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지구와 생명의 역사를 담은 주얼리

2024.02.22

by 이소미

    지구와 생명의 역사를 담은 주얼리

    지구 역사를 돌아본 루이 비통 ‘딥 타임’ 컬렉션, 그 두 번째 여정이 시작됐다.

    화산이 폭발하고 파도가 몰아친다. 대륙은 쪼개지고 이동한다. 땅속에선 씨앗이 움트고 식물과 꽃이 피어난다. 이 행성, 지구가 겪어온 시간이다. 그리고 루이 비통의 주얼리 워치 & 아트 디렉터 프란체스카 암피시트로프(Francesca Amfitheatrof)가 ‘딥 타임’ 컬렉션에 펼쳐낸 이야기다.

    루이 비통 ‘딥 타임’ 컬렉션 챕터 II가 파리 오뜨 꾸뛰르 기간에 공개됐다. 지난해 챕터 I을 소개한 지 6개월 만이다. 170점 이상의 주얼리 피스로 이루어진 컬렉션은 지올로지(Geology)와 라이프(Life), 쉽게 말해 생명 탄생 전후로 나뉜 이야기가 16개 테마로 촘촘히 채워졌다. 이번 챕터는 그중 10개 테마, 50점의 유려한 디자인으로 풀어냈다.

    ‘로라시아’ 목걸이. 프란체스카 암피시트로프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옐로 다이아몬드와 대조적인 금속의 조화로 탄생했다.

    챕터 II는 지구를 감쌌던 초대륙 중 하나인 ‘로라시아’라는 이름의 목걸이에서 출발한다. 주인공은 단연 센터피스 스톤인 5.02캐럿의 에메랄드 컷 옐로 다이아몬드. 노란빛이 더 따스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7줄의 목걸이를 채운 플래티넘, 옐로 골드와 핑크 골드의 완벽한 조화 덕분이다. 제작하는 데 무려 2,465시간이 소요되는 피스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완수하겠다는 하우스의 끈기와 예술적 열정이 보이는 듯했다.

    지난해에는 ‘웨이브’ ‘볼케이노’ 등 지구의 거대한 움직임을 다채롭게 표현했다면, 올해는 움트는 생명의 아름다움에 깊이 파고든 모양새다. ‘플랜트’ ‘씨앗’ ‘뼈’와 같은 기존 테마뿐 아니라 챕터 I에서 볼 수 없었던 테마도 새롭게 등장했다. ‘심바이오시스(Symbiosis)’와 ‘스킨(Skin)’이다.

    ‘심바이오시스’ 목걸이. 각기 다른 형태와 높이로 커팅된 보라, 핑크, 블루 컬러의 스피넬이 환상적인 빛깔을 만들어낸다.
    뱀피의 질감뿐 아니라 하우스를 상징하는 다미에 패턴이 떠오르는 ‘스킨’ 목걸이. 300개에 이르는 오렌지색과 핑크빛 움바 사파이어가 인상적이다.

    곰팡이 균사체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심바이오시스’ 목걸이는 이름처럼 보석이 유기적인 조화를 이룬다. 특히 각기 다른 크기와 형태로 커팅된 파스텔 블루, 보라, 핑크색 스피넬의 독특한 대비가 환상적인 빛을 발한다. 반면 ‘스킨’은 기하학적 패턴과 매끄러운 돔형 라인이 특징이다. 바둑판처럼 배치된, 탄자니아의 움바강에서 온 오렌지색과 핑크빛 움바 사파이어는 뱀피뿐 아니라 하우스의 아이코닉한 다미에 패턴을 연상케 한다. 지나치게 하우스를 강조하지 않되 정체성을 명확하게 담아내는, 암피시트로프만의 균형감이 특히 돋보이는 대목이다.

    30.46캐럿 골든 옐로 사파이어로 활기차고 생명력 넘치는 태양을 표현한 ‘드리프트’ 목걸이.
    ‘미어리드’ 테마의 목걸이. 피스를 감싼 줄은 역사적으로 메종의 트렁크를 운반하는 데 사용된 견고한 밧줄을 연상케 한다.
    ‘포실’ 목걸이. 5.18캐럿 사파이어의 푸른빛이 남다른 존재감을 뿜어낸다.

    기존 테마도 진화를 거듭했다. 간결한 디자인에 아름다움을 집약한 테마도 있다. 태양과 바다를 표현한 ‘드리프트’ 목걸이는 골든 옐로 사파이어로 태양의 생명력에 집중한다. ‘미어리드’ 목걸이와 ‘본즈’ 초커는 순백의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로 구성해 정교한 라인이 더욱 선연하게 드러난다. ‘포실’ 목걸이는 보는 순간 아틀리에의 섬세한 기술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미니멀한 라인에 고스란히 새겨진 다이아몬드와 골드의 다양한 질감과 사파이어의 푸른빛이 고전적인 멋을 자아낸다.

    ‘시드’ 목걸이는 약 1,200개 다이아몬드로 구성된 화이트 골드 밴드로 이뤄진다.
    챕터 II의 여정을 마무리 짓는 ‘플라워’ 테마의 반지. 화이트 골드와 화이트 다이아몬드로 루이 비통 모노그램을 형상화했다

    자연의 이미지를 원초적으로 형상화한 챕터 I의 특징도 또 한 번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 ‘플랜트’는 더 직접적이었다. 에메랄드와 루비, 다이아몬드 등으로 장식한 나뭇잎 모양의 반지란! ‘시드’는 이번엔 생명의 근원인 바다, 그중에서도 진주에서 그 답을 찾았다. 다이아몬드로 구성된 화이트 골드 밴드와 함께 그윽하게 빛나는 타히티안 진주는 우아하고 또 현대적이다. 루이 비통 모노그램을 닮은 ‘플라워’는 루비와 핑크 사파이어로 만개했던 챕터 I과 달리 오직 화이트 골드와 화이트 다이아몬드로만 세팅했다. 하우스에 대한 헌사를 표하기에, 두 번째 여정을 매듭짓기에 이보다 더 성숙한 마무리도 없었다.

    이렇듯 루이 비통의 딥 타임 컬렉션 챕터 II는 한층 깊어지고 대담해졌다. 암피시트로프는 그렇게 지구가 지나온 시간에 찰나 같은 아름다움을 새겨 넣었다. (VK)

      사진
      Laziz Hamani, Courtesy of Louis 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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