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부쉐론의 결속은 진화한다

2024.03.21

by 김다혜

    부쉐론의 결속은 진화한다

    서로 다른 밴드 4개를 하나로 합친 부쉐론의 콰트로 컬렉션. 이 강력한 결속은 끊임없이 진화 중이다.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2월 29일. 그만큼 특별한 밤이었다. 파리의 봄은 생각보다 추웠고 종일 부슬비가 내렸다. 젖은 옷과 머리카락을 털며 들어선 방돔 광장 26번지는 지난 7월 방문했을 때와는 달리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큰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사이 간간이 들리는 음악 소리. 메종의 역사를 늘어놓은 원형 계단을 따라 도착한 곳은 이미 축제 분위기였다. 부쉐론이 대표 아이콘 ‘콰트로(Quatre)’ 컬렉션의 20주년을 기념하는 파티 ‘아이코닉 나이트(Iconic Night)’를 열었기 때문이다. 1858년 젊고 재능 있는 주얼러 프레데릭 부쉐론(Frédéric Boucheron)이 설립한 부쉐론은 1893년 하이 주얼리 브랜드의 중심지인 파리 방돔 광장에 최초로 부티크를 오픈했다. 이곳 꼭대기 층에 있는 프라이빗 빌라의 고풍스러운 몰딩과 마룻바닥, 벽난로 등 모든 것이 2000년대 파리 나이트클럽으로 바뀐 것이다. 눈부시게 빛나는 수십 개의 미러볼 아래 알렉사 청과 안야 루빅이 샴페인을 마시며 춤을 추고 파티를 즐겼다. 글로벌 앰배서더 한소희는 콰트로 컬렉션을 착용한 채 등장해 모두의 이목을 끌었다. 그녀는 순식간에 몰린 인파에 놀란 듯했으나 ‘럭키 드로우’ 이벤트와 케이크 커팅식에 참여하는 등 금세 파티에 녹아들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아이콘은 의도적으로 창조될 수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완성되고, 사람들의 공감을 통해 그런 자격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부쉐론 CEO 엘렌 풀리 뒤켄(Hélène Poulit-Duquesne)은 20주년을 맞은 콰트로 컬렉션을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아이콘은 아이콘이 되기 위해 디자인되는 것이 아닙니다. 고객이 결정하는 것이죠.” 프랑스어로 숫자 ‘4’를 의미하는 콰트로는 부쉐론의 네 가지 아카이브를 결합한 반지로부터 시작됐다.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메종의 역사와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더블 고드롱(Double Godron)’, 방돔 광장의 자갈길을 연상케 하는 블록 형태의 ‘클루 드 파리(Clou de Paris)’, 메종의 위대한 클래식 주얼리 코드를 의미하는 ‘다이아몬드 밴드(The Ligne Diamants)’, 리본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실크 패브릭을 형상화한 ‘그로그랭(Grosgrain)’ 등 각각의 모티브로 이루어진 밴드를 모아 하나의 반지로 완성한 것. 대담한 발상으로 탄생한 우아하면서도 도시적인 디자인은 여성과 남성 모두를 사로잡았다. 그렇게 콰트로는 경계, 성별, 관습을 초월해 각자의 개성을 이끌어내는 것을 유일한 목표로 삼았다. 착용하는 방법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컬렉션 구성은 자연스럽게 풍성해졌고, 색과 형태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혁신을 향한 열정은 현재 부쉐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Claire Choisne)도 못지않다. 그녀는 참신한 소재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콰트로 컬렉션에 새로움을 불어넣으며 ‘귀중함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한다. 2020년에는 데님을, 2022년에는 산업 폐기물을 재활용한 소재 코팔리트(Cofalit)를 사용하며 끊임없이 한계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조금 다르다. 콰트로 탄생 20주년을 기념하며 클래식 코드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는 오리지널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쳤다. 예를 들어 반지와 뱅글을 겹겹이 쌓아 콰트로 코드를 무한대로 증폭시키는 상상을 하는 식이다. 그렇게 완성된 칼라 네크리스는 약 50개의 콰트로 반지로 구성되며, 모든 반지는 콰트로만의 노하우로 개별 제작 및 조립된다. 기념 캠페인 속 안야 루빅이 착용한 케이프 역시 무려 320개의 콰트로 반지를 엮어 만든 것이다. 주얼리 명가답게 매우 진귀한 에디션도 포함됐다. 상징적인 네 가지 코드 밴드를 각각 옐로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브라운 PVD, 스페사르타이트 가닛으로 장식한 버전이 그것. 반지와 뱅글, 초커에 완전히 동일한 색의 스톤을 모두 조달하는 데 수년이 걸린 부쉐론 젬스톤 팀에는 굉장히 큰 도전이었다고 하우스는 전한다.

    우연히 콰트로 반지를 착용하고 있는 지인을 본 기억이 난다.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왠지 그는 꽤 세련된 취향을 가지고 있을 것만 같이 느껴졌다. 메종의 헤리티지와 현대적인 힘을 결합한 콰트로 컬렉션은 자기 스타일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특징으로 내세운다. 이것이 내 판단의 기준을 보충하긴 어렵겠지만, 콰트로가 부쉐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이유가 되기엔 충분하지 않을까.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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