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트렌드,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운 베이비 돌 드레스
익숙한 실루엣이죠? 올봄부터 여름까지, 우리는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이 드레스를 입고 거리를 누볐습니다. 신발은 언제나 샌들 아니면 청키 스니커즈였죠.
2023 S/S 런웨이를 장악했던 베이비 돌 드레스입니다. 베이비 돌 드레스가 하우스 시그니처이기도 한 세실리에 반센을 필두로 샌디 리앙, 시몬 로샤 같은, 로맨틱하고 러블리한 무드에 일가견이 있는 하우스들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릭 오웬스, 베르사체, 루도빅 드 생 세르넹 같은 브랜드의 무대에도 올랐죠. 심지어 로에베는 ‘진짜’ 인형이 입을 법한 베이비 돌 룩을 여럿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베이비 돌 드레스는 1940년대, 디자이너 실비아 페들러(Sylvia Pedlar)에게서 시작됐습니다. 인형이 입는 옷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짧은 란제리였죠. 정작 그녀 본인은 ‘베이비 돌’이라는 이름을 싫어했다고 하지만요. 이후 영화 <베이비 돌(Baby Doll)>(1956)에서 주인공이 입고 나온 원피스 덕에 이름이 완전히 굳어졌습니다.
베이비 돌이 패션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건 1958년,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덕분입니다. 검은 레이스 원단과 트라페즈 실루엣으로 풀어낸 베이비 돌 드레스로 또 하나의 아이코닉한 룩을 만들어냈죠. 이후 베이비 돌 드레스는 많은 하우스의 손길을 거쳐 재해석되어왔습니다. 여성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자유를 향해서 말이죠. 코르셋을 비롯한 여타 란제리와 언더웨어 아이템이 그랬던 것처럼요. 1960년대 트위기부터 1990년대 코트니 러브까지, 아이코닉한 인물과 함께 여러 시대를 거치며 다양한 미학을 쌓아왔고요.
베이비 돌 드레스는 한번 입으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을 지녔습니다. 지난여름의 감각을 떠올려보세요. 우선 참 편안합니다. 헐렁한 실루엣 덕분이죠. 허리선은 없다시피 하고, 레이스, 러플 같은 장식은 풍성해요. 구름처럼 푹신하게 퍼지는 밑단은 또 어떻고요. 보디라인에 집중하지 않아도 여성스러운 느낌을 낼 수 있으니 활용도가 높을 수밖에 없죠. 겨울에는 레이어드하는 맛이 쏠쏠한 아이템이고요.
끊긴 적 없는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듯 굳이 ‘트렌드’라는 말을 붙일 필요가 없는 아이템입니다. 매 시즌 새롭게 변주된 스타일로 등장하며 질릴 틈을 주지 않죠. 2023 F/W를 안전하게 지나 2024 S/S 컬렉션에도 어김없이 나타난 걸 보세요. 순수하지만 씩씩하고, 걸리시하지만 자유로운 느낌을 동시에 낼 수 있는 아이템은 흔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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