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뉴스

루이 비통은 왜 콜름 딜레인을 선택했나

2023.01.13

by 안건호

    루이 비통은 왜 콜름 딜레인을 선택했나

    버질 아블로가 세상을 떠난 후 루이 비통이라는 바통을 누가 넘겨받을지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런던 패션 신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성장한 마틴 로즈, 여러 문화를 적절히 융합해온 웨일스 보너, ‘잇 백’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증명한 텔파 클레멘스까지, 루이 비통 남성복 부문 수장이라는 물망에 올랐죠.

    그런데 루이 비통 하우스가 1년 넘게 이어오던 이 열띤 논의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장 다음 주에 있을 2023 F/W 맨즈웨어 컬렉션을 책임질 ‘게스트 디자이너’로 1991년생의 젊은 콜름 딜레인(Colm Dillane)을 선임한 것.

    @kidsuper

    그는 어떤 사람이고, 그가 이끄는 키드슈퍼(KidSuper)는 어떤 브랜드일까요? 뉴욕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콜름은 고등학생 때부터 프린트 티셔츠를 제작해 친구들에게 판매하며 디자이너가 되는 꿈을 키워왔습니다. 음악 작업을 하거나 영상을 촬영하는 등 그 후로도 꾸준히 문화 예술계에서 경험을 쌓던 그는 2018년 브랜드 ‘키드슈퍼’를 공식 론칭합니다.

    Courtesy of KidSuper

    처음부터 키드슈퍼가 주목받은 건 아닙니다. 2020 F/W 컬렉션의 포문을 연 드레스에는 ‘파리 패션 위크 참가 신청이 반려되었습니다’라는 텍스트가 적혀 있었죠. 이는 파리 패션 연합이 키드슈퍼 측에 보낸 편지 내용이었고요.

    Courtesy of KidSuper

    Courtesy of KidSuper

    Courtesy of KidSuper

    Courtesy of KidSuper

    Courtesy of KidSuper

    하지만 콜름은 꾸준히 아트를 접목한 재기 발랄한 컬렉션을 선보였고, 2021년 LVMH 프라이즈 준우승에 해당하는 ‘칼 라거펠트 상’을 수상합니다.

    1년 뒤 파리에서 선보인 2023 S/S 컬렉션은 대중의 눈도장까지 찍는 계기가 됐죠. ‘아트 옥션’이라는 컨셉 아래 진행된 컬렉션은 콜름의 아트워크를 런웨이에서 판매한다거나 미술품을 모델이 찢고 나오는 퍼포먼스로 구성했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바이럴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콜름 딜레인이 주목받는 ‘신예 디자이너’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가 루이 비통의 부름을 받았다는 것은 분명히 큰 충격입니다. <보그 비즈니스>는 이 결정을 ‘Super Surprise’라 표현했죠. 루이 비통의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를 가집니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럭셔리 브랜드기도 하지만, 루이 비통은 말 그대로 ‘최고’만 선임해왔기 때문이죠. 마크 제이콥스, 킴 존스, 니콜라 제스키에르, 버질 아블로까지 무게감 넘치는 이름이 그 증거입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콜름 딜레인은 전임자들과 상당히 닮았습니다. 마크 제이콥스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미술품 컬렉션을 소장할 정도로 예술을 사랑하며, 콜름은 개인전까지 가진 아티스트죠. 킴 존스가 ‘협업의 화신’인 것처럼, 키드슈퍼는 2022년에만 수이코크, 코카 콜라, 미국 축구 국가 대표 팀 등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와 협업했습니다. 버질 아블로와 콜름은 모두 패션을 정식으로 공부한 경험이 없으며, 패션과 다양한 형태의 예술이 만나는 접점을 탐구해왔습니다. 더구나 루이 비통은 최근 ‘럭셔리 하우스의 스트리트화’를 주도하고 있죠. 그들이 좋은 의미에서 진지함과는 거리가 아주 멀어 보이는 콜름을 ‘픽’할 이유가 충분했다는 얘깁니다.

    콜름 딜레인과 루이 비통의 만남이 일회성에 그칠지, 그가 루이 비통의 정식 디자이너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주일 뒤 선보일 컬렉션에 모든 시선이 집중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죠. “원대한 꿈을 가지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말하는 그가 이번에는 어떻게 모두에게 놀라움과 미소를 안길지, 기대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에디터
    안건호
    포토
    Courtesy Photos,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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