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샤넬을 이끌 아티스틱 디렉터는 누굴까?
지난 목요일, 패션계를 뒤흔든 뉴스가 전해졌다. 칼 라거펠트가 자신의 오른팔이자 왼팔이라 칭했던 버지니 비아르가 샤넬을 떠난 것이다. 그녀가 아티스틱 디렉터로 선임되기 직전인 2018년, 샤넬의 매출은 111억 달러였다. 2023년 말, 이들이 공개한 매출액은 197억 달러. 버지니 비아르가 이끈 5년간 샤넬은 실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5월, <보그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샤넬 CFO 필리프 블롱디오(Philippe Blondiaux)는 버지니 비아르의 주도하에 하우스 규모가 2.2배 커졌으며 레디 투 웨어 부문은 23% 성장했다고 밝혔다.
버지니 비아르가 뛰어났던 것은 사업 수완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언제나 다채로우면서도 젊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보그>의 해미시 보울스는 그녀의 데뷔 컬렉션을 본 뒤 “가브리엘 샤넬 특유의 ‘태평함’이 느껴진다”는 평을 남겼다. 물론 칼 라거펠트 특유의 화려함과 창의성을 그리워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존재해왔지만.
버지니 비아르의 뒤를 이을 인물은 누구일까? 그녀가 샤넬을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각종 미디어와 SNS는 예측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것은 사라 버튼, 피엘파올로 피촐리, 리카르도 티시, 그리고 마크 제이콥스다. 마크를 제외하면 모두 현재 소속이 없는 인물들이다. 200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패션계를 양분한 니콜라 제스키에르와 피비 파일로가 적임자라는 의견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최근 루이 비통과 새로운 계약을 맺었고, 피비 파일로는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둘이 샤넬로 향할 확률은 희박하다. 어쩌면 샤넬은 칼 라거펠트처럼 오랫동안 하우스를 이끌 디자이너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62세의 버지니 비아르보다 훨씬 어린, 39세의 조나단 앤더슨처럼.
이쯤에서 존 갈리아노라는 이름이 머릿속에 떠오른다(존 갈리아노의 샤넬행을 간절히 바라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마르지엘라 2024 S/S 꾸뛰르 컬렉션으로 완벽한 ‘부활’에 성공한 것은 물론, 여전히 대중문화에도 큰 공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으니까. 한 <보그> 에디터는 뉴욕의 택시 기사에게서 목적지로 향하는 내내 마르지엘라 쇼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는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했다.
존 갈리아노의 컬렉션은 디자이너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근 뉴욕 패션 위크 중 마주친 한 디자이너는 ‘환상적인 결과물’을 선보인 갈리아노에게 주어진 시간과 자유가 부럽다고 언급했다. 바로 지난주에 열린 알렉산더 왕의 복귀 컬렉션 역시 마르지엘라의 컬렉션에서 영감받은 것이 분명했다.
<보그>의 사라 무어는 마르지엘라의 꾸뛰르 컬렉션을 본 뒤 “속이 뒤틀리는 듯한 기분, 그리고 ‘패션 혁명’을 목도하고 있다는 흥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기분이 들게 하는 컬렉션은 무척 드물다. 하지만 매년 2월과 9월, 나를 포함한 세상 모든 에디터는 평생 잊지 못할 쇼를 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패션 위크행 비행기에 오른다.
샤넬, 그리고 아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직이 공석인 지방시의 수장이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난 3월, <보그>의 라이아 가르시아 푸르타도는 패션계가 ‘흐름의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5년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 내부 승격, 그리고 2018년 루이 비통의 버질 아블로 선임 이후 6년 만에 겪는 격동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알렉산더 맥퀸, 구찌, 발렌티노, 끌로에, 모스키노 등 거대 하우스들이 일제히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함께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이다.
최근 2년 만에 런웨이 컬렉션을 선보인 크레이그 그린 역시 가르시아 푸르타도의 의견에 동의한다. 쇼 직후, 그는 “곧 다가올 변화가 향후 10년 동안의 패션계를 정의할 것으로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샤넬의 다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그 ‘흐름의 변화’를 가장 선두에서 이끌게 될 것이다. 부디, 그의 데뷔 컬렉션이 ‘속이 뒤틀리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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