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과 조화에 관하여: 샤넬의 도쿄 레플리카 컬렉션
1990년대에 다양한 공방을 인수한 샤넬은 2002년 처음으로 공방 컬렉션, ‘메티에 다르(Métiers d’Art)’를 선보입니다. 메티에 다르는 ‘예술적 교류’를 뜻합니다. 장인 정신과 수공예 기법을 기반으로 한 샤넬 하우스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컬렉션이자, 샤넬이기에 가능한 컬렉션이기도 하죠. 지난해 12월 2022/23 공방 컬렉션을 위해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를 찾았던 샤넬이 레플리카 쇼를 위해 도쿄로 향했습니다.
다양한 문화와 사상이 융합된 세네갈 컬렉션처럼 도쿄에서의 레플리카 쇼 역시 ‘예술적 교류’가 핵심이었습니다. 쇼 오프닝을 맡은 세네갈의 래퍼 닉스(Nix)와 일본의 기타리스트 이치카 니토(Ichika Nito)는 열여섯 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무색하게 조화로운 공연을 선보였죠. 이들이 연주한 곡은 작고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대표곡, ‘Merry Christmas Mr. Lawrence’였습니다. 안무가 디미트리 샹블라(Dimitri Chamblas) 역시 다카르에서의 오프닝 퍼포먼스를 새로이 해석한 ‘슬로우 쇼’를 도쿄 다마미술대학의 무용수 87명과 선보였습니다.
이치카 니토는 예술이 모두를 연결한다는 점에서 언어와 닮았다고 말했는데요. 기억에 남을 퍼포먼스를 합작한 이들 모두 나이, 출신, 배경은 다르지만, 예술이라는 언어로 소통하고 있었습니다.
야외에서 열린 세네갈 쇼와 달리 레플리카 컬렉션은 긴자에 있는 도쿄 국제 전시장에서 열렸는데요. 천장에 설치된 LED 조명에만 의지한 채 모델들이 워킹을 이어가자, 6개월 전 세네갈에서 느낀 것과는 감회가 남달랐죠. 샤넬 특유의 장인 정신과 아프리카의 전통 공예 기법이 만나 탄생한 룩이 1만4,000km 가까이 떨어진 도쿄라는 무대에 오르자 ‘서로 다른 것이 만나 이루는 조화’라는 키워드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페미닌한 소재이자 샤넬의 상징과도 같은 ‘트위드’에 광부를 떠올리는 소재 ‘데님’을 접목한 룩이 가장 훌륭한 예입니다. 버지니 비아르가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패턴을 활용해 재해석한 트위드와 자수 장식은 더욱 이색적으로 느껴졌고, 컬렉션에서 묻어난 1970년대의 자유분방함은 다소 딱딱하고 공식적인 행사가 개최되는 국제 전시장과 오묘한 조화를 이뤘죠.
쇼가 끝난 뒤에는 칼 라거펠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선정한 앰배서더, 블랙핑크의 제니가 깜짝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재즈풍으로 편곡한 솔로곡 ‘You and Me’와 ‘Fly Me to the Moon’,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을 부르자 현장은 삽시간에 제니의 콘서트장으로 변했죠. 제니 공연이 끝나자, 일본의 걸 밴드 차이(Chai), 프랑스의 디제이 듀오 폴로 앤 팬(Polo & Pan), 앞서 등장한 래퍼 닉스와 이치카 니토의 공연이 현장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습니다. 샤넬 앰배서더인 크리스틴 스튜어트, 캐롤린 드 메그레와 고마츠 나나, 샤넬 뷰티 앰배서더 박서준과 모델 신현지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은 물론 일본, 프랑스, 중국, 세네갈 출신의 셀럽까지 한곳에 모여 애프터 파티를 즐겼죠.
- 사진
- Courtesy of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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