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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레몬이 더 멀리 간다는 것

2024.03.11

by 황혜원

    룰루레몬이 더 멀리 간다는 것

    룰루레몬이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미국 현지 시간으로 3월 6일, 캘리포니아 라 킨타의 카후일라 호숫가에서 세계 최초의 여성 울트라 마라톤 대회 ‘퍼더(Further)’를 개최했습니다. 한국인 강윤영 울트라 마라토너를 포함해 글로벌 앰배서더 10인이 생애 가장 ‘멀리 달리기’에 동참했죠. 그리고 11일까지 장장 6일간 진행되는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왜 달리고 있는 걸까요?

    “모든 스토리에서 보이는 미소가 제가 항상 느꼈던 감정이라면 거짓말일 겁니다. 달릴 때의 고통은 제가 경험한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4일째 되는 날에도 제가 왜 이걸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버텨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할 수 있고, 할 겁니다.” 브라질리언, 브리코 궉(Vriko Kwok)이 퍼더 대회에 참여하는 도중에 느낀 소회를 인스타그램에 게재했습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5km조차 달려본 적 없는 초짜 러너였던 그녀는 앰배서더로 선발된 이후 꾸준히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대회 참여 후 매일이 고행이었으며 한계에 직면하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었음을 고백했죠. 그녀는 왜 자신이 달리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계속해서 더 멀리 달릴 것이라 밝혔습니다. 그리고 5일째 되던 날 목표했던 100마일(160km)을 돌파했으며, 여전히 달리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죠.

    “난 울고 싶었어. 난 비명을 지르고 싶었어. 난 멈추고 싶었어.”- 브리코 궉 Photographed by Cortney White / @vrikokwok

    룰루레몬이 세계 최초의 여성 울트라 마라톤 ‘퍼더’를 계획한 것은 생각보다 오래되었습니다. 지난해 5월 캐나다 밴쿠버의 룰루레몬 본사에 모인 전 세계 기자들을 대상으로 트레일 러닝화를 소개하고 여성을 위한 최초의 울트라 마라톤 대회 개최를 선포했죠. 이미 10인의 여성 러너를 선발한 상태로 기자들을 맞이했고요. 당시 룰루레몬의 캘빈 맥도널드(Calvin McDonald) 대표는 “우리의 목적은 사람들이 스스로 최고의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서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울트라 마라톤 대회를 하루 앞둔 5일, 다시금 전 세계 기자들이 모인 라 킨타의 룰루레몬 하우스에서도 역시나 ‘Feel Best’, 최고의 기분을 가장 먼저 이야기했습니다.

    대회명이기도 한 퍼더, 즉 더 멀리 나아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우선 룰루레몬은 여성 최초의 제품을 개발해온 역사를 바탕으로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스포츠 분야에서 여성 관련 연구가 부족하다는 사실과 인간의 운동 능력에 대한 이해가 남성을 기준으로 이루어진 탓에 의류와 신발 등 운동복 또한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죠. 또 올림픽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유일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가 ‘오래달리기’였다는 점을 파고들었죠. 룰루레몬 연구 팀은 캐나다 스포츠 연구소(Canadian Sport Institute Pacific) 및 자사 학술 연구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약 10개월간 앰배서더들과 함께 여성 달리기에 대한 연구에 돌입했습니다. 개개인의 신체적 특징, 인종과 나이, 살아온 환경을 바탕으로 울트라 마라토너가 될 준비를 했으며, 장거리 러닝에 최적화된 제품 개발과 디자인 등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룰루레몬의 한국인 앰배서더로 선발된 강윤영 선수.

    그 결과 착용감, 경기력 향상을 바탕으로 ‘비욘드필 우먼스 러닝화(Beyondfeel Women’s Running Shoe)’, ‘서포트 코드 브라(Support Code Bra)’, ‘런지(Runsie)’, ‘쿨링 어패럴 및 액세서리(Cooling Apparel and Accessories)’ 등 여성의 몸에 꼭 맞는 제품 36개가 탄생했죠. 또 10인의 러너를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개인 맞춤 러닝복도 제공했습니다. 이에 우리나라 강윤영 선수는 “달리는 도중 옷 때문에 생기는 체력 소모가 줄었습니다”라며 “몸에 맞춰 최적화한 사이즈라 완벽히 편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 출시는 미정이지만 룰루레몬이 제공한 러닝화를 신은 첫날, 경기 코스 인근 조슈아 트리 트레킹을 하고도 발이 까지거나 물집 잡히는 일이 하나도 없이 편안해 여성 기자들을 놀라게 했죠.

    룰루레몬에서 신발 팀을 이끌고 있는 사이먼 앳킨스(Simon Atkins)는 “대부분의 운동화는 남성의 발 모양을 기준으로 만들어지고, 이후 여성화로 변형됩니다”라며 “우리는 2년간의 시간을 들여 여성의 발 모양과 움직이는 방식에 따라 처음부터 다른 접근을 시도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룰루레몬은 여성과 남성 발에 일곱 가지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를 신발에 적용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이 남성보다 발이 유연하기 때문에 더 단단하게 지탱할 수 있도록 깔창에 2mm의 추가 폼을 삽입했으며, 달릴 때 바닥에 닿는 부분이 다르다는 점, 발등에 지지력이 필요하다는 점 등에서 착안해 여성에게 꼭 맞는 운동화로 탄생시켰다는 비화도 슬쩍 공개했죠. “퍼더에 참가하는 선수 대부분이 100만 걸음 이상을 걸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라면서 이에 대비하기 위해 개인별로 수십 켤레의 운동화는 물론 하루 약 30켤레의 양말도 준비해두었다고 밝혔습니다.

    10인의 룰루레몬 앰배서더와 함께 장거리 러닝에 최적화된 제품을 개발했다.

    룰루레몬 최고 브랜드 책임자 니키 뉴버거(Nikki Neuburger)는 “여성들은 역사적으로 스포츠 분야에서 많은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룰루레몬은 사람들이 최상의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데 근간을 두는 브랜드로, 보다 공평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격차를 좁히는 데 기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룰루레몬이 이야기한 ‘Feel Best’의 지점이 바로 이것이었죠. 니키는 “룰루레몬이 퍼더를 통해 지원하는 바와 같이 적절한 자원이 주어진다면, 여성은 계속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각자의 목표를 달성함은 물론 그 너머에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여성이 또 다른 여성에게 영감을 주고 연대하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오래달리기를 통해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읽혔죠.

    강윤영 선수는 퍼더, 더 멀리간다는 것에 대해 “달린 만큼 저한테 행복이 쌓여요. 그리고 제가 느끼는 행복이 많이 쌓일수록 주변에 나눠줄 수 있는 행복이 커져간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계속 달릴 수밖에 없어요”라며 앞으로도 더 멀리 갈 예정이라고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자칭 스마일 러너인 강윤영 선수는 대회 4일 차 기준으로 개인 최장 거리 기록인 250km를 돌파하고, 307km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 목표였던 250km를 넘어선 후 강윤영 선수가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smile.runner
    브리코 궉이 목표로 한 160km를 성공한 후 앰배서더들이 축하해주고 있다. Photographed by Cortney White / @vrikokwok
    포토
    룰루레몬 제공, 각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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