속 가능성 위원회를 설립했다 이 위원회에는 외부 고문 두 명이 포함됐다. 사회 사업가이며 2019년 노벨상 후보로 지명된 아만다 응우옌(Amanda Nguyen)과 유토피스(Utopies) 설립자이자 CEO이며 지속 가능한 개발 컨설턴트 엘리자베스 라빌(Elisabeth Laville)이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찾아냈다. ‘가치를 해석하고 바로 이런 목적의식을 수용하는 법에 남다른 견해’를 가진 그런 인물, 바로 가브리엘라 허스트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녀는 그와 비슷한 원칙과 신념을 갖고 2015년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고 뉴욕에서 활동해온 디자이너다.

    지난해 10월 끌로에는 럭셔리 패션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비콥 인증(B Corp Certification)을 받았다. 벨리니에 따르면 이 인증은 수익 활동을 하면서 환경적으로 활동하는 사회적 기업에 부여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우리가 하는 모든 것에 목적의식이 분명히 주입된다. 또 끌로에는 찰스 왕세자가 2020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고자 론칭한 글로벌 연합 ‘지속 가능한 시장 이니셔티브(Sustainable Markets Initiative)’의 태스크포스 창단 멤버이기도 하다. 육스 네타포르테 그룹 설립자 페데리코 마르케티(Federico Marchetti)가 의장을 맡은 이 패션 태스크포스는 수십 개 브랜드, 리테일러, e-테일러, 테크 기업 대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조직은 수많은 기존 프로젝트를 결합하고 패션 산업을 바로잡도록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자 한다. “세상이 세계적인 팬데믹과 계속되는 극단적 기후변화 등의 도전 과제에 적응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많은 산업, 특히 패션 산업은 기존 습관으로 되돌아가서는 안 되죠.” 마르케티가 말했다. “미래는 이미 분명해요. 적자생존이란 가장 친환경적 생존을 의미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변화 모두 중요하지만 대자연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는 효과를 갖게 될 것이다. LVMH는 아마존에서의 삼림 황폐화와 싸우기 위해 5년간 500만 유로급 약정이 포함된 이니셔티브 ‘생물 다양성을 위한 법안(Act for Biodiversity)’을 마련하고자 유네스코의 인간과 생물권 프로그램(Man & The Biosphere Programme)에 합류했다. “이 이니셔티브를 통해 저희가 현재 상태에 도전하고 우리의 공급 체인을 넘어서 긍정적이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죠.” LVMH의 이미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환경 부문 수장인 앙투안 아르노(Antoine Arnault)가 말했다. 샤넬은 벌목으로 위협받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우림 2만2,000헥타르의 복구를 돕고 있으며,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 보호구역으로 인정받은 페루 우림 30만 헥타르의 환경보호를 지원한다.

    지난해 케어링(Kering)은 미국의 환경 NGO 국제보호협회에 합류해 패션에 사용되는 면, 양모, 캐시미어와 가죽 등을 생산하는 농부에게 보조금을 지원하기 위한 500만 유로의 자연 재생 기금(Regenerative Fund for Nature)을 조성했다. 지난해 9월에 총 73개 제안서 가운데 이 기금을 수령할 첫 7개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몽골 캐시미어 생산자와 함께하는 착한 성장 기업(The Good Growth Company), 인도의 유기농 면 촉진 단체(Organic Cotton Accelerator), 아르헨티나 목초지의 지속 가능한 관리 증진을 도모하는 솔리다리다드(Solidaridad) 등이 이에 속한다.

    “이 모든 선행은 패션계가 생물 다양성에 남긴 자취의 철저한 분석에 대응한 것입니다.” 케어링의 지속 가능한 소싱 및 자연 이니셔티브 수장 헬렌 크롤리(Helen Crowley)가 설명했다. “어디에서 오염이 발생하는가? 토지 용도가 바뀌는가? 희귀종 개구리가 있는가? 사람들이 숲을 벌목하는가? 모든 것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이제 더 이상 미온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자연을 보호하고 복구해야 하며, 이를 지원하고, 효율적인 시스템과 자재로 바꾸는 데 전념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회복력을 키워야 합니다. 정말 흥미진진하죠.” 그녀가 줌 화면으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우리는 혁신적인 변화의 끝에 서 있어요. 그 변화의 끝에 서 있어야 하죠!” (VK)

      Dana Thomas
      사진
      David Abrahams
      세트
      Daisy A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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