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2023년을 지배할 패션 트렌드 6

2023.01.12

by 안건호

    2023년을 지배할 패션 트렌드 6

    2022년은 분명 험난했다. 그럼에도 패션계는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온갖 유행이 정신없이 흘러가는 와중에도 ‘장기전 관점의 투자’ 의지를 보인 이들이 존재했다. ‘더 이상 지나가는 유행에 휩쓸리지 않겠다.’ 패스트 패션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2023년에도 이어진다. 매치스패션의 여성복 담당자 리안 위긴스(Liane Wiggins)는 이런 접근법을 ‘워드로빙(Wardrobing)’이라고 부른다.

    멀티숍 브라운스(Browns)의 여성복 책임자 헤더 그램스턴(Heather Gramston)은 2022년을 “섹시한 옷차림과 함께 파티를 즐긴 해”라 명명했다. 특별한 매력을 지닌 ‘파티용 옷’뿐 아니라 명품 대여 시장 역시 호황을 누렸다.

    그렇다면 2023년 봄은 어떨까? 바이어들은 2023 S/S 런웨이처럼 시스루 룩과 말끔한 테일러링으로 양분될 것으로 전망했다. 틱톡에서 볼 수 있듯 Z세대는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열광할 것이고, 빈티지 마켓의 흐름도 지속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2023년을 지배할 굵직한 트렌드를 여섯 개 키워드로 정리했다.

    1. 진화한 ‘에브리데이 웨어’

    Courtesy of Bottega Veneta

    구글이 발행한 2022년 검색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상품은 청바지와 오버사이즈 셔츠다. 모두 매일 입을 수 있는 평범한 아이템이다. 보테가 베네타의 2023 S/S 컬렉션에서 케이트 모스가 소화한 플란넬 셔츠와 레더 데님 팬츠 룩만 봐도 품격 있는 기본 아이템의 전성시대가 왔음을 알 수 있다.

    2023년 봄을 지배할 에브리데이 슈즈가 있다면? 이미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리는 발레 펌프스다. 미우미우의 발레 슈즈를 떠올려보라. 위긴스는 발레 슈즈에 대해 “하이브리드 라이프스타일을 충족시킬 세련된 아이템”이란 설명을 덧붙였다. 리세일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Vestiaire Collective)의 공동 창립자 파니 무아장(Fanny Moizant)은 화려한 플랫 슈즈가 빈티지 시장을 점령할 거라 내다봤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투자 가치가 있는’ 아이템이란 시간이 지나고 유행이 바뀌어도 유효한 아이템이다. 위긴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고객의 구매 방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유행을 타지 않는 대신 오랫동안 활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고급 제품을 찾고 있죠.”

    2. 모두를 위한 패션

    @karolinevitto

    WGSN의 여성복 책임자 사라 마지오니(Sara Maggioni)는 사이즈의 굴레를 벗어던지는 것에서 나아가 실루엣에도 변화를 보일 것이라 말한다. “박시한 빅 사이즈 스타일 대신 유연한 핏과 다양한 신체에 적용할 수 있는 사이즈에 대해 고민하는 거죠. 모든 체형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스트랩과 각종 장치, 신축성이 더 좋은 저지 소재를 활용하는 등 스마트한 디테일을 활용하는 것이 예입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가랑이, 암홀과 어깨너비 등 사소한 부분까지 고려해 모든 성별이 돋보이는 적당한 볼륨의 옷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디자이너가 의도한 바를 정확히 구현할 수 있는 3D 디자인이나 스캐닝 같은 기술 역시 더 중요해질 겁니다.”

    남성복 라인을 전개하기 시작한 미우미우와 시몬 로샤, 루아르의 라울 로페즈와 루도빅 드 생 세르냉이 선도하는 ‘젠더 유동적 디자인’은 변화를 촉진할 것이다. 태그워크(Tagwalk)의 패션 및 인사이트 책임자 마고 와랭(Margaux Warin)은 “패션은 이제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3. 그런지하게 섹시하게

    Courtesy of Chopova Lowena

    신발장 어딘가에 숨어 있을 닥터마틴 부츠를 꺼낼 때가 왔다. 그런지 패션이 돌아왔다는 얘기다. 더 섹시해지고 성숙해졌다는 게 이전과는 달라진 점이고. 2023 S/S 시즌의 런웨이는 올 풀린 니트, 관능적인 슬립, 타탄 체크로 가득했다. 마지오니는 그런지가 낭만적으로 돌아온 이유가 “최근 몇 년간 모두가 겪은 ‘감정적 롤러코스터’” 때문이라 설명한다. 빈티지 시장에서도 그런지한 피스의 인기는 계속된다. 무아장은 데님, 유틸리티 팬츠, 가죽 피스와 체인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견했다.

    4. 우리의 미래는 시스루

    Courtesy of Ferragamo

    마이테레사의 여성복, 아동복 및 생활 패션 구매 담당 부사장 티파니 휴(Tiffany Hsu)가 “Less is more”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여기에 그램스턴은 ”여러 패션쇼에서 ‘섹시 2.0’은 아주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마이크로 미니, 컷아웃, 시스루와 메시 디테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시도했을 정도로요”라고 덧붙였다.

    마고 와랭은 “2022 F/W 시즌 컷아웃과 시스루 룩의 검색량이 각각 40%와 53% 급증했으며, 77%의 디자이너가 2023 S/S 시즌에 시스루 룩을 포함했다”고 전했다. 남성을 위한 크롭트 톱 역시 빈번히 등장했고, 노출이 있는 룩이 다섯 배 정도 증가했다는 소식과 함께.

    5. 겸손함의 미덕

    Courtesy of Alaïa

    정제된 스타일을 즐기는 자들이여, 그런지와 시스루의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절망하기 말기를. 차분하고 ‘겸손한’ 스타일 역시 2023년의 주요 트렌드다. 그램스턴은 “2023년에는 과한 섹시함에서 벗어나 치마는 좀 더 길어지고, 실루엣 역시 더 매끈해질 것”이라 얘기한다.

    ‘테일러링’은 팬데믹 기간에 가장 큰 변화를 겪은 분야 중 하나다. 산업의 변화에 대해 마지오니는 “각종 테일러링 방식이 점차 뒤섞이고, 수트 역시 캐주얼해지고 있습니다. 고객은 새로움을 갈망하고, 이에 맞춰 테일러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나서죠”라고 설명했다.

    티파니 휴의 경우 “2023 S/S 컬렉션이 롱 드레스로 가득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2023년에는 맥시스커트가 유행할 것으로 점쳤다(태그워크의 보고에 따르면 디자이너의 81%가 컬렉션에 롱 드레스를 포함했다).

    6. 노스탤지어 패션

    Getty Images

    물론 과거에 대한 집착은 사라지지 않는다. 무아장은 “올해도 모두가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그리워할 겁니다”라고 간단히 예측했다. 물론 그 그리움이 지난해와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표출되겠지만. 마지오니는 더 사이키델릭한 느낌의 보호 스타일이 유행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 향수를 즐기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빈티지 피스를 직접 구매하는 것. 디팝(Depop), 빈티드(Vinted), 이베이 등의 플랫폼에서 빈티지 제품을 디깅하거나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하들리 에버 원 잇(Hardly Ever Worn It)과 퍼스트딥스(1stDibs) 같은 사이트를 뒤져 특별한 디자이너 제품을 찾아볼 수도 있다. 퍼스트딥스 편집장이자 트렌드 전문가 앤서니 바질레이 프룬드(Anthony Barzilay Freund)는 존 갈리아노의 디올, 톰 포드의 구찌와 비비안 웨스트우드, 이세이 미야케의 피스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 1990년대 샤넬 백과 얼마 전 25주년을 맞이한 펜디의 바게트 백 역시 과거의 향수를 물씬 느끼게 할 아이템.

    에디터
    안건호
    Alice Cary
    사진
    Getty Images,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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