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레이스 의상은 형형색색의 이미지를 간직한 그녀의 또 다른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기퓌르 레이스 블라우스와 롱스커트.
아담한 키와 어울리는 작고 동그란 얼굴. 주근깨가 매력적인 하얀 피부의 김민하에겐 그야말로 ‘봄처녀’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동서양의 분위기를 모두 지닌 그녀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품다가도 서구적인 매력을 드러내기도 한다. 단아한 이미지와 어울리는 파인 주얼리를 스타일링했다.
주근깨 가득한 소녀 같은 얼굴이 특징인 김민하. 성숙하면서도 세련된 풀 스커트 스타일링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한쪽 어깨를 드러낸 원 숄더 블라우스와 플리츠 스커트.
그녀는 자기 일에 진심인 배우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촬영장에서도 과감하다. 몸매가 드러나는 레이스 니트 드레스가 어울린 나른한 봄날 오후.
동그랗고 큰 눈 덕분에 착한 여동생 같은 이미지가 있지만 때론 이처럼 도발적이다.
서스펜더 디테일의 실크 원피스와 화이트 셔츠.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오시는고.” 이은상의 ‘봄처녀’ 시구가 이처럼 어울릴 수 있을까? 파리 지도를 프린트한 실크 소재 코트를 입고 꽃이 핀 서울 하늘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화이트 셔츠와 블랙 스커트의 단아한 차림에서 그녀 특유의 동양적 매력이 배가됐다.
의상과 슈즈는 디올(Dior), 주얼리는 디올 파인 주얼리(Dior Joaillerie).
“김민하는 앞을 보고 있었다. 인터뷰는 헤어 스타일링을 바꾸는 틈에 이뤄졌기에 그녀는 거울을, 나는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본 채 대화가 진행됐다. 검은 레이스가 치렁치렁한 드레스에 짙은 메이크업을 한 김민하는 도발적인 모습이었다. “평상시의 말간 얼굴이 아니라서 재미있어요. 촬영하는 내내 클레오파트라가 떠올랐어요. ‘보그 리더: 2024 우먼 나우’라는 프로젝트와 잘 어울리는 인물 아닌가요?” 김민하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지긋이 응시했다. 전에도 본 적이 있는 눈빛이었다.
<파친코> 시즌 1, 정신없는 시장 통에서 ‘선자’로 처음 등장한 김민하는 지금처럼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관객과 눈을 맞췄다. 이민진 작가가 10년 동안 원작 소설을 집필하며 ‘선자’를 묘사할 때마다 떠올렸을 맑고 강인한 눈동자. “단편 영화와 독립 영화를 거치며 작은 기회라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몸부림치던 때에 ‘선자’를 만났어요. <파친코>는 배우로서 한 단계 뛰어넘는 계기가 된 작품이에요. 여태껏 보낸 시간이 무용하지 않았다는 걸 알려줬죠.” 배우의 길에 대한 확신과 별개로 온갖 핍박과 가난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선자’를 연기하며 인간적인 용기도 얻었다. “선자는 넘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요. 그 두려움을 숨기려 하지도 않죠. 무너질 때 확 무너져버리는 용기, 그걸 배웠어요.” 지난해 <파친코> 시즌 2를 촬영하며 다시 만난 ‘선자’는 그때와는 또 달랐다. 김민하도 마찬가지다. 계속 이어지는 삶 속에서 그녀 또한 한자리에 머물 수 없었다.
<파친코> 시즌 1이 호평 속에 막을 내린 후 많은 이들이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며 그녀를 채근했지만 김민하는 <알쓸별잡> MC라는 새 직분을 쥐고 뉴욕으로 향했다. “<오펜하이머>의 주역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킬리언 머피만 인터뷰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MC 자리였죠. 하지만 워낙 다른 사람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해서 설렘이 훨씬 컸어요. 패널 모두 평소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기도 했고요. 뉴욕 구석구석을 걸으며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방송에 많이 안 나와서 아쉬워요.”
김민하는 대화와 관계에서 많은 힘을 얻곤 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들은 끈끈하게 교류하는 두 명의 친언니와 <파친코>를 통해 친해진 정은채·정인지 배우. 두 배우와는 지난해 <파친코> 시즌 2 촬영 중 잠시 주어진 방학 동안 아이슬란드에도 다녀왔다. “대자연 앞에 있으니 한없이 작아지더라고요.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도 많은 편인데 어릴 땐 지구가 멸망하면 어떻게 하냐고 부모님 앞에서 울기도 했어요. 다 떠나서 인간에게 자연의 의미가 너무 크잖아요. 환경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세계적인 가수나 배우들처럼 저도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취향과 가치관, 비전을 둘러싼 밀도 높은 질문 틈에서 김민하는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독학으로 쌓은 영어 실력으로 토크쇼와 인터뷰 자리에서 삶과 연기에 대한 생각을 서슴없이 밝히고, 패션쇼와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열린 마음으로 낯선 경험을 즐겁게 흡수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학창 시절에 공부할 때도 그랬고, 친구들이 항상 저만 보면 애살(경상도 사투리로 ‘시샘’을 뜻한다)이 있다고 했거든요.(웃음) 애살이 뭐냐면 1등 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어 하는 마음과 비슷한데요. 이젠 많이 내려놨어요. 요즘은 ‘못할 수도 있지, 괜찮아’라는 말을 더 많이 합니다.” 스스로를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이상한 사람’으로 소개한 김민하에게 지금 가장 재미있는 일은 단연코 연기다.
촬영을 마친 <파친코> 시즌 2 외에 그녀는 촬영을 마쳤거나 촬영을 시작할 작품을 주르르 읊었다. 첫 로맨스와 살인자로의 변신 등 새로운 도전이 대부분이다. “저는 제 속도가 좋아요. ‘보여준 것이 많지 않은데 다들 왜 이렇게 잘한다고만 해주시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다른 모습도 찾아보고,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하면서 제 보폭에 집중하려고요.” 책을 사랑하는 김민하의 올해 첫 책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새벽의 눈밭처럼 순수한 땅에 김민하가 유일무이한 발자국을 남긴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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