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웨어 스타일은 ‘거리의 트렌드’가 될 수 있을까?
2024 S/S 컬렉션 중 가장 ‘핫’한 아이템은? 속옷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진 언더웨어입니다. 런웨이에서 볼 때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실제 거리에서는 어떨까요?
미우미우의 2023 F/W 컬렉션은 ‘팬츠나 스커트 대신 언더웨어만 입어도 좋다’는 허가서와 같았죠. 2024 S/S 시즌에도 아크네, 빅토리아 베컴, 구찌, 톰 포드 컬렉션에 언더웨어만 입은 모델들이 등장했고 디올, 샤넬, 돌체앤가바나, 뮈글러, 니나 리치는 언더웨어를 얇은 시어 드레스와 매치했습니다. 패션 전문 검색엔진 태그워크는 파리에서 쇼를 연 브랜드의 38%가 언더웨어 룩을 선보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죠. 2023 F/W 컬렉션과 비교해 핫팬츠의 등장 빈도 역시 114% 증가했습니다. 여러 셀럽이 언더웨어를 입고 거리로 나서는 지금,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멀티숍 브라운스의 여성복 책임자 헤더 그램스턴(Heather Gramston)은 시어 소재가 돌아왔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카이트, 크리스토퍼 에스버, 프라다를 예로 들며 시어 소재에는 은은한 섹시함, 과하지 않은 클래식함이 공존한다고 분석했죠. 세 브랜드 모두 최근 컬렉션에서 시어 소재 니트웨어, 셔츠 등을 선보이며 실험을 이어갔고요.
언더웨어가 주인공이 되는 일은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영국 <보그> 에디터 줄리아 홉스(Julia Hobbs)는 케이트 모스가 시어 스커트 밑에 언더웨어를 입고 등장한 미우미우 1996 S/S 컬렉션을 언급했죠.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를 등에 업은 언더웨어 트렌드는 예전과 비교할 수조차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역시 셀럽이고요. 벨라 하디드는 브리프를 입고 거리를 걸었고, 며칠 뒤 카일리 제너는 언더웨어에 탱크 톱과 코트를 입고 로에베의 2023 S/S 컬렉션에 참석했죠. 11월에는 켄달 제너마저 보테가 베네타의 팬츠리스 룩을 소화했고요.
언더웨어 룩은 어쩌다 이토록 강력한 트렌드가 됐을까요? 마이테레사의 구매 담당 부사장 티파니 휴(Tiffany Hsu)는 언더웨어 트렌드가 최근 몇 년을 지배한 맥시한 헴라인에 대한 반대급부라고 설명합니다. 편안하면서도 스포티하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라는 사견을 더하기도 했죠.
에디터와 스타일리스트들은 예로부터 언더웨어를 활용해 강렬한 패션 화보를 만들어내곤 했는데요. 스타일리스트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는 율리아 폰 뵘(Julia von Boehm) 역시 그중 하나입니다. 그녀는 언더웨어를 활용한 믹스 매치에 주목했는데요. 타이츠 위에 언더웨어를 입고, 클래식한 느낌의 톱을 얹어 룩을 완성할 것을 추천했습니다. 최근 엠마 코린이 베니스영화제에서 선보인 룩처럼 말이죠! 미우치아 프라다 역시 언더웨어에 카디건과 플랫 슈즈를 매치하는 것에 푹 빠져 있습니다.
사마리텐 백화점의 패션 & 액세서리 부문 머천다이징 디렉터 빅토리아 다르티그(Victoria Dartigues)가 뽑은 주목할 아이템과 스타일은? 그녀는 가장 먼저 구찌의 마이크로 쇼츠, 스텔라 맥카트니의 자수 쇼츠, 빅토리아 베컴과 아크네의 보디수트, 카사블랑카의 레인보우 쇼츠를 꼽았습니다. 브랜드로는 언더웨어에 바이커 재킷을 입은 끌로에와 탱크 톱에 팬티를 매치한 마르니를 언급했고요. 그녀는 언더웨어를 슬쩍 노출할 수 있는 시어 드레스와 팬츠의 판매량이 유의미하게 늘어나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출신 인플루언서 마리 푸르타스(Mary Furtas)가 2018년 론칭한 브랜드 컬트네이키드(Cultnaked)는 언더웨어 트렌드의 대표 수혜자입니다. 언더웨어는 물론 반짝이는 네이키드 드레스를 출시한 컬트네이키드의 2022 F/W 컬렉션이 소셜 네트워크에서 크게 주목받았거든요. 컬트네이키드의 옷을 입고 있는 푸르타스의 사진 역시 인스타그램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요. 그녀는 몇 년 전 시어 소재 아이템을 디자인했을 때 팀원들의 주된 반응은 “이걸 누가 입겠느냐”였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녀는 언더웨어 스타일링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컬트네이키드의 시어 아이템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넌지시 말했습니다.
과감한 룩을 즐기는 컬트네이키드의 소비자와 달리, 대부분의 ‘평범한’ 소비자는 언더웨어를 선뜻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르 봉 마르셰의 패션 디렉터 제니퍼 쿠빌리에(Jennifer Cuvillier)는 여러 디자이너가 언더웨어를 활용해 참신한 스타일과 실루엣을 선보이고 있지만, 이조차도 많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르 봉 마르셰 역시 언더웨어를 집중적으로 바잉할 계획이 없다고 언급했죠.
사마리텐의 다르티그는 극소수의 소비자만 언더웨어를 드러낼 용기가 있다고 말합니다. 사마리텐 역시 최근 언더웨어를 바잉하고 있지만, 이는 상업적인 이유보다는 ‘사마리텐에서 이런 아이템도 구매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죠.
일반 소비자가 언더웨어 트렌드에 손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리테일러도 있습니다. 브라운스는 2024 S/S 시즌을 위해 다양한 시어 소재 아이템을 바잉하며 레이어드 스타일을 제안하는데요. 그램스턴은 구찌, 프라다, 베르사체에서 일제히 마이크로 쇼츠가 등장했다고 분석하며, 시어 소재 아이템을 활용하면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룩을 완성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팬츠와 슬립 위에 시어 드레스를 겹쳐 입는 스타일 역시 추천했고요.
해로즈의 바잉 디렉터 사이먼 롱랜드(Simon Longland) 역시 비슷한 전략을 택했습니다. 내년 초봄에는 해로즈 백화점에도 수많은 시어 소재 아이템이 진열대에 오를 거라고요. 롱랜드 역시 2024 S/S 시즌 런웨이에 시어 아이템이 중점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에 동의하는데요. 그런데 정작 판매되는 아이템에는 안감을 더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시어 소재 특유의 매력은 살리면서 좀 더 웨어러블하게 하기 위해서죠. 앞으로는 다양한 언더웨어 스타일링을 지켜볼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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