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모든 트렌드를 아우르는 ‘이 아이템’의 귀환
요즘 트렌드가 아무리 시시각각 바뀐다고는 하지만, 이 혼란 속에서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키워드는 분명 존재합니다. 베이비걸의 등장과 함께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중성적인 스타일링처럼 말이죠. 조용한 럭셔리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미니멀리즘, 그리고 오피스웨어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굵직한 키워드를 모두 아우르는, 반가운 아이템이 등장했습니다. 한동안 모두가 잊고 있던 푸시 보가 바로 그것.
푸시 보가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어째서 이 아이템이 앞서 언급한 키워드를 전부 아우르는지부터 살펴봐야겠죠. 푸시 보는 칼라 부분에 긴 패브릭을 더한 블라우스를 뜻합니다. 묶는 방법에 따라 넥타이나 보타이처럼 연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죠.
푸시 보가 처음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된 것은 생 로랑의 르 스모킹입니다. 비베케 크누센이 매니시한 핀 스트라이프 블레이저의 이너로 푸시 보를 입었거든요. ‘철의 여인’이라고 불렸던 마거릿 대처 역시 매일같이 푸시 보를 입었습니다. 이들 덕에 푸시 보는 파워 드레싱의 상징이자, 페미닌한 동시에 매스큘린한 아이템으로 거듭났죠. ‘중성적’이라는 최근 키워드에 완벽히 들어맞는다는 뜻입니다. 미니멀리즘과 오피스웨어 트렌드에 부합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깔끔한 블라우스에 타이를 두른 푸시 보의 실루엣 하나면 충분합니다.
2024 S/S 시즌의 런웨이에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요? 가장 페미닌한 선택을 한 브랜드는 샤넬입니다. 푸시 보를 레이스 소재로 만든 것도 모자라, 그 위에 꽃 장식까지 더했거든요. 최근 블라우스의 소매가 한층 풍성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듯, 실루엣을 자유자재로 연출할 수 있는 장갑 역시 눈에 들어왔죠.
1970년대에 유행한 파워 드레싱은 여성의 지성과 권력을 강조하는, 하나의 사회운동이었습니다. 내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내 몸을 당당하게 드러낸다는 의미에서, 작년부터 시작된 네이키드 드레싱은 파워 드레싱의 연장선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죠. 돌체앤가바나와 생 로랑이 시스루 소재의 푸시 보를 선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돌체앤가바나는 모든 아이템을 블랙으로 통일한 뒤, 네크라인에 코르사주까지 더했죠.
돌체앤가바나의 룩이 도발적이라면, 생 로랑은 우아했습니다. 땅에 끌릴 듯 말 듯, 길쭉한 타이 덕분이었죠.
보다 현실적인 선택을 한 브랜드도 있었습니다. MSGM의 체크 패턴 푸시 보처럼 말이죠. 매듭을 목 정중앙이 아닌, 비스듬하게 지은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마찬가지로 비대칭 랩 스커트와 매치하니, 위트가 넘치면서도 정갈한 룩이 완성됐죠.
오피스 웨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스트라이프 패턴이죠. 아담 립스(Adam Lippes)는 당장 내일이라도 출근 룩에 녹여낼 수 있을 법한, 차분한 매력의 푸시 보를 선보였습니다. 오늘 등장한 모든 룩 중 매듭을 짓는 방법 역시 가장 ‘정석’에 가까웠고요. 날씨가 풀리면 아담 립스의 룩을 참고해, 따사로운 파스텔 톤 팬츠를 매치한 스타일링에 도전해봐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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